





범죄도시4
감독 허명행
출연 마동석, 김무열, 박지환, 이동휘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
매번 똑같은 얼굴을 한 시리즈
전편에서 신종마약 유통의 몸통을 검거했지만 마석도 형사(마동석)는 여전히 마약 범죄를 수사 중이다. 도무지 근절되지 않는 거대 악과의 싸움에 지칠 법도 한데 마 형사는 고민하는 대신 주먹을 한 번 더 휘두르길 택한다. 마 형사와 광역수사대는 전편과 동일하게 발생한 사건을 해결하는 도중 더 큰 범죄를 직감하고 수사에 나서 악당을 일망타진한다. 용서할 수 없는 살인을 저질렀으므로 범인을 꼭 잡아야 하는 마 형사의 인간적인 동기 또한 변함없다. 그럼에도 악인과 영웅이 무 자르듯 나뉘고, 악은 반드시 불주먹의 응징을 받는 선명하고 단순한 세계는 그렇지 못한 현실에 지친 관객들에게 명쾌함을 안긴다. <범죄도시4>는 1편과 2편의 특정 장면과 대사를 오마주를 할 정도로 시리즈의 긴 생명력을 자랑하지만 악당과 배경만 바뀔 뿐 매번 똑같은 얼굴을 한 영화의 유효기간은 언제까지일지 의문이 든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노련해지기보다 평범해져 버린 시리즈
★★☆
거푸집으로 찍어낸 느낌. 세공력마저 뒷걸음질이라 아쉽다. 유머와 대사는 기존 시리즈가 남긴 유산에 기댈 뿐 특출한 아이디어가 부재하고, 캐릭터 매력은 평평해졌는데, 신과 신 사이의 이음새도 종종 덜컥거리는 터라 에너지가 응축되지 못하고 휘발돼 버린다. 그나마 마동석이 내리꽂는 주먹에서 오는 쾌감은 여전한데, 가장 큰 게 남았으니 다행이라 여겨야 할까. 노련해지기보다는 평범해져 버린 영화 앞에서 다음 시리즈에 대한 기대치도 크게 반감돼 버렸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이유 있는 유효타 전략
★★★
3편까지 흥행한 <범죄도시> 시리즈는 명실공히 한국 범죄 오락 영화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시리즈가 4편에 이르면서 최대 과제는 변화였는데, 파격적인 변화보다는 보강과 개선을 통한 내실 다지기를 택했다. 액션과 빌런은 강화하고, 유머와 캐릭터를 다듬으면서 전편에서 지적된 문제들을 만회하고자 한다. 쇄신까지는 아니어도 인기에만 기대거나 안주하지 않으려는 자세가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게 만든다. 아직은 대중이 원하는 오락 요소를 영리하게 캐치하고 있으나 5편에선 반드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챌린저스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출연 젠데이아 콜먼, 조쉬 오코너, 마이크 파이스트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이토록 섹시한 테니스 랠리
★★★★
코트 위 두 선수와 관중석 중앙에 앉은 코치가 만들어내는 관능의 테니스 랠리. 삼각관계 설정은 빤하고, 스포츠 라이벌전도 빤하지만, 이 두 가지를 결합시킨 <챌린저스>는 빤하지 않다. 루카 구아다니노가 부여한 유려한 연출 덕분이다. 챌린저 대회 결승전에서 맞붙은 아트(마이크 파이스트)와 패트릭(조쉬 오코너) 경기 사이사이 세 남녀의 과거를 교차 소환하며, 욕망과 소유욕 질투 이끌림 같은 인간의 내밀한 감정을 관능적으로 길어 올린다. 감각적인 카메라 앵글, 역동적인 편집, 기막힌 음악 선곡, 장면의 밀도와 도통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야기까지… 보는 내내 감정이 수시로 일렁인다. 특히 이 영화의 엔딩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구아다니노의 2018년 작품)의 엔딩을 위협할 정도로 섹시하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사랑의 삼각형
★★★★
영화적 재미란 바로 이런 것이다. 극장에 앉아 스크린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한 채 시청각적 자극을 한껏 받으며, 영화가 끝날 때까지 옴짝달싹 못한 채 무아지경을 체험하는 것. 테니스와 로맨스를 엮은 영화들은 많았지만, 사랑의 관계성을 고밀도, 고농도, 고자극 수위로 탐닉하고 탐구하는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연출력이야말로 단연 이 장르의 챔피언이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이 기록이 쉽게 깨지지 않을 것이다. 젠데이아, 조쉬 오코너, 마이크 파이스트가 쉴 새 없이 쏟아내는 열정과 매력은 뜨겁다 못해 델 정도다.
모르는 이야기
감독 양근영
출연 정하담, 김대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꿈의 미로
★★★
촬영감독 출신인 양근영 감독의 첫 장편. 꿈의 세계가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기묘한 방식으로 연결되어 이어진다. 인상적인 이미지의 연쇄 속에서, 인과 관계보다는 주관적 의식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가 전개된다. 일반적인 극영화 방식과 다른, 다소 낯선 스타일의 영화이기에 편안하게 몰입되진 않지만, 마치 단서처럼 주어지는 꿈의 조각들과 이미지들이 어우러져 독특한 세계를 보여준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알고 싶게 만드는 상상력
★★☆
남들은 ‘모르는 이야기’가 이 영화에선 고통과 꿈이다. 척추질환을 앓는 두 주인공은 진통제 부작용으로 환각 증상에 빠져든다. 고통을 겪는 주인공들의 일상과 이들의 꿈속 세계를 오가는 영화는 삶과 죽음의 무게를 재치 있게 풀어 나간다. 주연배우 정하담, 김대건이 일인 다역을 펼치며 열연한 꿈속 장면들은 ‘기발한 이야기’의 연속이면서, 보는 이들이 ‘나만 아는 이야기’를 꺼내 놓고 싶게 만든다.
드라이브
감독 정연
출연 김시은, 조의진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자동차에 대한 사연
★★☆
세 개의 에피소드로 이뤄진 영화. 남녀 사이의 사랑이 끝난 후, 마치 잉여물처럼 남아 버린 자동차에 얽힌 사연들이다. 이야기 전개가 자연스럽진 않지만, 몇몇 풍경과 장면들은 잔잔한 느낌 속에서 기억된다. 자동차라는 사물을 통해 떠올리는 기억들에 대한 영화. 차를 단순한 쇳덩어리가 아닌, 감성적인 대상으로 바라본 시선이 흥미롭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사랑은 자동차를 타고
★★☆
자동차를 매개로 이어지는 세 개의 사랑 이야기. 한때 사랑하는 연인들의 선물, 공유물과 같던 자동차가 사랑이 끝난 후엔 애물단지에 그치고 마는 것일까. 영화는 남녀 주인공이 맞닥뜨린 자동차에 지나간 사랑의 기억을 싣고 와 혼란에 빠지게 만든다. 두 주연배우가 세 에피소드에서 (같은 듯) 다른 인물을 연기하며 사연을 넘나드는 형식이 독특한 멜로 영화다.
몬스터 프렌즈
감독 로레나 아레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다름을 인정하고 공존하기
★★★
몬스터와 친구가 되고 싶은 꼬마와 인간을 무서워하는 몬스터들의 우정을 그린 애니메이션. 재미와 캐릭터 위주의 몬스터 애니메이션과 다르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심도 있게 다룬다.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하거나 차별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흥미롭게 풀었다. 몬스터 캐릭터들의 개성도 강한 편. 몬스터들의 입장에서 본 인간의 특성들은 부모 관객이 곱씹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