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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BIFAN 7호] 마스터클래스 가진 미타니 코키 감독 인터뷰

“나는 아직 웃음의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다”

주성철편집장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BIFAN)에서 두기봉 감독에 이어 마스터클래스 바통을 이어받은 이는 바로 일본 코미디영화의 대부 미타니 코키 감독이다. 영화팬들 사이에서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1997)를 만든 그는 쉼 없이 영화, 연극, TV 등 매체를 넘나들며 웃음을 전파해 왔으며, 이보다 더 적절한 제목을 찾을 수 없는 ‘미타니 코키의 인생대극장’이라는 이름의 특별전으로 BIFAN을 찾았다. 국내 개봉하며 변함없는 그의 감각을 보여준 <멋진 악몽>(2011)을 비롯해 국내 미개봉작인 <갤럭시 가도>(2015)와 <기억에 없습니다>(2019)를 볼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여전히 웃음에 목마르다는 그를 만나 왕성한 창작의 비결을 물었다.


미타니 코키 감독 (사진=씨네플레이 양시모)
미타니 코키 감독 (사진=씨네플레이 양시모)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외에도 국내 개봉한 <매직 아워>(2008)를 비롯해 국내 미개봉작인 <더 우쵸우텐 호텔>(2005), <기요스 회의>(2013) 등 정말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다. 혹시 올해 BIFAN에서 상영하는 세 작품 외에 추가로 선정한다면, 어떤 작품으로 한국 관객과 만나고 싶나.

 

고르기 힘들다. (웃음) 일단 판타스틱영화제이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작품들을 적절히 골랐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좀 전에 마스터클래스가 끝났는데,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를 얘기해 주셔서 놀랍기도 하고 감사했다. 그래서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를 한국 관객과 다시 함께 보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모두 코미디영화이지만 <멋진 악몽>은 법정 드라마, <갤럭시 가도>는 SF, <기억에 없습니다>는 정치 드라마와 결합했다. 매번 계획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을까.

 

언제나 코미디영화를 만들지만,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장르를 실험하고자 한다. 가령 <멋진 악몽>은 법정을 무대로 삼고 있지만 ‘유령’이라는 존재가 중요하다. 그처럼 하나의 선명한 모습으로 귀결되는 코미디영화를 하고 싶지는 않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작품은 미스터리 코미디다. 아마도 내 영화를 쭉 보신 분들은 정말 다 다르다고 느낄 것이다.

 

〈멋진 악몽〉
〈멋진 악몽〉

 

<멋진 악몽>에서 살인사건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 유일한 목격자가 유령이다. 그렇게 유령을 증인으로 내세운 사상 초유의 재판이 시작되는데, 니시다 토시유키의 비주얼 자체가 웃음 폭탄이다. 당신 영화는 입담이나 상황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코믹한 비주얼에 대한 고민도 중요하게 다루는 것 같다고 느낀다.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에서도 경비원 캐릭터가 별다른 대사 없이‘몸 개그’로 불꽃 소리를 만들어 내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낚시 바보 일지> 시리즈로 유명한 니시다 토시유키는 워낙 코미디에 뛰어난 배우다. 내가 뭘 더하고 말고 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러다 그에게 전쟁에서 진 패잔병이자 유령 캐릭터를 부여했고, 그런 그가 법정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주변 모든 것들과 상충된다. 당신이 얘기한 비주얼의 충돌이라는 점에서 분명한 효과가 있다. 그리고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에서 나도 그 장면을 굉장히 좋아한다. (웃음) 하지만 아쉽게도 그 장면은 내가 아니라 그를 연기한, 안타깝게도 2017년에 세상을 떠난 배우 후지무라 슌지의 애드립이었다. 댄서이자 안무가로도 활동했던 그는 몸을 정말 잘 쓰는 배우였고, 단숨에 그런 아이디어를 냈다. 현장에 있던 모두가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후지무라 슌지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후지무라 슌지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후지무라 슌지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후지무라 슌지

 

<갤럭시 가도>에는 스마프 멤버 카토리 신고와 아야세 하루카 외에 오구리 슌이 출연한다. 이번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들 중 <더 우쵸우텐 호텔>도 야쿠쇼 코지, 마츠 다카코, 사토 코이치가 출연해 화제였다. 야쿠쇼 코지와 다시 만난 <기요스 회의>도 당대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했다. 그처럼 당신 영화는 기본적으로 ‘스타 캐스팅’을 기반으로 하는데 그들은 보통 기존의 이미지와는 다른 캐릭터를 부여받는 경우가 많다. 그런 ‘반전’의 재미를 즐기는 것일까.

