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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기자들의 〈베테랑2〉 리뷰와 별점

씨네플레이
〈베테랑2〉
〈베테랑2〉

 

시리즈 영화라기에 '고작' 2편째지만, 9년이란 긴 시간을 건너뛴 <베테랑2>는 1편과 나란히 두고 볼 때 한국사회의 변화를 정확히 읽을 수 있다. 영화가 다루는 사건의 질감, 가해자의 얼굴, 사건에 대한 대중의 반응 모두 1편과는 확연히 다르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가해자의 형태일 것이다. 만민의 평등을 천명한(제11조 1항) 헌법 위에 선, 초법적 인간을 악당으로 내세운 1편과 달리, 2편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위장한 채 사적 제재로 법을 대신하길 자처한 살인마를 그린다. 이런 변화에 1편보다 통쾌함은 덜하다. 법을 두려워해본 적 없는 사람에게 재갈을 물린 것과 달리 번져가는 폭력과 살인을 간신히 틀어막은 모양새이니까. 대신 명백하게 선악이 갈려 판타지처럼 느껴졌던 전작과 달리 현실에 착 붙은 형상이다. 허술해진 법적 처벌에 대한 불만, 자극적인 이슈 몰이를 위한 신상 고발, 공공연히 무시되는 현장직의 고충까지 <베테랑 2>는 근래의 화두를 영화 속 '해치 사건'에 모두 녹여낸다. 서도철(황정민) 형사와 팀원들의 케미스트리는 여전하고, 보다 누아르적 풍미를 더한 류승완 감독의 연출 포인트와 액션신 또한 고민이 역력하다. 순수하고 풋풋한 얼굴 뒤에 남다른 '정의감'에 불타는 정해인의 열연도 인상적이다. "무거운 영화는 안된다"는 흐름 속에서 <베테랑2>가 찾은 유쾌함과 묵직함의 균형감은 1편과는 다르지만, 1편과는 다르기에 관객들에게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성찬얼 기자)


〈베테랑2〉
〈베테랑2〉

프랜차이즈 영화가 갈 수 있는 손쉬운 길을 택하지 않는다. 주인공의 갈등은 더 깊어지고, 악은 한층 더 복잡하고 교묘해졌다. 1편에서 현실의 노동자와 재벌의 수직 구도를 통렬하게 비추었던 <베테랑>은 2편으로 돌아와서 지금의 대한민국을 병들게 하는 사회 문제를 낱낱이 다룬다. 사적 제재와 사이버 렉카의 선동, 가짜뉴스를 중심으로 증가한 마약 범죄와 학교 폭력까지. 영화는 사법 체계에 대한 불신이 한층 더 심해진 현재의 대한민국을 본뜬다. 정의라는 이제는 퇴색되어 버린 가치를 내세워 사람을 죽이는 해치를 새로운 빌런으로 내세우고 대중에게 찝찝한 질문을 던진다. 선과 악이 모호한 현시대의 악을 조명하며 깊이는 한층 무르익었지만, 그만큼 <베테랑> 특유의 시원함과 통쾌함은 줄어들었다. 사적 제재를 다룬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되지 않은 주제 의식도 어쩔 수 없이 기시감을 남긴다. 그럼에도 <베테랑2>는 도박장을 소탕하는 오프닝 시퀀스에 병맛 감성을 제대로 버무려 눈도장을 확실히 찍어두고, 비가 쏟아지는 옥상에서 펼쳐지는 맨몸 액션은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연상시킨다. 이에 더해 타격감을 200% 전달하는 계단 액션씬, 예상을 벗어난 카 체이스 등 류승완의 액션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훨씬 더 역동적으로 변한 카메라워크, 누아르의 도상으로 가득한 스타일리시한 미장센도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이다. (추아영 기자)


〈베테랑2〉
〈베테랑2〉

 

<베테랑2>가 시작하면 류승완 감독의 전작 <밀수>(2023)의 해녀(역을 맡았던 배우)들이 주부도박단 테이블에 앉아 있다. 그리고 지난 1편의 오프닝과 마찬가지로 봉형사(장윤주)가 그 도박단으로 위장 잠입한다. 드디어 경찰들이 들이닥쳐 검거가 시작되고, 도박장의 보스(현봉식)를 쫓다가 철제 계단에 매달린 서도철(황정민)을 향해 사람들 모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상황은 물론 음악의 활용 방식까지, 게다가 1편에서 마무리하지 못한 주부도박단 검거까지 이뤄낸다. 딱 여기까지, <베테랑2>의 오프닝은 지난 1편의 오프닝과 거의 데칼코마니처럼 똑같다. 그런데 놀랍게도 류승완 감독은 ‘속편에서 기대하신 건 딱 여기까지만 보여드릴게요’라고 말하는 듯, 새로운 경로로 진입한다. 

