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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 죽음의 바다〉 등 12월 셋째 주 개봉작 전문가 별점

12월 개봉작 〈노량: 죽음의 바다〉,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 〈사랑은 낙엽을 타고〉, 〈신세계로부터〉, 〈힐마 아프 클린트 - 미래를 위한 그림〉 별점

씨네플레이

노량: 죽음의 바다 

감독 김한민

출연 김윤석, 백윤식, 정재영, 허준호

〈노량: 죽음의 바다〉
〈노량: 죽음의 바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다치고 지친 인간 이순신의 내면에 다가가다
★★★

이순신 3부작에 걸맞는 이야기와 접근이다. <노량: 죽음의 바다>는 이순신이 전사한 노량해전을 배경으로 그의 인간적인 고뇌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워야 하는 명분을 구현한다. 7년의 전쟁 동안 아끼는 이들을 잃고 자신조차 지친 이순신의 상실과 그리움이 바다에 투영되면서 해상 전투신은 액션의 쾌감보다는 진혼곡으로 울려 퍼진다. 명과 왜 사이에서 사사로운 이익이 아닌 대의를 위해 싸우기를 각오한 장군의 결심은 <서울의 봄>과도 이어지며 이 시대에 요구하는 하나의 기준을 정립하고자 한다. 지금 가장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역사극.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10년을 이어온 뚝심
★★★

이순신이라는 망망대해를 마음에 품고 10년간 헤엄쳐 온 감독의 노련함이 엿보인다. 무려 100분간 이어지는 해상 전투의 프로덕션 디자인 완성도도 상당하거니와, 전투의 전략을 알기 쉽게 담아낸 카메라 운용과 빛과 조명의 활용 모두 수준급이다. <한산>에 비하면 해상 전투의 쾌감이 덜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데, 여러모로 스포일러가 불가능한 이순신 최후를 그리기 위해 카타르시스보다 비장미에 구두점을 찍은 영향으로 보인다. 이야기와 감정적으로는 <명랑>의 흘러넘침과 <한산>의 담백함 사이에서 온도를 조율한 느낌. 후반부 북소리가 안기는 감흥과는 별개로, 그 쓰임의 길이가 다소 늘어진다는 인상을 주기는 한다. 이러거나 저러거나, 전혀 다른 느낌의 세 명의 이순신(최민식·박해일·김윤석)을 내세운 기백이나 10년을 이은 뚝심 등 유의미한 발자국을 남긴 시리즈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기념비적 대작 시리즈의 완성
★★★☆이순신 3부작의 완결편. 10년간 이순신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한 김한민 감독은 임진왜란의 마지막, 이순신의 마지막, 시리즈의 마지막에 걸맞은 끝맺음을 보여준다. 참혹했던 7년간의 전쟁을 집약적으로 담은 원테이크 장면, 최후 전투에서 죽음을 맞기까지 이순신의 내면 묘사가 두드러진다. 분량과 규모, 물량뿐 아니라 완성도 면에서 전편들을 뛰어넘는 해상전은 한국 전쟁 영화의 최고 수준에 도달한다. 독보적인 발성과 눈빛으로 이순신의 고뇌를 깊이 있게 표현한 김윤석, 무서울 정도로 압도적인 화면 장악력을 펼치는 백윤식 등 출연 배우들의 열연은 시리즈가 유종의 미를 거두는 데 혁혁히 기여한다.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

감독 제임스 완

출연 제이슨 모모아, 패트릭 윌슨, 야히아 압둘 마틴 2세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액션 어드벤처 가족물
★★★

