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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 카다시안, 에이미 슈머, 질리언 벨…넷플릭스 막장 로맨틱 코미디 〈임신입니다만?〉의 주역들

주성철편집장
〈임신입니다만?〉
〈임신입니다만?〉


“한 가족이 있었어. 아주 아름다운 공주들 가족이었지. 카다시안 가족이야. 그 가족은 아빠가 살인자를 변호해서 번 돈으로 산 궁전에 살았어.” 2월 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임신입니다만?>의 주인공 레이니(에이미 슈머)가 자려고 침대에 누운 친구 아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준다, 고 하면 거짓말이고 느닷없이 “진짜 이야기를 해줄게”라며 킴 카다시안 가족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처럼 센 이야기를 해도 되나 싶은데, 영화의 공동 각본가이기도 한 에이미 슈머는 기어이 킴 카다시안 가족 얘기를 마치 옛날 동화책처럼 전달하고 싶어서 전화를 걸어 의견을 물었다. ‘하워드 스턴 쇼’에 출연한 에이미 슈머에 따르면, “나는 이 농담을 꼭 하고 싶은데 괜찮겠어?”라는 에이미 슈머에게, 킴 카다시안은 쿨하게 승낙하며 “우리 아빠가 살인자를 변호했다는 이야기도 넣어봐”라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 그 이야기까지는 하지 않으려고 했던 에이미 슈머가 현재 공개된 버전의 대사를 쓸 수 있었다.
 

SNL에 출연한 킴 카다시안
SNL에 출연한 킴 카다시안


2003년 사망한 킴 카다시안의 아버지는 O J 심슨의 절친한 친구로, 당시 아내 니콜 브라운 심슨과 그녀의 친구 로널드 골드먼을 살해한 혐의의 재판에서 그의 변호인으로 활동한 바 있다. 물론 그것이 ‘팩트’라 해도, 에이미 슈머가 킴 카다시안과 무척 친한 사이여서 그런 장면이 가능했다. 킴 카다시안이 2021년 SNL에 호스트로 출연했을 때, 에이미 슈머가 여러 아낌없는 조언을 하며 도움을 주기도 했다. 당시 25세 연하의 코리 갬블과 사귀고 있는 엄마이자 매니저인 크리스 제너를 디스하며 농담의 소재로 삼는 등, 당시 킴 카다시안의 SNL 호스팅은 기대 이상의 호평을 받으며 시청률 상승도 견인한 바 있다. 

 

〈임신입니다만?〉
〈임신입니다만?〉


<임신입니다만?>의 전체적인 내용은 이렇다. 40대 초반의 초등학교 교사 레이니는 오랜 연인 데이브(데이먼 웨이언스 주니어)와의 결혼을 꿈꾸고 있다. 드디어 남자친구가 프로포즈를 할 것 같았던 날, 느닷없이 그는 프로포즈 대신 ‘쓰리썸’을 제안하고, 그렇게 두 사람의 오랜 연애는 비참하게 끝나고 만다. 어렸을 적부터 절친이자 임신 6개월 차 소식을 전한 케이트(질리언 벨)를 따라 의류 매장을 들른 레이니는, 우연히 접하게 된 가짜 임신 복대를 착용하기 시작한다. 케이트가 부러운 나머지 장난삼아 착용했다가 주변 반응이 좋고 오랜만에 관심과 축하를 받으니 그냥 그렇게 살아가기로 한다. 그러다 임신부 요가 클래스에서 메건(브라이언 하우이)이라는 새로운 친구를 만나게 되는데, 두 번째 아이를 임신한 메건은 레이니를 진짜 임신부라 생각하고 엄마로서의 노하우와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넨다. 그러던 중 유기견 보호소 운영자로 일하는 조시(윌 포테이)를 만나 반하게 되는데, 그는 임신 복대를 하지 않은 상태의 레이니를 만났기에, 지금까지의 상황을 전혀 모르는 상태다. 언젠가 탄로날 거짓말과 새로운 남자친구 사이에서 레이니의 고민은 깊어진다.

 

〈임신입니다만?〉 에이미 슈머, 우르질라 칼슨, 질리언 벨(왼쪽부터)
〈임신입니다만?〉 에이미 슈머, 우르질라 칼슨, 질리언 벨(왼쪽부터)


‘SNL 스타’ 에이미 슈머는 당대 미국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코미디언 중 한 명이다. 전반적으로 ‘막장 로맨틱 코미디’라 할 수 있는 <임신입니다만?>은 <아이 필 프리티>(2013) 이후 무려 7년 만의 코미디 영화 주연 복귀작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아이 필 프리티>보다는 못하다’ 혹은 ‘임신부를 소재로 지나치게 센 코미디를 구사한다’는 평이 지배적이긴 하나, 에이미 슈머의 개인기로 버텨내는 영화임을 부정하기 힘들다. 1981년생 에이미 슈머는 맨해튼 출신의 미국 스탠드업 코미디언이자, 작가 겸 배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빌 헤이더, 주드 애파토우 감독과 함께 한 <나를 미치게 하는 여자>(2015)로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골든글로브 코미디·뮤지컬 부문 여우주연상 후보에도 오른 바 있다. 역시 영화배우로서 대표작은 <아이 필 프리티>(2013)다. 

