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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의란 인간이 낼 수 있는 용기” 〈베테랑2〉 정해인

이진주기자
〈베테랑2〉
〈베테랑2〉

 

분명 정해인은 <베테랑2>의 ‘복덩이’다. 여전히 영화계 레전드로 남아있는 전편의 무게를 안고 새로운 인물로 그 세계관에 진입해 흐름을 바꿔내야 하는 일에 과연 누가 감히 도전할 수 있을까. 하지만 예상외로 정해인은 담담했다. ‘배우는 늘 도전한다’며 마치 <베테랑2>가 자신의 숙명인 듯 말한다.  이러한 그의 모습에 정해인이 왜 <베테랑2>의 복덩이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배우 정해인과 나눈 <베테랑2>의 뒷이야기를 공유한다.


〈베테랑2〉  배우 정해인(사진=CJ ENM)
〈베테랑2〉  배우 정해인(사진=CJ ENM)

 

개봉을 앞둔 소감이 어떠한가.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싶다. 많이 떨리고 시험을 보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베테랑2>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되었나.

 

쉬는 타이밍에 (제작사) 외유내강의 강혜정 대표님과 류승완 감독님의 연락을 받았다. 사무실로 찾아갔더니 <베테랑2>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새로운 캐릭터 ‘박선우’에 대해 디테일하게 설명해 주시고는 내가 박선우와 딱 맞아떨어진다며 출연 제의를 해주셨다. 

 

너무 얼떨떨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면서 갑자기 부담이 밀려왔다. <베테랑>이 워낙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지 않나. 하지만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어 그 자리에서 하겠다고 했다. 류승완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작품을 얼마나 많이 사랑하시는지 느껴졌다. 심지어 내가 나온 작품을 다 보셨더라. 굉장히 감사했다. 나에 대해 심도 있게 관찰하셨다는 느낌을 받았다.

 

‘박선우’는 참 어려운 캐릭터이다. 영화에서 그에 대해 설명해 주지도 않는다. 어떻게 이 인물에 접근했나.

 

박선우라는 인물의 뿌리를 찾아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어릴 적 부모님이 범죄자에게 사고를 당했다는 등의 사연들을 만들어서 갔는데 감독님께서는 ‘그런 거 다 필요 없다’고 말씀하셨다. 류승완 감독님은 ‘박선우가 존재만으로도 어딘가 모르게 불쾌함과 껄끄러움을 주었으면 좋겠다’며 ‘그냥 지금 상황에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이하 <베테랑2>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베테랑2〉
〈베테랑2〉

 

그럼에도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 인물을 분석하고 이해해야 하지 않나. 정해인이 본 박선우는 어떤 인물인가.

 

내가 본 박선우는 나르시시스트, 소시오패스 성향이 있는 듯하다. 자기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지리 않고 달려든다. 베테랑 팀에 합류한 것도, 무고한 사람을 해치로 만들려고 한 것도 모두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함이다.

 

박선우는 자신의 행위를 통해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그들이 동요하는 것에 쾌감을 느낄 것이라 생각했다. 예를 들어 스스로를 해치라고 하지 않았는데 주변에서 해치라고 칭송하고 띄워주는 식이다. 이것이 해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박선우가 서도철의 아들을 위기에서 구해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서도철 형사의 아킬레스건이 아들이라는 것을 안 것이다. 그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고 본다. 서도철의 아들을 구해준 것 역시 박선우의 계획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한번은 감독님에게 우스갯소리로 ‘박선우는 진짜 부지런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웃음)

 

박선우는 정의랑은 거리가 먼 인물이다. 언론에서 박선우를 ‘정의’로 만든 것일 뿐. 내가 생각하는 정의란 인간으로서의 기본 도리와 상식선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들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낼 수 있는 용기라고 본다. 

 

이유 없이 악행을 저지르는 인물을 연기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박선우를 연기하기 위해 어떤 시도를 해보았나.

 

범죄자가 프로파일러와 면담하는 장면을 찾아보았다. 정신질환이 있는 범죄자들은 시선이 크게 움직이지 않더라. 보통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선을 움직이는데 그들은 눈을 피하지 않는다. 심리학적으로도 연인 사이가 아닌데 5-6초 이상 눈을 보고 있으면 불쾌감을 줄 수 있다고 하더라. 박선우를 연기할 때 이 점을 활용했다.

소위 '얼빡샷'이라고 아주 타이트한 클로즈업샷이 자주 등장한다. 꽤나 신경이 쓰였을 것 같다. 

