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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끌어내리고 1위에 오른 배급사는

성찬얼기자

2023년, 할리우드의 진짜 승자가 밝혀졌다. 그동안 2023년 흥행 1위를 차지한 <바비>가 가장 웃고 있었을 듯하나, 실체는 조금 달랐다. 2023년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가장 많은 흥행 수익을 남긴 건 <바비>의 워너브러더스가 아니고, 유니버설 스튜디오였다. 특히 이번 기록은 특기할 만한데,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월트 디즈니 컴퍼니가 1위가 아닌 해이기 때문.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승리를 도모한 작품과 다른 배급사들의 실패 이유를 훑어본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팬심을 자극하다​

2023년 유니버설의 쌍두마차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왼쪽), 〈오펜하이머〉
2023년 유니버설의 쌍두마차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왼쪽), 〈오펜하이머〉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2023년 최고의 승자가 되는덴 두 영화가 견인했다. 하나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이고 하나는 <오펜하이머>이다. <바비>가 개봉하기 전까지 2023년 최고 흥행을 기록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최종 성적은 약 13억 6천만 달러. <바비>와 같은 날 개봉하며 '바벤하이머' 밈까지 탄생시킨 <오펜하이머>도 근 10억 달러까지 수익을 올려 2023년 박스오피스 3위에 올랐다. 워너브러더스 입장에선 배 아플 만한 부분이 매번 본인들과 작업하던 크리스토퍼 놀란이 유니버설과의 첫 작품으로 쐐기를 박았기 때문. 자업자급인 데다(워너브러더스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극장 개봉에 대해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여서 놀란이 떠난 것) 결과적으로 같은 배급사였다면 '쌍끌이 흥행' 같은 건 불가능했겠지만, 어쨌든 사촌이 땅 사도 배 아픈데 라이벌 기업이 이걸로 1위를 해버렸으니 속이 안 쓰릴 수 없겠다.

 

블룸하우스+유니버설=성공 (〈메간〉, 〈프레디의 피자가게〉)
블룸하우스+유니버설=성공 (〈메간〉, 〈프레디의 피자가게〉)
엔싱크 완전체 싱글로 화제가 된 〈트롤: 밴드 투게더〉
엔싱크 완전체 싱글로 화제가 된 〈트롤: 밴드 투게더〉

여기에 유니버설은 올해 대중적인 관객보다 팬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데 성공했다. 블룸하우스의 <메간>, 나이트 M. 샤말란 감독의 <똑똑똑>, 실화에 블랙코미디적 상상력을 곁들인 <코카인 베어>, 동명 원작 게임의 팬덤을 사로잡으며 하반기 다크호스로 자리매김한 <프레디의 피자가게>, 엔싱크(NSYNC) 완전체 재결합을 성사시킨 <트롤: 밴드 투게더> 등등 상상력과 팬심을 자극하는 영화들이 대체로 흥행을 거두며 스튜디오의 성공에 일조했다.

물론 모든 작품이 흥행한 것은 아니다. 1위 유니버설이 49억 7천만 달러, 2위 디즈니가 48억 2700만 달러라는 점을 보면 분명 모든 작품이 대박인 것은 아니다. 유니버설의 대표 프랜차이즈이나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4억 달러를 들여 판권을 샀기에 흥행 성공에도 아쉬운 <엑소시스트: 믿는 자>, 유니버설의 대표 공포 캐릭터 드라큘라를 새롭게 재해석했으나 흥행은 실패한  <렌필드>, <오펜하이머>의 장기 흥행으로 스튜디오에서도 뒷전으로 미룬 <틴에이지 크라켄 루비> 등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도 많았다. 그러나 쌍두마차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와 <오펜하이머>가 그것을 메꾸고도 남을 성적으로 스튜디오를 하드캐리한 셈. 따지고 보면 2위 디즈니보다 7편이나 더 공개했으니 어떤 면에선 '물량공세'의 승리라고도 볼 수 있다. 


