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기사 카테고리

Movie & Entertainment Magazine from KOREA
>OTT&시리즈

〈더 에이트 쇼〉 최악의 빌런 뽑아봤다

씨네플레이
〈더 에이트 쇼〉 씨네플레이 기자 별점
〈더 에이트 쇼〉 씨네플레이 기자 별점

 

군상극, 그중에서도 '악인만 나오는' 하위 장르 피카레스크에 딱 맞는 드라마가 등장했다. 5월 17일 공개한 <The 8 Show>(이하 <더 에이트 쇼>)는 '청소년 관람불가' 딱지에 걸맞게 잔혹하고 처절한 서바이벌 게임을 보여주는데, 1층부터 8층까지 여덟 인물들의 행적이 가관이다. 거기에 미친 존재감의 배우들이 연기 차력쇼를 펼치며 찰떡같은 모습을 보여주기에, 여덟 인물들은 쇼가 끝난 후에도 시청자들의 마음에 살아 숨 쉬는 듯 있다.

아마도 예전에 그런 걸 해봤는지 모르겠다. 어떤 사건을 제시하고, 여기서 잘못한 사람 순으로 고르는 일명 '잘못한 순서' 심리테스트. 사람에 따라 답이 다른 이 심리테스트처럼, <더 에이트 쇼>도 사람에 따라 가장 싫은, 가장 민폐인 캐릭터가 다르다. <더 에이트 쇼>를 모두 시청한 씨네플레이 기자들은 다음과 같이 '가장 싫은 캐릭터'를 뽑았다. 누가 이 글을 읽는 당신과 가장 생각이 비슷한지 한 번 비교해보시라.

※ 하기 내용은 <더 에이트 쇼>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다.


7층 (박정민) - 김지연 기자

〈더 에이트 쇼〉 7층 (박정민)
〈더 에이트 쇼〉 7층 (박정민)

<더 에이트 쇼>를 본 후의 감상은, 내가 ‘7층’(박정민) 캐릭터를 향해 갖는 마음과 동일하다. <더 에이트 쇼>도 7층도 절대적으로 최악인 것은 아니며, 익히 쌓아온 명성 덕에 꽤나 믿음직한 구석이 있으며, 나름대로 최소한의 염치는 있으며, 온갖 일을 다 벌여 놓고도 자기반성을 할 줄 안다. 7층은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를 빌리자면) 말 그대로 ‘강남좌파’. 그는 고위층 연합(8층+6층+4층)의 앞잡이 역할을 하기도 하고, 또 하위층(1층+2층+3층+5층)이 혁명을 일으킬 것을 매우(곱하기 ∞) 소극적으로나마 제안하는, 쇼의 ‘키’ 같은 존재다.

거시적으로 보면, 그는 참가자들로 하여금 구조적인 위계와 모순에 순응케 하는 존재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구조의 변혁에 앞장설 수 있는 인재다. 요즘 유행하는 말대로 '나락도 락'이듯이 강남좌파도 좌파고, 위선도 선이다. 그러나 그저 옹졸한 나는 위선적이고 선민의식으로 가득한 강남좌파 7층을 꼴 보기 싫을 뿐. 그에게 쇼의 파멸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괘씸할 뿐이다.


8층 (천우희) - 성찬얼 기자

〈더 에이트 쇼〉 8층 (천우희)
〈더 에이트 쇼〉 8층 (천우희)

단체생활을 싫어한다. 그래도 단체생활의 룰은 반드시 지킨다. 그게 나란 인간이 생각하는 최소한의 예의다. 내가 지킬 걸 지키지 않으면 누군가는 피해를 본다. 학교생활, 사회생활을 하면 그걸 모를 수 없다. 그렇기에 8층이 등장하자마자 나는 아찔했다. 8층이 하는 '나쁜 짓'보다 그가 '음~' 하고 생각하는 것처럼 하면서도 공동으로 합의한 규율에 절대 승복하지 않는 평소의 태도가 더 싫다. 가장 최악인 건 그 인간이 사회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단 사실이다. 8층은 자신에게 불리한 일이 일어날 때마다 그 위치를 활용해 사람들을 굴복시킨다. 상대가 느낄 최악의 모멸감. 그가 특히 싫은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8층이 정말 상종하고 싶지도 않은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이 쇼가 그를 위해서 존재하듯 모든 부분에서 8층의 흔적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 스스로가 어떤 인간이든 돈과 위치의 힘으로 모든 걸 결정하는 상황들은 비단 캐릭터로서의 8층을 넘어 더 많은 것을 절감하게 하기에 이 모든 상황의 원흉인 8층이 정말 싫다. (+ 그리고 천우희가 그런 캐릭터를 정말정말 훌륭하게 연기했다)


