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피엔드> 붐이 왔다. 네오 소라 감독의 영화 <해피엔드>가 국내에서 지난 4월 30일 개봉한 가운데, 장기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해피엔드>는 5/12(월) 기준 누적 관객 수 6만 명을 돌파한 것은 물론, ‘해친자’라는 팬덤을 형성하며 관객들의 N차 관람 ‘붐’을 일으키고 있다. 상영 3주 차에도 상영관이 나날이 늘어나는 등 <해피엔드>를 향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해친자’들을 위해 <해피엔드>의 비하인드를 모아봤다. 아래 내용은 앞서 씨네플레이와 네오 소라 감독이 진행한 인터뷰와 해외 매체와의 인터뷰 내용, 영화사 진진을 통해 밝혀진 공식 자료 등을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1. 도쿄를 배경으로 한 영화지만 주로 고베에서 촬영했다.

<해피엔드>는 근미래의 도쿄를 배경으로 한 영화지만, 대부분의 촬영은 고베에서 이뤄졌다. 특히나 <해피엔드> 속 고등학교 장면은 고베시립과학기술고등학교와 고베시립공업고등학교에서 촬영되었다. 특히나, 극 중 유타(쿠리하라 하야토)와 코우(히다카 유키토)가 교장 선생님의 차를 세우는 사건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학교 안에 크레인이 진입해 차를 세울 수 있어야 했는데, 해당 학교들은 자동차 엔지니어링 등의 과학기술을 전문으로 다루는 학교였기에 촬영이 가능했다. 더불어, 해당 학교의 실제 학생들과 교직원이 영화에 엑스트라로 출연하기도 했고, 학생들이 음악 연구 동아리방의 그래피티를 직접 그리기도 했다.

한편, <해피엔드> 포스터에 등장하는 육교는 오사카의 우메다에 있다. 그런데, 육교에서 촬영을 할 때 실제로 지나가는 행인에게 혼이 났다고. 그런데 네오 소라 감독이 행인과 이야기를 하다 친해져서 둘째 날 촬영에는 행인이 자신의 가족을 데려와 촬영을 견학했다고 한다. 또한 유타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악기점은 오사카의 아메리카무라에 있는 악기점이다.

2. 친구 5인 중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연기 경험이 없었다.

<해피엔드>의 주인공 5인방은 신선한 케미스트리를 내뿜는다. 에너지의 비결은 바로 비전문 배우 캐스팅이다. 5인방 중 아타 역의 하야시 유타만이 기존 연기 경력이 있고, 나머지 네 명은 모두 <해피엔드>로 연기에 처음 도전했다. 유타 역의 쿠리하라 하야토는 아디다스, 스포티파이 등 글로벌 브랜드의 일본 캠페인에 참여한 모델이고, 코우 역의 히다카 유키토는 한국 모델 에이전시 K플러스 소속의 모델이다. 한편, 밍 역을 맡은 시나 펭은 뉴욕타임스, 보그 등 세계적인 매체들과 협업한 유명 포토그래퍼이며, 톰 역의 아라지 역시 모델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밍 역의 시나 펭은 자신의 장기를 살려 <해피엔드> 촬영장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네오 소라 감독은 영화의 주인공들을 캐스팅하기 위해 오랜 기간 동안 수많은 오디션을 진행했지만, 이 다섯 배우를 처음 본 순간 직감적으로 그들이 적격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그는 씨네플레이와의 인터뷰에서 “기본적인 캐스팅 방침은 ‘그 사람 자체가 캐릭터에 가까운 사람을 찾자’였다.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배우를 찾자, 훈련된 프로 배우가 아니라 원래 자신의 모습이 영화 캐릭터에 가까운 사람을 뽑자,라는 생각이었다”라고 캐스팅 과정을 회고하며 지금의 배우들이 출연하게 된 것은 ‘기적’에 가깝다고 밝혔다.

다만, 아타 역의 하야시 유타를 제외하고는 모두 연기 경험이 전무한 상태라, 네오 소라 감독은 배우들과 연기 워크숍을 진행했다. 대다수는 모델 경험이 있어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을 낯설어하지 않았지만, 연기의 영역은 모델 활동과는 사뭇 달랐기에 워크숍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워크숍에서는 ‘마이즈너 테크닉’(샌포드 마이즈너의 연기 훈련법, 상대 배우와의 교류를 통해 자의식을 없애고 교류하는 것) 등의 훈련을 진행했고, 서로가 불편하다고 느끼는 퍼스널 스페이스까지 얼굴을 가까이 대고 뺨을 맞대는 등의 훈련을 하기도 했다. 그 결과, 이들은 자연스레 친해져 영화에서처럼 실제로 오랜 친구와 같은 사이가 되었다. 여담으로, 재일한국인 코우 역의 히다카 유키토는 실제로 한국계 할머니를 두고 있다고 한다.
3. 원래 제목은 <지진>이었다.

