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병산서원이 훼손되는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KBS 2TV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가 시청자들과 만난다. 해당 드라마는 촬영 과정에서 문화재에 손상을 입힌 사실이 밝혀져 제작진이 공식 사과했다.
연출을 맡은 이웅희 감독은 11일 서울 구로구 디큐브시티 더 세인트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드라마 제작 과정에서 문화재 훼손 사건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 12월 촬영 당시 병산서원의 만대루와 동재 보이기에 총 10곳에 못을 박아 촬영 소품을 설치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이 감독은 "저희의 잘못임을 인정하며, 관련 촬영분은 모두 폐기했다"고 밝혔다. 또한 "드라마는 지친 일상에 활력을 주는 매체임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소식을 전해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이어 "기존 문화유산 촬영 가이드라인을 전면 재정비했으며, 전문가 의견에 따라 훼손 부위를 추적 관찰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국가유산청과 경찰의 조사가 진행 중이며, 이에 따른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배우들도 이번 사건에 대해 책임감을 표명했다. 남자 주인공 역의 옥택연은 "이번 일을 계기로 스태프와 배우 모두 경각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여자 주인공 서현 역시 "변명의 여지가 없으며, 앞으로 어떤 촬영 현장에서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는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평범한 여대생이 로맨스 소설 속 세계로 들어가 자신의 영혼이 단역 ‘차선책’의 몸에 깃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원작에서 단 한 줄 등장했던 ‘차선책’은 술에 취해 남자 주인공과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이로 인해 소설 속 인물들의 관계와 전개가 원작과 달라지며 혼란에 빠진다.
서현은 차선책 역을 맡았으며, 남자 주인공 ‘이번’ 역은 옥택연이 연기한다. 이번은 왕의 총애를 받는 종친으로 출중한 외모와 무예 실력을 갖춘 인물이다. 두 배우는 K팝 2세대를 대표하는 그룹 출신으로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서현은 “원작 팬으로서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운명처럼 느꼈다”고 말했다. 옥택연 역시 “오랜 기간 함께 활동한 만큼 내적 친밀감이 컸고, 서현과 호흡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두 사람 모두 아이돌 시절부터 쌓아온 우정이 작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드라마는 원작의 큰 줄기는 유지하면서도 한국적 정서에 맞게 각색됐다. 원작 배경이 서양풍 시대극이었다면, 드라마는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으로 변모했다. 이 감독은 “결혼 전에 하룻밤을 보냈다는 설정이 유교 사회에서 더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 판단해 사극으로 각색했다”며 “더 재미있고 풍부한 표현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두 주인공의 개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노력했으며, 실제 배우들이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싱크로율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그는 “여자가 싫어하던 남자에게 서서히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도 흥미롭게 그려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