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준호 감독이 신작 영화 〈미키 17〉에서 할리우드 배우 마크 러팔로가 연기한 독재적 캐릭터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는 질문을 받아 화제를 모았다.
1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BFI 사우스뱅크에서 열린 '봉준호 대담' 행사에서 사회자는 러팔로가 맡은 캐릭터 케네스 마셜에 대해 "살짝 오렌지 빛 얼굴"이라고 묘사하며 특정 인물을 떠올리게 한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봉 감독은 "우리가 그의 이름을 말하지는 않지만, 모두 머릿속에 공유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을 당시 "왜 한국 영화가 상을 받느냐"며 공개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그러나 봉 감독은 이번 작품이 그러한 반감을 기반으로 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하며 "내가 그렇게 쩨쩨한 사람은 아니다"라고 웃음을 자아냈다.
봉 감독의 신작 〈미키 17〉은 얼음으로 덮인 우주 행성을 배경으로, 복제 인간으로 되살아나는 주인공 미키(로버트 패틴슨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봉 감독은 이 작품에 대해 “설정 자체가 기괴하면서도 슬프고 비인간적이어서 매혹적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원작 소설 「미키 7」을 각색하여 제목과 설정 일부를 변경한 이유에 대해서는 "(미키는 죽는 것이) 직업처럼 느껴져야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마크 러팔로에게 악역을 맡긴 이유에 대해 그는 “그가 악역을 연기한 건 처음”이라며, 대본 전달 당시 러팔로도 놀라움을 표했다고 전했다.

이번 대담은 영국영화협회(BFI)가 오는 4월 준비 중인 ‘봉준호 시즌’ 행사에 앞서 진행된 자리였다. 행사 입장권은 BFI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선판매에서 매진됐으며 일반 관객 판매는 시작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대담은 <플란다스의 개>부터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옥자>, <기생충>, >미키 17>에 이르기까지 봉 감독의 장편 영화 8편을 모두 다루며 제작 뒷이야기부터 감독의 작품세계를 두루 짚었다. 봉 감독의 작품세계에는 긴장감 넘치는 드라마, 사회 풍자, 그리고 유머가 적절히 어우러져 있다고 평가된다. 이에 대해 그는 “특별히 균형 잡으려 하지는 않는다”며 자신의 작업 방식을 밝혔다.
또한 자본주의 비판 의식과 관련된 질문에는 “어떤 이야기를 다뤄도 자본주의나 시스템 문제가 한층 아래 숨어 있다”며 이러한 주제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고 말했다.
대담 자리에는 〈기생충〉 통역으로 유명했던 최성재(샤론 최) 씨도 참석해 다시 한번 완벽한 통역 실력을 선보였으며 관객들로부터 큰 환호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