6층 (박해준) - 추아영 기자

〈더 에이트 쇼〉 6층 (박해준)
〈더 에이트 쇼〉 6층 (박해준)


<더 에이트 쇼>로 박해준 배우는 전 국민의 빌런으로 거듭난다. 사빠죄아("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가 또 사빠죄아했달까. 박해준 배우가 분한 6층 캐릭터는 자신이 가진 신체적 힘으로 공동체를 위협한다. 공동체에 무질서를 초래하는 8층의 권력을 강화한 것도 그의 하드파워 때문이다. 그는 다른 인물들을 마구 두들겨 패며 폭력으로써 사람들 위에 군림한다. 2화에서 다리가 불편해 계단을 잘 오르지 못하는 1층 아저씨의 손을 짓누를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어디 이뿐이랴. 상대적으로 정의로운 캐릭터 2층과 싸울 때도 그녀의 손이 다친 걸 안 순간 바로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른다. 그에게 약자는 상호적으로 이해하고 배려해야 할 존재가 아니라 언제든지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짓밟을 수 있는 대상이다. 숨바꼭질 게임 시퀀스는 그의 잔혹한 폭력성을 가장 잘 보여준다. 6층이 가진 힘은 그의 생존 수단이자 장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 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그 힘을 쓸 수 있었음에도 이를 외면한 채 공동체를 위협하는 방향으로 사용한다. <더 에이트 쇼>의 가상 사회가 폭력적으로 변한 것도 그의 몫이 크다. 고로 악질 중의 악질 6층을 최악의 캐릭터로 뽑는다.


1층 (배성우) - 이진주 기자

〈더 에이트 쇼〉 1층 (배성우)​
〈더 에이트 쇼〉 1층 (배성우)​

 

<더 에이트 쇼>는 서바이벌 게임이 아니다. 오히려 동일한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일종의 ‘팀플’에 가깝다. 당신이 팀플을 한 번이라도 해보았다면 다시 그 시절을 상기해보자. 팀플을 망치는 최악의 빌런은 누구인가? ‘중간만 가고 싶은 사람’(3층), ‘강압적으로 팀원을 휘두르려는 사람’(6층), ‘편가르기를 하려는 사람’(4층), ‘그냥 또라이’(8층) 등 세상에는 별별 인간 군상이 있지만 그 중 필자가 생각하는 최악은 ‘자신에 솔직하지 못한 사람’, <더 에이트 쇼>의 ‘1층’(배성우)이다.

<더 에이트 쇼>의 ‘1층’은 극 초반 8인이 함께 행동할 때 리더(Leader)보다는 팔로워(Follower)를 자처하며 성실히 움직인다. 그의 페널티가 발목을 잡지만 최선을 다한다. 문제는 사실 그가 누구보다 큰 뜻과 욕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1층은 결정적인 순간에 동료를 속이고 독단적인 행동을 한다. 그는 그 일이 아주 사소한 화풀이 혹은 결과를 바꾸기 위한 소심한 저항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의아한 사건에 공동체는 불안에 빠진다. 자신이 미약한 존재라는 것을 스스로 가련해 하면서도 그 사실에 숨어 모든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1층의 음흉함이 꺼림칙하다.


4층 (이열음) - 주성철 편집장

〈더 에이트 쇼〉 4층 (이열음)
〈더 에이트 쇼〉 4층 (이열음)

 

랜덤은 운명이다. <더 에이트 쇼>의 주제는 결국 ‘주어진 대로, 처음에 결정된 대로 살라는 것’이다. 그야말로 허무하고 냉소적이다. 8개로 나눠진 에피소드처럼 1, 2, 3, 4, 5, 6, 7, 8, 그렇게 균등하게 8개의 세계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1층과 8층의 대결이다. 같은 기간 동안 1층이 10억을 벌 때 8층은 340억을 번다. 남은 2층부터 7층까지는 과연 어디에 붙을 것인가가 관건이다. <오징어 게임>과 달리 시작만 있고 자기 마음대로 끝낼 수 없는 이 게임 안에서 계속 무언가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방관자가 가장 싫다. 그런 점에서 3층(류준열)과 4층이 똑같은 인간이긴 하지만(3층은 내레이션의 주인공이라는 이유로 잘 빠져나갔다 정말), 4층은 심지어 8층에 붙어버린 배신자이기도 하다. 물론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원래 8층(천우희)이 될 수도 있었던 4층은 가수 박진영의 ‘네가 사는 그 집’을 내내 흥얼거렸을지도 모른다. 그런 것치고는 꽤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는 편이다. 아무튼 그것은 과연 ‘선택의 실수’일까, 아니면 ‘랜덤의 폭력’일까. 가장 싫은 캐릭터로 꼽긴 했지만, 가장 연민이 가는 캐릭터이기도 하다는 이상한 딜레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