 

얘기한 것처럼 내 영화에는 당대의 톱스타나, 한국 관객에게도 익숙한 배우들이 출연한다. 뭐랄까, 그런 친숙한 배우들이 의외의 재미를 주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같은 상황을 더 빛나게 만들어준다고나 할까. 그런데 막상 작업하면서 느끼게 되는 건, 내가 잘 쓰고 연출했다고 하기 이전에 기본적으로 정상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에게는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점이다. 어떤 역할을 부여받더라도 그들은 이미 탁월한 기술이나 테크닉을 가지고 있다. 작품이나 특정한 캐릭터가 그들을 돋보이게 만드는 게 아니라, 그들로 인해 작품이 빛을 보는 것이다.

 

〈갤럭시 가도〉
〈갤럭시 가도〉

 

정치를 소재로 한 <기억에 없습니다>는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휴머니즘 가득한 풍자 코미디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1939)를 연상시킨다.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는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다. 프랭크 카프라의 로맨틱 코미디 <어느 날 밤에 생긴 일>(1934), 판타지 드라마 <멋진 인생>(1946)도 좋아하는데 그로부터 배운 게 많다. 인간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다. <7년 만의 외출>(1955), <뜨거운 것이 좋아>(1959) 등을 만든 빌리 와일더의 위트 넘치는 코미디도 좋아한다. 영화 속 대사로도 쓰이는 <기억에 없습니다>는 제목을 정할 때 힘들었다. 그런 문장 형식의 영화 제목을 쓴 적 없기 때문이다. 보통 제목을 정할 때 처음부터 확정하고 넘기는 경우가 있고, 좀처럼 정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 영화는 후자였고 결국 투표를 해서 정했다. (웃음) 그러고 보니 <멋진 악몽>도 제작진의 투표로 정한 제목이다.

 

〈기억에 없습니다〉
〈기억에 없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에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팬들이 많다. 이제 와 돌아보면 어떤 의미가 있는 작품일까.

 

좀 전에 끝난 마스터클래스에서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를 두고 ‘클래식’이라 표현해 줘서 놀랐다. 보통 클래식이라고 하면 세상을 떠난 거장들의 고전영화에 쓰는 단어일 텐데, 내 데뷔작을 두고 그렇게 얘기해 주니 묘한 감정이 들었다. 나에 대한 애정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난 아직도 아등바등 매번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현역이다. 그래서 클래식이라는 얘기를 들으면 한편으로 분하기도 하다. (웃음) 세월이 한참 지난 뒤, 그저 나를 ‘언제나 새로운 걸 시도했던 감독’ 정도로만 기억해 줘도 좋을 것 같다.

 

미타니 코키 감독 (사진=씨네플레이 양시모)
미타니 코키 감독 (사진=씨네플레이 양시모)


코미디영화를 만드는 감독의 숙명이란, 내 코미디가 관객에게 제대로 통할까, 하는 고민일 것이다. 내가 의도한 장면에서 객석이 터지면 기쁘고, 그렇지 않으면 절망하게 된다. 돌이켜 보면, 당신의 웃음 타율은 어느 정도였던 것 같나.

 

아, 어려운 질문이다. (웃음) 당신이 얘기한 것처럼, 그게 코미디영화를 만드는 감독의 숙명이라는 데 동의한다. 나 또한 내 영화가 개봉하면 몰래 극장에 들어가서 맨 뒷자리에 앉아 관객의 반응을 살피곤 한다. 과연 내가 의도한 장면에서 웃음이 터질지 매번 조마조마하게 지켜본다. 그런데 재밌는 건, 내가 연극도 꽤 많이 했는데 같은 연기라도 매 회차 공연마다 웃음이 터지는 부분이 다 다르다. ‘여기서 왜 웃지?’ 할 때도 많다. 물론 영화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반응을 살피려고 극장에 들어가서 끝까지 앉아있는 게 머쓱하다. 관객이 별로 없는 건 싫으니까 어느 정도 관객이 찼는지만 확인하고 나오는 일이 많다. (웃음) 중요한 건 웃음은 ‘전염’된다는 거다. 내가 코미디영화를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 있다. 옆 사람이 웃을 때 따라 웃는 경우가 많지 않나. 난 그런 동질감이 좋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면서 사람들이 그럴 일이 별로 없어졌다. 크게 웃기도 힘들고 소리 내기도 어렵고 심지어 한 자리 띄어 앉게 했으니 극장에서 웃을 일이 별로 없었다. 세상 모든 관객이 이제 웃음을 찾아야 한다. 극장이 웃음소리로 가득한 그 느낌이 가장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