 

〈아이 필 프리티〉
〈아이 필 프리티〉


<아이 필 프리티>에서 언제나 통통한 몸매가 불만인 르네(에이미 슈머)는 늘 예뻐지고 싶다는 소원을 빌지만, 달라지는 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헬스클럽에서 과도하게 스피닝을 하던 중 미친 듯이 페달을 밟다가 그만 바닥에 내동댕이쳐져 머리를 부딪히게 된다. 창피하지만 웬걸, 거울 속의 자신이 평소 소원처럼 엄청나게 예쁘고 날씬해져 있음을 보게 된다. 물론 그것은 르네의 착각이었다. 달라진 게 전혀 없지만, 그 스스로 그렇게 믿게 된 것. 그날 이후,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게 행동하며 결국 화장품 회사의 데스크 자리에도 앉게 된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된 그 ‘필’이 결국 자신은 물론 주변까지 변화시킨다. 이후 레이저 시술부터 산후 성관계, 아기 이름 짓기 대참사, 씹어 먹는 비아그라에 얽힌 이야기까지 모조리 쏟아내는 넷플릭스 코미디쇼 <에이미 슈머: 나의 비상 연락처>(2023)로는 지난해 신설된 골든글로브 TV 스탠드업 코미디상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현재 킴 카다시안보다 더 절친이자 소울메이트에 가까운 배우 제니퍼 로렌스와 함께 각본을 쓰고 공동 주연도 맡는 제목 미정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레이디스 나잇〉(왼)과〈임신입니다만?〉 홍보 인터뷰 중인 질리언 벨과 에이미 슈머
〈레이디스 나잇〉(왼)과〈임신입니다만?〉 홍보 인터뷰 중인 질리언 벨과 에이미 슈머


<임신입니다만?>에서는 기억해 둘 또 다른 두 배우가 있다. 먼저 친구 케이트 역의 질리언 벨은 1984년생으로 에이미 슈머와 마찬가지로 SNL에서 맹활약한 각본가이자 코미디언이다. SNL로 2010년 프라임타임 에미상 예능 프로그램 부문 각본상 후보에도 올랐다. 영화배우로 출연한 작품들은 주로 국내 미개봉작들인데, 그중에서 OTT로 감상 가능한 추천작은 ‘여성판 <행오버>’라 할 수 있는 <레이디스 나잇>(2017)이다. 스칼렛 요한슨을 필두로 케이트 매키넌, 조이 크래비츠 등과 함께 대학 시절 베스트 프렌드 5인 중 하나인 ‘앨리스’로 출연했다. 그 다섯 친구들이 10년 만에 만나 마이애미로 휴가를 떠난다. 늦은 밤까지 광란의 홈파티가 이어지고, 흥이 폭발하는 가운데 앨리스의 실수로 남자 스트리퍼가 죽게 되는 불상사가 벌어진다.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다섯 친구들이 좌충우돌하고 더 끈끈해진다는 이야기다.

 

〈임신입니다만?〉(오른)의 에이미 슈머(왼)와 우르질라 칼슨​
〈임신입니다만?〉(오른)의 에이미 슈머(왼)와 우르질라 칼슨​

 


또 한 명의 발견은, 레이니가 일하는 학교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대마초를 피우던 팰런 역의 우르질라 칼슨으로 비중은 크지 않지만 <임신입니다만?>의 신스틸러이자 웃음 버튼이라 할 수 있다. 1976년생 우르질라 칼슨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나 뉴질랜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코미디언으로, 24살에 커밍아웃한 레즈비언이다. 30대에 뒤늦게 코미디언이 되어 뉴질랜드 최고의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됐는데, 40여 개 나라에 포맷이 수출된 <복면가왕> 호주판의 고정 패널이기도 하다. 더불어 영화의 제작자 중 한 명인, 역시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코미디 배우 아담 샌들러의 아내와 딸도 카메오 출연했다. 아내 재키 샌들러는 요가 클래스의 강사로 출연해 “이제 모두 모성의 공간으로 천천히 숨을 마셔보세요. 그리고 항문으로 내쉬세요”라며 방귀를 유도하고, 딸 서니 샌들러는 지하철에서 맞은편 자리의 임신한 레이니를 보고 “피부가 빛나는 거 같아요. 엄마, 나도 임신하고 싶어. 오늘 밤 당장!”이라며 임신을 추앙하는 딸로 출연했다. 
 

〈임신입니다만?〉의 재키 샌들러(왼)와 서니 샌들러(오른쪽 사진의 오른쪽)
〈임신입니다만?〉의 재키 샌들러(왼)와 서니 샌들러(오른쪽 사진의 오른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