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키 17〉 속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_next/image?url=https%3A%2F%2Fcineplay-cms.s3.amazonaws.com%2Farticle-images%2F202503%2F17557_204945_4041.jpg&w=2560&q=75)
봉준호 감독의 할리우드 데뷔작 〈미키 17〉이 한국 극장가를 장악한 가운데, 한국영화 '신작 가뭄' 현상이 이달 하순부터 해소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중규모 이상 한국영화 개봉이 전무했던 상황이 곧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5일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중순까지 제작비 50억~80억원 규모의 중형 한국영화가 단 한 편도 개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기간 개봉한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퇴마록>,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등은 모두 상대적으로 작은 제작비로 제작된 작품들이다.
통상 2~3월은 설 연휴 영화가 물러나고 아카데미상 후보작들이 대거 개봉하는 한국영화 비수기로 꼽힌다. 그러나 <파묘>가 천만 관객을 돌파한 2024년이나 <카운트>, <대외비> 등이 개봉한 2023년과 비교해도 올해는 유독 한국 신작이 드문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이 〈미키 17〉과의 경쟁을 피하려는 배급사들의 전략적 판단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미키 17〉은 <기생충>으로 칸영화제와 아카데미상을 석권한 봉준호 감독의 6년 만의 신작으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괴물>과 <기생충>, 900만 명 이상을 모은 <설국열차>의 흥행 파워를 고려할 때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과 맞붙고 싶은 영화는 한 편도 없을 것"이라며 "〈미키 17〉의 개봉일 변경에 따라 국내 배급사들의 개봉 일정도 연쇄적으로 조정됐다"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키 17〉은 지난달 28일 개봉 이후 나흘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평균 매출 점유율 70%를 기록 중이다. 이는 극장을 찾는 관객 10명 중 7명이 〈미키 17〉을 선택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미키 17〉의 독주 체제는 이달 말부터 흔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개봉 예정인 조장호 감독의 스릴러 <스트리밍>을 시작으로 중대형 한국영화들이 연이어 관객을 찾기 때문이다. <스트리밍>은 인기 범죄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강하늘이 주연을 맡았다.
![영화 〈승부〉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_next/image?url=https%3A%2F%2Fcineplay-cms.s3.amazonaws.com%2Farticle-images%2F202503%2F17557_204946_4717.jpg&w=2560&q=75)
또한 27일에는 이병헌과 유아인이 바둑 대결을 펼치는 김형주 감독의 〈승부〉가 개봉한다. 이 작품은 바둑계 전설 조훈현과 제자 이창호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으며, 유아인의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넷플릭스 공개가 보류된 후 극장 개봉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배우 하정우가 <허삼관>(2015) 이후 10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로비>가 4월 2일 관객들과 만난다. 이 작품은 연구에만 몰두하던 스타트업 대표 창욱(하정우)이 4조원 규모의 국책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생애 처음으로 로비 골프에 뛰어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최근 흥행작이 없었던 하정우가 감독과 주연을 겸하며 자존심 회복에 나설지도 집중된다.
![영화 〈야당〉 포스터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_next/image?url=https%3A%2F%2Fcineplay-cms.s3.amazonaws.com%2Farticle-images%2F202503%2F17557_204947_4812.jpg&w=2560&q=75)
4월 23일에는 황병국 감독의 〈야당〉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작품은 대한민국 마약 시장을 설계하는 브로커 야당(강하늘)과 출세를 노리는 검사(유해진), 마약 범죄 소탕에 인생을 건 형사(박해준) 등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인물들의 충돌을 그린 범죄 액션물이다.
봄 시즌 극장가의 단골 손님이었던 <범죄도시> 시리즈의 마동석은 올해 새로운 작품으로 관객들을 찾는다. 4월 30일 개봉 예정인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악을 숭배하는 집단으로 인해 혼란에 빠진 도시에서 악의 무리를 처단하려는 해결사 바우(마동석)와 그의 동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오컬트 액션물이다. 마동석 특유의 시원한 액션으로 악마까지 제압하는 장면이 관객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_next/image?url=https%3A%2F%2Fcineplay-cms.s3.amazonaws.com%2Farticle-images%2F202503%2F17557_204948_4924.jpg&w=2560&q=75)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급 작품은 없지만, 다양한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여러 작품들이 연이어 개봉하면서 극장가는 벌써부터 기대중이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천만 관객을 동원할 <범죄도시> 시리즈 같은 확실한 흥행작은 없지만, '중박' 정도의 성적을 거둘 수 있는 여러 작품이 포진해 있어 고무적"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올해 초 뚜렷한 흥행작이 없다가 〈미키 17〉의 성공으로 영화와 극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개봉을 앞둔 한국 신작들도 상당한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