 

맞다. 안구를 조금만 움직여도 의미가 달라지더라. 심지어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눌러쓴 채 눈만으로 연기하다 보니 답답하기도 했다. 그래서 촬영 전부터 거울을 보면서 연습을 했다. 지금까지 카메라에 내 얼굴이 어떻게 나오는지 크게 신경을 안 썼는데 <베테랑2>는 내가 내 눈을 보고 다양하게 움직여보며 준비했다. 

〈베테랑2〉 배우 정해인(사진=CJ ENM)
〈베테랑2〉 배우 정해인(사진=CJ ENM)

<베테랑2>에서 몸이 부서질듯한 액션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액션 장면에 참여해 매우 강도 높은 촬영이 되었을 것 같은데 어떤 준비를 했나.

 

촬영 전부터 액션 스쿨을 많이 다녔다. 종합 격투기부터 주짓수까지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초체력이었다. 얼마나 여러 번 테이크를 반복할 수 있느냐가 중요했다. 10번, 20번을 찍어야 하니까 체력이 떨어지면 민폐겠더라. 그래서 달리기를 많이 하면서 기초 체력을 쌓았다. 

 

가장 많은 테이크를 간 장면은 무엇인가.

 

옥상 액션신이 가장 많은 테이크를 갔다. 환경적으로 쉽지 않은 촬영이었다. 엄동설한에 비를 계속 뿌리니까 여러 가지 애로 사항이 있었다. 액션 같은 경우는 콘티대로 착착 진행되었다.

안보현 배우가 고생을 많이 했다. 잠깐 도와주러 왔는데 제일 힘들었을 거다. 나를 포함해 다른 배우들은 돌아가면서 액션을 하는데 안보현 배우는 일대 다수로 계속해서 상대해야 해서 쉴 틈이 없었다. 그런데도 '힘들다', '아프다' 한 마디를 안 하더라. 정말 독하다고 생각했다. 

 

남산 액션신에서는 장애물을 넘나드는 파쿠르 액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내가 겁이 없는 편이다. 내가 직접 하겠다고 했는데 감독님이 오히려 말리셨다. 다치면 답 없다면서…(웃음) 

 

류승완 감독이 ‘정해인은 순간 몰입도가 좋은 배우’라는 평을 했다. 현장에서 몰입을 잘 하는 노하우가 있나.

 

아무래도 위험천만한 액션들이 많다 보니 배우와 스태프 모두 긴장된 상태에서 촬영했다. 모두가 집중을 하고 있다 보니 나 역시 몰입도가 높아진 듯하다.

〈베테랑2〉
〈베테랑2〉

 

황정민 배우가 정해인 배우에 대해 ‘럭키비키’라고 표현하더라.

 

‘복덩이다’, ‘럭키비키다’라고 말씀해 주셔서 감사하다. 요즘 선배님이 자꾸 ‘럭키비키’를 쓰신다. 뒤늦게 배우셔서 자꾸 미는 것 같다. (웃음)

 

그렇다면 현장에서 황정민 배우는 어떠했나.

 

내 얼굴만 나오는 촬영은 사실 상대 배우가 대충 맞춰주기만 해도 상관없다. 그런데 정민 선배님은 카메라 뒤에서 제대로 연기해 주신다. 덕분에 내가 잘 받아서 연기를 할 수 있었다. 게다가 현장 분위기의 90% 이상을 책임지신다. 정말 멋있는 선배님이다.

 

쿠키 영상이 칸영화제 상영판에서는 없었다고 한다.

 

그렇다. 나도 시사회에서 처음 보았다. 이따 감독님을 만나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물어봐야겠다. (웃음)

 

천만 영화가 나온지 너무 오래 됐다. <베테랑2>가 유일한 텐트폴 영화인데 어떠한가.

 

지금 극장에 한국 영화가 너무 없다. 내년에 개봉하는 영화도 얼마 없다고 알고 있다. 이게 너무 안타깝다. 다양한 영화가 같이 올라오면 서로 경쟁하면서 발전하게 된다. 한국 영화가 잘 되기를 바랄 뿐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드라마 <엄마 친구 아들> 촬영이 끝난지 얼마 안 되었다. 그리고 바로 <베테랑2> 홍보를 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추석 연휴에도 계속 무대 인사를 다닐 예정이다. 부산, 대구, 광주 등을 돌아다니면서 홍보를 할 예정이다. 올 10월부터 내년 1월까지는 해외 팬미팅이 잡혀 있다. <베테랑 2>를 통해 나를 몰랐던 혹은 나에게 관심이 없었던 일반 관객분들이 나의 다른 작품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최고의 결과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