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연기하고 '컷'(cut)을 외치는 게 여전히 어색하고 이상해요. 하지만 그걸 보는 배우들과 제작진이 더 어색할 걸 알아서 그냥 시치미 뚝 떼고 할 뿐이죠"
영화 〈로비〉의 감독이자 주연 배우인 하정우가 4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자신의 감독 역할에 대해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하정우는 영화 제작의 긴장감을 언급하며, "연기만 했을 때보다 감독으로서 영화를 내놓을 때 더 긴장되고 싱숭생숭하다"고 전했다. 이번 작품은 그의 세 번째 연출작으로, 지난 2013년 〈롤러코스터〉와 2015년 〈허삼관〉 이후 오랜 시간 동안 준비한 결과물이다.
다음 달 개봉 예정인 〈로비〉는 연구에 몰두하는 스타트업 대표 창욱(하정우 분)이 거대한 국책사업을 따내기 위해 로비 골프를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하정우가 직접 각본도 집필했으며, 그는 블랙코미디 장르가 자신에게 잘 맞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인물들이 각자의 욕망과 생각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방식이 그에게 매력적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세 번째 작품을 연출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여러 차례 작품 선택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영화 〈로비〉에서는 김의성, 강해림, 이동휘, 박병은, 최시원, 차주영, 곽선영 등 다양한 조연 배우들이 참여하여 앙상블을 선보인다. 특히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와 드라마 〈원경〉에서 주가를 높인 차주영은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영화에 도전한다. 그는 골프장 대표의 아내 다미 역을 맡아 전 남자친구와 통제적인 남편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을 연기한다. 차주영은 "평소 하정우 감독님의 팬이라 주저 없이 참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의성은 베테랑 공무원이자 정치권 실세인 최 실장을 맡았다. 그는 "작품이 가지는 역할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됐다"며 오랜 고민 끝에 출연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하정우는 김의성을 두고 "이 영화의 핸들을 쥔 캐릭터를 소화했다"며 그의 재발견이 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하정우 감독은 또한 "단역, 조연, 주연 모두가 이번 영화에서 큰 부분을 차지했다"며 "대사가 많고 다양한 인물이 갈등 관계에 놓인 상황이었는데, 베테랑 배우들과 함께여서 가능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