히어로물에 대한 기대치를 너무 낮춘 영향일까. ‘응? 볼만한데?’ 그러고 보니, DCEU 중 가장 큰 흥행력을 뽐낸 히어로 아니었던가. 1편에 이어 메가폰을 잡은 제임스 완은 바다 외에 사막과 정글도 적극적으로 끌어안았다. <인디아나 존스> 류의 액션 어드벤처물 분위기가 히어로물을 앞서가는 인상도 주는 이유인데, 이것은 1편에서도 구사한 전략인지라 그리 놀랍진 않다. 전편의 빌런이었던 동생 옴(패트릭 윌슨)을 아군으로 편입하면서 펼쳐내는 형제 브로맨스는 마블의 토르-로키 형제 행보를 떠올리기도 한다. 여러모로, 새로움보다는 익숙함 사이에서 볼거리에 집중한 작품.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가라앉은 개성
★★★5년 만에 돌아온 <아쿠아맨> 두 번째 솔로 무비. 전편의 빌런이었던 아쿠아맨의 이부동생 옴이 전략적 파트너로 나서니 DC 버전 <토르>가 되어 버렸다. DC 슈퍼히어로 아쿠아맨만의 특색이 반감된다. 1편 <아쿠아맨>(2018)에서 해양 액션 블록버스터의 정수를 보여주었던 제임스 완 감독이지만 이번엔 무리수를 둔다. 풍성한 볼거리는 물론 지구 온난화 주제, 액션, 모험, 판타지, 본인의 장기인 호러, 여기에 유머까지 강화하느라 분주하다. 들인 노력에 비해 결괏값은 범작이다. 전편에서 관객을 사로잡았던 비주얼마저 기존 SF, 판타지 레퍼런스가 떠오르는 모양새여서 흥미가 떨어진다.  


사랑은 낙엽을 타고

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

출연 알마 포이스티, 주시 바타넨

〈사랑은 낙엽을 타고〉
〈사랑은 낙엽을 타고〉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멜랑콜리 해피엔딩
★★★★

두 육체 노동자의, 그 어떤 장식도 없는 로맨스. ‘우울한 시대의 낭만주의’라고 부를 만하다. 그러면서도 아키 카우리스마키 특유의 촌철살인 대사와 간결한 유머가 결합된다. 흥미로운 건 이 영화가 일종의 뮤지컬 스타일을 품고 있다는 것. 게다가 카우리스마키의 시네필 취향도 반영되어 있다. 로맨틱 코미디라고 보기엔 조금 건조해 보이지만, 그 속살엔 촉촉한 감성이 깃들어 있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헬싱키의 연인들
★★★★핀란드의 거장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스무 번째 영화. 그가 1980년대 만든 ‘프롤레타리아’ 3부작을 잇는 작품으로 가난한 노동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특유의 데드팬 코미디로 선보인다. 30년이 지났어도 노동자의 현실은 전쟁터나 다름없다.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인물들은 불행과 절망 속에서도 이타심을 잃지 않으며, 영화 안팎에 흐르는 음악이 이들의 무미건조한 삶을 달랜다. 서늘한 공기로 가득 찬 화면에서 조금씩 배어 나오는 유머, 가느다란 희망의 빛줄기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신세계로부터

감독 최정민

출연 정하담, 김재록 

〈신세계로부터〉
〈신세계로부터〉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믿음과 불신의 파편들
★★★

탈북 과정에서 어린 아들을 잃은 주인공은 사이비 종교에 맹목적으로 매달린다. 교주를 모시고 낯선 지역에서 시작한 포교 활동이 녹록지 않지만, 아들의 부활을 위해 모진 수모를 견딘다. 영화는 탈북이주민과 사이비 종교를 통해 한국 사회와 종교의 이중적 잣대를 지적한다. 이주민을 이방인 취급하며 다른 종교를 배척하는 이들의 비뚤어진 태도와 이기적인 믿음에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신랄한 충격을 안길 것이다. 탈북이주민 여성을 연기한 정하담의 연기는 이번 작품에서도 독보적이다. 


힐마 아프 클린트 - 미래를 위한 그림

감독 할리나 디르스츠카

출연 힐마 아프 클린트, 에르스트 페테 피셔, 율리아 포스

〈힐마 아프 클린트 - 미래를 위한 그림〉
〈힐마 아프 클린트 - 미래를 위한 그림〉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천재 여성 예술가의 재발견 
★★★

2018년부터 뒤늦게 주목받기 시작한 19세기 스웨덴 화가 힐마 아프 클린트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 추상미술의 선구자였으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미술사에서 배제된 그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재조명한다. 1천여 점의 작품과 2만여 점의 기록을 남긴 열정가, 보이지 않는 세계를 구현한 신비주의자, 후대에 남길 작품 아카이빙을 계획한 실행가 등 시대를 앞서간 천재 예술가의 여러 면모를 차분하게 살핀다. 흥미로운 구성으로 인물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기보다 평전과 같은 형식으로 현대미술사에서 ‘여성 화가’ 힐마 아프 클린트의 위치를 바로잡는 데 의의를 둔 미술 다큐멘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