라이벌들의 자강두천 헛발질

최악의 페이즈 개막작이 된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최악의 페이즈 개막작이 된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최고의 작별인사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최고의 작별인사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여러 의미로) 영화 이상의 여파를 남긴 〈인어공주〉
(여러 의미로) 영화 이상의 여파를 남긴 〈인어공주〉

사실 2023년의 유니버설 역전승은 다른 배급사들의 '헛발질' 덕분이긴 하다. 특히 지난 몇 년간 1위를 놓친 적 없는 디즈니의 헛발질이 크다. 디즈니는 총 17편을 공개했다(OTT 독점 공개작 제외). 라인업만 보면 꽤 든든했는데, MCU 영화 두 편에 고전 명작 애니메이션의 실사화, 전설적인 프랜차이즈의 완결편, 100주년 기념작 등이 포진했기 때문. 그러나 기대만큼의 성적을 낸 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정도가 유일했다. 페이즈 5의 서막을 여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히어로영화와 MCU 세계에 대한 누적된 피로도, 시리즈의 아이덴티티를 버리고 무거운 소재를 택해 전작보다 혹평을 받았다. 캐스팅 단계부터 설왕설래가 많았던 <인어공주>는 들인 제작비 대비 성과를 얻지 못했고, 시리즈의 완결을 짓는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은 손익분기점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올 한 해는 거대 프랜차이즈를 거느리고 있는 디즈니가 장기적인 계획에서 완전히 틀어진 순간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2023년 전 세계 박스오피스 1위에 빛나는 〈바비〉
2023년 전 세계 박스오피스 1위에 빛나는 〈바비〉
그러나 에즈라 밀러의 사건사고와 DCEU 완결 확정 등으로 힘을 못 쓴 DCEU 영화들
그러나 에즈라 밀러의 사건사고와 DCEU 완결 확정 등으로 힘을 못 쓴 DCEU 영화들

3위 워너브러더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바비>를 들고 있긴 하나 워너의 큰 패는 이미 죽은 패나 다름없었다. 올해 가장 화제작인 <샤잠! 신들의 분노> <플래시>, <블루 비틀>,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 모두 DCEU가 끝나고 DCU라는 새로운 프랜차이즈를 발표한 시점에서 큰 반전 없이 관심도가 떨어졌다. <메가로돈 2>이나 <매직 마이크스 라스트 댄스> 등 전작이 쏠쏠했던 작품들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의외로 <이블 데드 라이즈>가 저예산으로 가성비 좋은 성적을 냈지만 전세를 흔들 정도는 아녔으니, 전체적으론 운영진의 방만한 기획들이 민낯을 드러낸 해라고 할 수 있다.

4위, 5위는 소니 픽처스(콜롬비아 픽처스)와 파라마운트 픽처스가 차지했다. 3위 워너브러더스(38억 달러)와는 꽤 큰 차이를 보였는데, 정작 두 회사는 각각 20억 9400만 달러, 20억 2600만 달러로 엎치락뒤치락하는 분위기였다. 


2024년의 판도는 과연

〈듄: 파트 2〉
〈듄: 파트 2〉
〈미키 17〉
〈미키 17〉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로 이어지는 워너브러더스 2024년 라인업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로 이어지는 워너브러더스 2024년 라인업

 

그럼 이제 2024년엔 과연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예상해보자. 먼저 가장 화려하게 시작점에 선 회사는 워너브러더스로 보인다. 워너브러더스는 2월~3월(지역마다 다르다) <듄: 파트 2>를 공개할 예정이다. 전작 <듄>은 코로나19 팬데믹 사이에서 극장 개봉과 OTT 공개 동시에 했는데도 전 세계 4억 달러 수익을 올렸다. 팬데믹이 지나간 지금 <듄: 파트 2>는 그보다 높은 수익을 낼 가능성이 크다. 그 뒤를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 <고질라 X 콩: 뉴 엠파이어>,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가 이어받고 하반기에도 <비틀쥬스 2>, <조커: 폴리 아 되>가 대기 중이니 라인업은 1위를 노려볼 만하다. 

올해 1위인 유니버설은 <아가일>, <쿵푸 팬더 4>, <스턴트맨>, <슈퍼배드 4>, <위키드: 파트 1> 정도만 노림 직하다(그 외에 국제 배급만 맡은 <글래디에이터 2> 정도). 디즈니의 1위 탈환도 쉬워 보이지 않는다. MCU 계획 개편으로 MCU 영화 대다수를 연기했기 때문. 그러나 2024년에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인사이드 아웃 2>, <데드풀 3>, <에이리언: 로물루스>, <무파사: 더 라이온 킹> 등 기존 인기 프랜차이즈의 속편은 건재해 1위는 못해도 실속은 챙길 것으로 보인다. 

과연 유명 프랜차이즈들의 속편이 배급사들의 기를 살려줄지.
과연 유명 프랜차이즈들의 속편이 배급사들의 기를 살려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