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도철이 돌아왔다. 9년 만에 극장가를 찾은 <베테랑2>의 이야기이다. <공공의 적>의 강철중, <범죄도시>의 마석도와 함께 한국 영화계 3대 형사 캐릭터로 불리는 서도철은 여전했다. 뜨거운 가슴으로 정의를 위해 달리는 2015년의 서도철을 2024년에 안착시킨 것은 배우 황정민의 애정 덕이다.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황정민은 늙어도 서도철은 늙지 않는다"며 서도철과 <베테랑> 시리즈에 대한 열의를 보이는 배우 황정민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난 9일 CGV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관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했다. 당시 기자들과 같이 영화를 보았는데 주위 반응을 느꼈나.
그날 <베테랑2>를 처음 아이맥스에서 보았다. 화면도 큰 데다 소리까지 크니까 주변 관객들의 반응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시사회 이후 조금씩 인터넷에 평들이 올라오기 시작해서 열심히 봤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베테랑2>는 전편과는 확연히 다른 전개를 보인다. 이번 작품은 어떤 점에서 변화하였고 어떤 점이 유지되었나.
1편과 2편의 색이 완전히 다르다. 서로 다른 영화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류승완 감독님께서 ‘재탕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분명했고 나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물론 1편이 만들어 놓은 좋은 돌다리들이 있지만 예술가로서 새롭게 창조해서 만들어내는 것이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1편이 단순 악을 처단하기 위한 이야기라면 2편은 그보다 복잡해졌다. 이 복잡한 것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정의란 뭘까’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류승완 감독과 <부당거래>를 찍었던 사람으로서 2편이 주는 느낌을 더 좋아한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은 ‘서도철’이다. 이야기는 복잡하고 사회는 변했어도 기본과 정도를 중시하는 서도철이라는 인물은 변하지 않았다. 서도철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애를 썼다. 1편의 의상을 그대로 활용한 것도 그중 하나이다. 황정민은 늙어도 서도철은 늙지 않는다.
이번 작품을 앞두고 감독님과 만났을 때에도 1편과 2편의 차이를 관객들에게 어색하지 않게 전달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많이 논의했다. 1편의 에너지를 기억하고 있을 관객분들이 덜 불편하게 하게 2편을 받아들이실 수 있도록 디테일한 부분을 잡아나갔다.
2001년 <와이키키 브라더스>로 영화 주연 데뷔를 한 이후 첫 속편이다.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배우가 시리즈물을 가진다는 건 큰 영광이다. 영화가 잘 되어야 시리즈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대부>와 같은 시리즈물을 보고 자랐기에 ‘저런 시리즈물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다. 때문에 <베테랑>과 이번 속편은 특별하다.
개인적으로 무척 힘들 때 <베테랑>을 만났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힘들게 하기보다는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라는 생각에 <베테랑> 촬영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 작품이 뜻밖의 흥행을 하면서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셨다. 나에게는 복덩어리 같은 작품이다.
*이하 <베테랑2>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판 뒤집혔다” 등의 대사를 통해 <베테랑2>에서 전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해당 대사를 뱉을 때 기분이 어땠나.
1편의 오마주를 하는 대사들을 뱉을 때는 확실히 짜릿함이 있다. 그런 명대사를 가질 수 있는 것은 행운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1편의 것이 의식되기도 해서 연기하기 어려웠다.
이번 작품에 서도철의 가족 이야기 추가되며 이야기가 더 풍성해졌다.
가족 서사가 들어가는 건 너무 좋아했다. 더욱 공감이 잘 되는 면이 있었다. 아버지로서,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혹은 직업인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게 서도철이나 황정민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다. 접근하기 수월했다.

