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이 별에 필요한〉 한지원 감독 [넷플릭스 제공]](/_next/image?url=https%3A%2F%2Fcineplay-cms.s3.amazonaws.com%2Farticle-images%2F202506%2F18828_207486_423.jpg&w=2560&q=75)
넷플릭스의 첫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이 별에 필요한〉이 그려낸 2050년 서울의 풍경은 미래 기술과 현재의 정서가 공존하는 독특한 공간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홀로그램,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무인 택시, 드론 택배 등 첨단 기술이 일상에 녹아든 미래 서울의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세운상가, 서울로7017, 롯데월드타워, 을지로 골목 등 현재 서울 시민들이 즐겨 찾는 장소들의 고유한 매력을 그대로 살렸다.
대부분의 근미래 배경 영화나 드라마가 디스토피아적 암울함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이 별에 필요한〉은 따뜻하고 푸르른 미래 서울의 이미지를 제시해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인상을 남겼다. 봉준호 감독은 "우주와 일상을 감싸 안는 섬세한 시각적 완성도를 갖췄다"며 작품에 찬사를 보냈다.
한지원 감독은 2일 서울 종로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서울은 제가 굉장히 사랑하는 도시이고, 이 작품이 청년에 관한 이야기여서 암울한 세계관 안에서 그리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미래의 모습은 오히려 따뜻한 풍경이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우리의 애정이 서린 곳은 그대로 남아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이 별에 필요한〉 속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_next/image?url=https%3A%2F%2Fcineplay-cms.s3.amazonaws.com%2Farticle-images%2F202506%2F18828_207487_4253.jpg&w=2560&q=75)
한 감독은 작품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바뀔까'보다 '무엇이 남아 있을까'라는 질문에 더 중점을 두었다고 전했다. 그는 "2000년대 서울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면 지금도 그대로인 곳이 많다"며 "주인공들이 실제로 우리와 같은 태양 아래, 같은 행성 위에 있는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애니메이션 〈이 별에 필요한〉은 화성 탐사를 꿈꾸는 우주인 난영(김태리 목소리 연기)과 음악인의 길을 접고 악기 수리점에서 일하는 제이(홍경)의 사랑 이야기를 그려낸다. 작품은 영화 중반부까지 서울을 배경으로 하다가 후반부에서는 화성과 우주로 무대를 옮긴다.
한혜진 감독은 "평소 우주라는 소재를 좋아했다"며 "어른들의 감정선과 성인 취향의 그림체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장르의 작품을 구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작품의 독특한 점은 미래지향적인 소재와 배경에도 불구하고, 두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현대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난영과 제이가 바닥에 떨어진 턴테이블을 줍다 손이 부딪히며 얼굴을 붉히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입을 맞추는 장면들은 낯설게 다가오지 않는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이 별에 필요한〉 속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_next/image?url=https%3A%2F%2Fcineplay-cms.s3.amazonaws.com%2Farticle-images%2F202506%2F18828_207488_4320.jpg&w=2560&q=75)
현재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3D 기술이 주류를 이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별에 필요한〉은 2D 기법으로 제작되어 독특한 매력을 선사한다.
한 감독은 "작품의 주제도 그렇지만 (그림체도) 사람의 손맛이 느껴지는 아날로그를 좋아한다"며 "앞으로도 2D 애니메이션을 지향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만화방 손녀'로 자란 한 감독이 2D 애니메이션에 매료된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그에게 첫 감동을 선사한 애니메이션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1997년 작 〈모노노케 히메〉였다.
한 감독은 "그때부터 애니메이션 감독을 꿈꿨다"며 "여러 작품을 보며 대학교에서도 애니메이션을 전공했고 독립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활동하게 됐다"고 돌아봤다.
한 감독은 〈이 별에 필요한〉을 제작하면서 독립 애니메이션 작업 때보다 자유로움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이 별에 필요한〉 속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_next/image?url=https%3A%2F%2Fcineplay-cms.s3.amazonaws.com%2Farticle-images%2F202506%2F18828_207489_443.jpg&w=2560&q=75)
"인디 규모로 작업했다면 훨씬 더 많은 것을 타협해야 했을 거예요. 제가 한 모든 애니메이션 작품은 제작 과정이 지난했고 (제작비로 인해) 타협도 많이 했죠. 이번엔 비주얼만큼은 타협을 덜 했어요. 이 작품이 어떤 포맷으로 공개되느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며 "어른들을 위한 로맨스 애니메이션은 세계적으로 잘 없는, 도전적인 장르에요. 오히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여서 이 작품을 택해줬다고 생각합니다."
넷플릭스의 지원으로 배우 김태리와 홍경을 주요 목소리 연기자로 캐스팅할 수 있었다. 한 감독은 "두 분 각각의 개성이 난영과 제이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며 "생각했던 것보다 더 열정을 쏟아줘서 협업 과정이 매우 즐거웠다"고 전했다.
이어 한 감독은 "〈이 별에 필요한〉 같은 한국 애니메이션이 나왔을 때 신진 창작자들이 '아, 내 꿈을 계속 좇아가도 되겠구나' 하고 생각하면 좋겠다"며 한국 애니메이션계가 개성과 다양성을 갖춰나가는 현 단계에서 따뜻한 격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