‘행복’과 ‘끝’은 서로 상충되는 말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네오 소라 감독은 ‘해피’(happy)와 ‘엔드’(end) 라는, 묘한 단어의 조합을 통해 디스토피아 영화와 청춘 영화를 오가는 영화의 독특한 지향점을 드러냈다. 네오 소라 감독은 씨네플레이와의 인터뷰에서 제목을 ‘해피엔드’라고 정한 이유에 대해 “영화에서 큰 세계와 주인공들인 청년들이 살고 있는 작은 세계가 그려지고 있는데, 디스토피아적인 미래 세계로 보면 사실 ‘엔드’다. 하지만 청년들의 세계에는 우정도 있고 에너지도 있는데, 그건 ‘해피’다. 서로 다른 이 두 개가 맞물려졌을 때 오는 그런 감각들을 그리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네오 소라 감독이 처음부터 영화를 ‘해피엔드’라는 제목으로 정했던 건 아니었다. 그는 처음 ‘지진’이라는 제목을 떠올렸다고 했다. 그러나, 감독은 영화가 지진을 그리고 있는 영화로 비치지 않길 원했을뿐더러, ‘지진’은 많은 일본 사람들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줄 수 있는 단어이기에 제목을 변경했다.
4. 오프닝의 테크노 클럽 장면에 ‘월드클래스’ DJ가 출연했다.

<해피엔드>의 오프닝은 강렬하다. 유타와 코우를 비롯한 음악 동아리 친구들은 불법 테크노 클럽에 들어가 신나게 음악을 즐긴다. 놀랍게도, 이 장면에 출연하는 DJ는 실제로 ‘월드클래스’라 부를 만큼 유명한 DJ 유스케 유키마츠(¥ØU$UK€ ¥UK1MAT$U)다. 그는 언더그라운드 테크노 씬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DJ로, 평소 네오 소라 감독과 친분이 있어 <해피엔드>에 출연하게 되었다.
네오 소라 감독은 씨네플레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테크노를 원래 굉장히 좋아한다. 그리고 유스케 유키마츠의 팬이었다. 그런데 에릭 로메르나, 허우 샤오시엔 영화를 보러 시네마테크 같은 곳에 가면 신기하게도 갈 때마다 유스케 유키마츠와 마주치더라. 어마어마한 영화 팬이시다. 제안을 드렸더니 흔쾌히 출연해 주셨다”라며 캐스팅 비화를 밝혔다.
5. 대규모 시위 장면을 계획했었다.

<해피엔드>는 정치에 관한 영화일까, 우정에 관한 영화일까? 영화는 그 경계를 오가며 두 가지 모두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애초에 네오 소라 감독이 스케치한 <해피엔드>는 보다 더 직접적인 정치 영화였다. 본래 각본에는 대규모 시위 장면이 있었지만, 예산의 제약으로 인해 영화에는 들어가지 않게 되었다. 그 대신, <해피엔드>는 유타와 코우의 내면과 관계의 균열에 집중하는 연출을 따르게 됐다. 네오 소라 감독은 "친구를 잃는 감정이 단순히 사소한 일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거대한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6. OST에 음악감독의 반려 앵무새 소리가 들어갔다.

<해피엔드>는 테크노를 비롯한 삽입곡과 디스토피아적 분위기와 청춘의 색채를 동시에 담아낸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의 활용이 돋보이는 영화다. <해피엔드>의 음악감독은 리아 우양 루슬리로, A24 영화 <프러블러미스타>, HBO 시리즈 <판타스마스> 등을 작업한 인물이다. 네오 소라 감독은 리아 우양 루슬리 감독에게 ‘유타와 코우가 30대가 되어 자신의 고등학교 생활을 돌아본다면?’이라는 질문으로부터 출발한 음악을 작업하길 원했고, 리아 우양 루슬리는 피아노 앞에 앉아 즉흥적으로 연주하며 질문에 대한 답을 내려갔다. 실제로 사운드트랙에는 그녀가 감독에게 보낸 피아노 연습 녹음 파일이 그대로 사용되기도 했고, 배경에 루슬리의 반려 앵무새 소리까지 들어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