형사 서도철은 여전하지만 아버지 서도철은 전편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인 것 같다.
서도철이 사과할 줄 아는 어른이 되었다는 점이 참 좋았다. 나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때는 ‘맞을 바에는 차라리 때려’라는 식의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지금 보면 절대 그러면 안 되는 건데 누구 하나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가르친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서도철은 스스로 ‘내가 잘못되었구나’라는 것을 인지하고 아이에게 사과한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지점이 아닐까 싶다.
극 중에서 아들과의 관계가 어색한 전형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보이는데 실제 아들과의 관계는 어떠한가.
실제로도 데면데면하다. 딸한테는 너무 살갑게 하는데 아들한테는 그렇다.(웃음) 나도 아버지랑 그리 살갑지 않다. 이건 남자들만 아는 것 같다.
류승완 감독은 서도철의 모습이 실제 황정민과 유사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어떤 점이 서도철과 비슷한가.
나는 서도철만큼 근사한 사람이 아니다. 정의감이 투철하지도 않다. 서도철은 ‘내 주변에 이런 사람이 있으면 든든하겠다’ 싶은 인물을 가공한 것이다. ‘서도철’하면 ‘황정민’이 떠오르게끔 잘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연기했기에 비슷하다고 보시는 것 같다. 굳이 따지자면 서도철의 ‘츤데레’같은 성격이 비슷하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낯을 가리는데 친한 사람들에게는 ‘츤데레’적 면모를 보인다. (웃음)
<베테랑2>의 액션씬은 보는 사람이 다 아플 정도로 과격한 모습이다. 실제 촬영 현장은 어떠했나.
남산 계단 액션씬의 경우 진짜 딱딱한 계단이 아니라 푹신푹신한 재질로 만들어 놓은 것이라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액션감독님이 워낙 시퀀스를 잘 만드는 분이다. 보기에는 어렵고 아파 보일지라도 사실 아주 디테일하게 계산되어 있는 거라 오히려 편했다. 날씨가 추워서 그것 때문에 고생했다. (웃음)

범죄 수사대 막내이자 새로운 빌런으로 박선우(정해인)가 등장한다. 이 인물에 대해 영화는 따로 설명하지 않는다. 서도철은 박선우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였나.
박선우는 그냥 살인을 즐기는 살인마일 뿐이다. ‘정의’라는 명분을 대지만 그냥 사람을 죽이기 위해 스스로 이유를 만든 것이다. 내가 죽어가는 박선우를 끝까지 살렸던 것은 그것이 정도고 기본이기 때문이다. 죄를 지었다면 법으로 처벌을 받는 것이 맞는 것이다.
배우 정해인이 박선우 역할을 맡아 몫을 톡톡히 했다. 이미 많은 팬을 보유한 작품의 속편에 새롭게 투입되는 것은 배우로서 큰 부담이었을 것 같은데…
당연히 부담스럽고 힘들었을 것이다. 이미 1편에서 똘똘 뭉쳐져있던 에너지를 뚫고 들어와서 새롭게 연기해낸다는 것이 정말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도 그 친구가 잘 해낸 것은 사람을 무장해제 시키는 좋은 에너지 덕이다. 좋은 교육과 타고난 심성. 되게 중요한 것이다. (웃음)
특히 마스크를 쓰고 모자까지 써서 눈밖에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배우가 연기를 하려면 걱정이 많다. 현장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좋다’며 칭찬했다. 그때야 본인도 ‘그런가 보다’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개봉하니 관객분들이 ‘연기 잘했다’고 칭찬해 주면 걔(정해인)도 알 것이다. ‘내가 잘했구나’. (웃음)
벌써 3편을 기대하는 팬들이 있다. 논의되고 있는바가 있나.
류승완 감독과 3편에 대한 얘기를 나눈 적은 없다. 일단 <베테랑2>가 잘 돼야 3편도 있는 거니까. 이번 작품이 잘되면 슬그머니 얘기를 꺼내보겠다.
3편을 위해 의상을 보관하고 있나.
그렇다. 마치 아이언맨의 갑옷처럼 서도철의 시그니처 의상을 만들고 싶다.
또 10년 걸리면 어떡하나.
그러면 못할 것 같다. 내 나이가 거의 육십이다. 못 뛴다. (웃음)

젊은 층에게 황정민은 ‘밤양갱’으로 잘 알려져 있다. (유튜버 크리에이터 '제프프'는 황정민의 목소리를 따 가수 비비의 '밤양갱' 등의 곡을 재탄생시켰다.)
맞다. 내가 가수인 줄 알더라.
젊은 팬들이 갑자기 생겨 낯설거나 어색하지는 않았나.
처음에는 ‘뭐지’ 싶었는데 너무 좋아해 주시니까 고맙더라. 고등학생들도 지나가면 사인을 해달라고 하기도 한다. 내 아들도 너무 좋아한다.
최근에 제프프 채널에 올라온 팝송(Charlieputh - I don’t think that I like her)도 보았나. 다음 곡으로 기대하고 있는 곡이 있나.
최근 영상도 보았다. 제프프님을 이번 VIP 시사회 초대하기도 했다. 내가 원하는 곡은 따로 없다. 그냥 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덕분에 젊은 친구들이 나를 편안하게 보는 것 같다.
이번 추석 극장가가 썰렁하다. <베테랑2>의 입장에서는 기회일 것 같기도 한데 어떠한가.
예전에는 추석이 되면 여러 작품이 개봉해서 서로 응원해 주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베테랑2>와 몇 작품밖에 없더라. <베테랑2>에게는 좋은 환경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안타깝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한국 영화가 더 잘 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