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지영 감독이 제주4·3을 다룬 새 영화 〈내 이름은〉의 촬영을 앞두고 작품을 통해 4·3의 올바른 이름을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마음을 밝혔다.
"제주4·3을 다룬 이 작품이 4·3의 제 이름(정명·正名)을 찾는 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정 감독은 21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했다.
정 감독은 이번 작품의 기획 의도에 대해 "잃어버린 이름을 찾는다는 내용의 시나리오를 읽고 아직도 정해지지 않은 4·3의 이름, 누구는 폭동이라고 하고 누구는 반란이라고 하고 누구는 항쟁이라고 하는 혼란 속에서 제대로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을 상징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4·3이 평화와 인권, 생명이라고 하는데 그런 쪽에서 미래 지향적인 이름을 정해주고, 많은 사람이 들어가서 무슨 내용인지를 확인하게 하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영화는 기존의 고발적·기록적 성격의 다큐멘터리나 영화 <지슬>과는 다른 접근법을 취한다. 정 감독은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한 여인이 트라우마를 극복해 가는 과정, 화해와 상생으로 가는 과정을 통해 4·3이 어떻게 치유돼야 하는지를 다루고자 한다"고 밝혔다.
4월 1일부터 촬영에 들어가는 〈내 이름은〉은 2021년 제주4·3평화재단의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1위를 차지한 작품이 원작이다. 정 감독은 "사실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다만 잃어버린 이름을 찾는다는 아이디어는 좋다고 생각했다"며 "원작자가 마음대로 고쳐서 영화를 만들어도 좋다고 해서 2년여간 작업해 촬영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4·3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움직임이 본격화하던 1998년, 50대 후반의 한 여인이 4·3으로 인해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가는 시간 여행을 그린다.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에 출연한 배우 염혜란이 주연을 맡고, 고교 시절 아들과 성장한 아들 역으로 박지민과 유준상, 의사 역으로 김규리가 출연한다.
정 감독은 이 작품의 성격에 대해 "대중영화"라고 규정했다. "누구의 자본에 좌지우지되지 않는, 감독 마음대로 만들 수 있는 영화가 독립영화인데 많은 시민이 돈을 모아 마음껏 만들어보라고 밀어줬기 때문에 독립영화인 것은 틀림없다"면서도 "상업영화라고 하면 돈만 벌려고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 약간 거부감이 있고, 대중을 상대로 영화를 만든다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대중영화 감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내년 4·3 주간 개봉을 목표로 올가을께 영화를 완성한 후 각종 국제영화제에 출품할 계획이다.
정 감독은 제주 사투리 사용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제주 사투리를 철저히 쓰면 제주도민이 아닌 관객들에게는 상당히 어렵게 다가올 것"이라며 "사투리를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지만 심하게 쓰지 않고 외지 사람들도 알아들을 정도의 사투리를 쓰는 게 어떤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영화는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당초 목표액 4천300만원의 10배에 달하는 4억400만원을 모으며 국내 영화 크라우드 펀딩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기록됐다. 총제작비 30억원 중 현재까지 12억8천만원을 확보했으며, 10억원 정도의 추가 투자가 거의 확정적이어서 약 10억원 정도가 부족한 상황이다.
정 감독은 "제주도민들이 '내가 영화를 만들고 있다', '우리 영화다'라고 생각하고 마음으로 움직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