<공공의 적> 시리즈의 강철중(설경구), <범죄도시> 시리즈의 마석도(마동석)와 함께 (드디어 9년 만의 속편이 나오며 ‘시리즈’라 이름 붙일 수 있게 된) <베테랑> 시리즈의 서도철(황정민)은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강력반 경찰 캐릭터다. 때론 범죄자보다 폭력적이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면서까지 사건 해결에 광적으로 집착한다는 점에서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의 우형사(박중훈)가 그 원조쯤 될 것 같다. 이들 중 지난 <베테랑>(2015)에서 오팀장(오달수)의 말이 사실이라면, 서도철은 ‘사람 패는 게 좋아서 경찰이 된’ 사람이다. 다른 셋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조폭과 종종 이웃사촌을 맺는 충무로 범죄 형사물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영화에 잠깐 등장하는 책인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중요한 단서가 될 것 같은데, <베테랑2>는 정의(正義)에 대한 정의(定義), 그리고 폭력에 대한 성찰로 나아간다. <베테랑>에서 초등학생이었던 아들이 이제는 고등학생이 되어 ‘학폭’ 문제에 시달린다.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그리하여 2편에서도 다짜고짜 침대에 누워있는 아들의 머리끄댕이를 잡아 올려 훈계하던 아버지이자 경찰인 서도철이, 이제 그 정의와 폭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행위를 절대적으로 옳은 것이라 믿는, 후배 박선우(정해인)도 그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든다. 그처럼 류승완 감독은 ‘내 깡패 같은 경찰’이 아니라 ‘성숙한 어른’이 되고자 하는 2편의 서도철을 통해, 여태껏 이 장르에 헌신해 온 그 누구도 하지 않았던 질문을 던진다. 빌런의 정체성(?)이 흐려진 탓에 1편만큼 ‘징벌’의 쾌감이 줄었을 수 있지만, 남산타워로 시작해 옥상과 터널 등에서 펼쳐지는 이른바 류승완표 액션의 밀도와 재미는 여전히 만족스럽다. 기자간담회에서 류승완 감독은 <베테랑2>를 두고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니라, 정의와 신념이 충돌하는 이야기’라 했다. 나쁜 정의와 옳은 신념 사이에서 당신은 누구 편을 들 것인가. (주성철 편집장)


〈베테랑2〉
〈베테랑2〉

 

9년 만의 복귀, 전작의 흥행, 메인 빌런의 부재 등 <베테랑2>가 넘어야 할 허들 앞에 류승완 감독은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의 ‘깡다구’는 통했다. 감히 <베테랑2>의 천만 관객을 예측하는 것은 추석 극장가 유일한 텐트폴 영화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은근히 머금은 전작의 풍미와 새 시대에 걸맞은 문제의식, 완전히 다른 연출 방식과 다층적인 서사 등 <베테랑2>가 지닌 매력 포인트가 무수하다.

<베테랑2>는 서도철을 주축으로 강력범죄수사대의 팀워크가 돋보이는 잠입수사로 극을 시작하며 손쉽게 관객의 기억 저편에서 전편을 끌어온다. <베테랑>의 메인 테마곡과 함께 마무리되는 도입부를 통해 지금 보고 있는 것이 <범죄도시>가 아닌 <베테랑>의 속편임을 알 수 있다. (물론, 9년 사이 <범죄도시> 시리즈에 물든 관객으로서 문득 ‘마동석은 언제 나오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2015년의 <베테랑>은 분명한 선악 구도로 ‘서도철’이라는 캐릭터가 올곧은 신념을 실현할 수 있는 확실한 판을 깔아주었다. 빠르고 거침없는 전개로 관객이 느끼는 통쾌함은 배가되었다. 그러나 2024년의 <베테랑2>는 스스로 구축한 서도철 그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다. 많은 이들이 공감했던 서도철의 정의란 과연 무엇인가. 이것이 달라진 시대에 진화한 관객을 대하는 류승완 감독의 방식이다.

전편 특유의 시원시원한 느낌은 부족하다. 서브플롯의 확장을 통한 쫀쫀함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류승완 감독 특유의 경쾌한 액션은 여전하니 기대할 만하다. (이진주 기자)


〈베테랑2〉
〈베테랑2〉

감히 천만 예상한다. 트렌디한 식재료를 가지고 손맛 좋은 요리사가 맛깔스럽게 비벼낸 것 같다. 사적 제재와 자경단, 정의구현, 사이버 렉카 등을 다룬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 류승완 감독은 지천에 널린 재료로 아는 맛의 요리를 해도 ‘내가 만들면 맛있다’는 듯, 꽤나 괜찮은 한 편을 내놨다. <베테랑2>는 ‘베테랑’이 아닌 아예 다른 제목을 붙였어도 될 만큼(물론, 영제는 ‘Veteran 2’가 아닌 ‘I, THE EXECUTIONER’다), 전편의 성공 공식을 부러 따르지 않으려 한 점이 인상 깊다. ‘보지 않아도 본 듯한’ 속편을 내는 인기 프랜차이즈와는 달리, <베테랑2>은 전편의 명확한 권선징악 구도를 버리고 판을 다시 짰다. 그래서 만약 <베테랑3>이 나온다면 또 어떤 주제로, 전편과는 어떻게 다른 이야기를 할지 궁금해서라도 극장을 찾을 듯하다.

그리고,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정해인의 시대가 와버렸다. 왜 박선우가 정해인이어야만 했는지를 몸소 증명하는 정해인은 이미 잘되고 있지만 앞으로 더 큰일 날 듯하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베테랑>의 후반부, 그리고 <베테랑2>의 오프닝에 등장하는 주부도박단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 배우 김재화와 현봉식을 필두로 한 주부도박단과 ‘미스 봉’ 장윤주의 잠입수사까지, ‘베테랑’ 프랜차이즈가 지속된다면, 스핀오프로는 ‘주부도박단’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