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년 넘게 영화를 만들었지만, 여전히 내 스타일이나 테마를 정하지 않았다. 일본의 젊은 감독들의 작가성은 뛰어나지만, 나처럼 장르영화를 찍는 감독은 없는 것 같다. 가능성이 많은 것이 바로 영화다. 영화적이어야만 영화의 가능성이 더 넓어진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기자회견 현장
69세 노감독이 한 해 두 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두 편 모두를 초청했고, 노감독은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했다. 봉준호 감독이 ‘오랜 광팬’이라고 일찍이 러브콜을 보낸 이 주인공은 다름 아닌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다.
1955년 고베에서 태어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어릴 때부터 영화 보는 걸 좋아했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한 후 로망 포르노 영화인 <간다천 음란전쟁>(1983)으로 데뷔했고, <큐어>(1997)를 통해 국제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도쿄 소나타>(2008)는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심사위원상’을, <해안가로의 여행>(2014)은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감독상’을 받았으며, 최근 <스파이의 아내>(2020)로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다.
이번에 부산에 들고 온 영화 두 편은 <클라우드>와 <뱀의 길>이다. 나이가 들수록 깊어지는 시선에 구로사와 기요시 특유의 장기인 스릴러를 버무려 웰메이드 장르영화로 탄생시켰다. 먼저 <클라우드>는 3년간 다닌 공장을 때려치우고 전문 리셀러 ‘라텔’로 살아가는 요시이(스다 마사키)가 다수의 구매자들로부터 추격을 당하며 악의, 폭력, 집단광기의 연쇄를 구현해냈다. 보이지 않는 것에 영화적 실체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언뜻 전작 <큐어>(1997)를 연상시킨다.
두 번째 영화 <뱀의 길>은 감독의 1998년 동명 전작을 프랑스에서 ‘셀프 리메이크’한 독특한 작업이다. 파리 교외에 사는 프리랜서 기자 알베르(다미엔 보나드)가 잔혹하게 살해당한 어린 딸의 복수를 다짐하고, 알 수 없는 이유로 복수를 돕는 일본인 의사 사요코(시바사키 코우)가 등장하며 영화는 아무도 짐작하지 못한 충격적인 진실로 달려간다. 마치 ‘이것이 장르영화의 표준’이라고 외치는 것만 같은 두 편의 영화를 들고 온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갈라 프레젠테이션 기자회견 현장을 중계한다.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구로사와 기요시 여러분, 안녕하세요. 일본에서 온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입니다. 제가 40년 이상 영화를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일본에서도 그러고 한국에서도 ‘베테랑’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영화 한 편 끝나고 나면 ‘다음에 뭐 찍기?’ 고민할 정도로 제 테마나 스타일이 안 정해졌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좀 ‘이상한 감독’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관객들과 저의 인식이 다를 수 있습니다. 사실 좀 이상하다고 말씀드렸는데, 제가 올해로 69세입니다. 올해 영화 두 편을 들고 부산을 찾았는데요, 69세에 영화 두 편 만드는 감독은 아마 없을 것 같네요.(웃음)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도 수상하셔서 더 뜻깊은 해일 것 같습니다. 올해 부국제에 방문한 소감이 남다를 것 같아요.
구로사와 기요시 부산은 여러 번 방문했죠. 이번에는 굉장히 특별한 한 해가 될 거 같아요.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이라는 명예로운 상을 받았으니까요. 2일 밤, 정말 화려한 개막식에 참여했는데, 태어나서 이렇게 훌륭한 개막식은, 또 이렇게 긴 레드카펫에 선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제 신작 두 편이 모두 부국제에서 상영되는데요. 평생 처음이지 않을까요? 제겐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겁니다. 개막식이 끝나고 리셉션 파티에서 프랑스, 캐나다, 홍콩, 일본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크리에이터들을 만났습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아, 부국제가 바로 세계영화의 축소판이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금 했죠. 일본에서 한 시간 반이면 도착하는 부산에 세계 영화가 모두 모여 있었습니다!

개막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영상 인사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오랜 ‘광팬’”이라고 말했는데요. 그에 대한 감독님의 일종의 응답을 이 자리에서 해주신다면요?
구로사와 기요시 너무너무 감격했어요. 사실 봉준호 감독과 몇 번 만나면서, ‘한국에 있는 내 친구 한 명?’ 이런 느낌이었는데요. 유명해지고 세계적인 거장으로 인정받게 되면서, ‘아, 이제는 내 손이 닿지 않는 구름 위에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까지 했었습니다. 개막식 코멘트에서 제 영화 이름을 하나하나 거론하면서 세세하게 이야기해줘서 ‘아직 나를 친구로 생각해주고 있구나’하는 생각에 기뻤죠.(웃음)
두 편의 영화를 들고 오셨습니다. 먼저 <뱀의 길>부터 간단한 소개를 해주신다면요.
구로사와 기요시 한 편은 프랑스 작품이고 한 편은 일본 작품입니다. 둘 다 전형적인 장르영화고요, 어떤 의미에서는 B급 영화입니다. 먼저 프랑스 영화라고 한 <뱀의 길>은 작년 봄에 프랑스에서 촬영을 했습니다. 사실 25년 전 제가 일본에서 찍은 영화를 프랑스에서 ‘셀프 리메이크’한 특이한 작업이기도 했죠. 오리지널은 야쿠자가 나오는 저예산 영화였습니다.
‘왜 리메이크 작업을 프랑스에서 했는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요. 제 의사는 아니었어요. 5년 전 프랑스의 한 프로덕션에서 질문이 왔습니다. ‘감독님 영화 중에 혹시 다시 찍고 싶은 영화가 있는지, 또 있다면 무엇인지’를 묻더라고요. 주저 않고 나온 대답이 바로 <뱀의 길>이었습니다. 그렇게 이 영화의 셀프 리메이크가 실현된 거죠.
그러면 왜 제가 이 작품을 골랐을까 고민을 해봤습니다. 오리지널 각본의 작가는 타카하시 히로시입니다. <링> 각본을 쓴 작가로도 유명하죠. 오리지널 <뱀의 길>도 너무 잘 썼어요. 개성도 드러나고요. 그러다 보니, 어떤 면에서는 이 작품이 감독의 영화라기보다 작가의 성향이 많이 들어간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그렇다면 많은 영화를 찍었지만, 이 작품만은 제 것으로 변환시켜야겠다는 욕망이 든 거죠.

그러면 두 번째 영화 <클라우드>는 어떤 작품인가요?
구로사와 기요시 작년 11~12월에 작업한 영화인데요, 각본은 4~5년 전부터 쓰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에서 본격 액션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PD와 나누다가 시작하게 된 작품이죠. 사실 일본에 본격적으로 액션을 다룬 영화는 많습니다. 그런데 현실과 괴리감이 너무 크다 보니 판타지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요. 등장인물도 야쿠자, 경찰, 살인자 등 평상시에도 폭력과 액션에 가까운 캐릭터들이 많고요. 저는 좀 다르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폭력과 가까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일상에서 폭력과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이 폭력에 휘말리고, 마지막에 서로 죽이고 죽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이런 영화를 찍고 싶다고 생각은 했지만, 일본에서 이런 장르에는 투자가 잘 안돼요.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몇 년이 더 흘렀습니다. 각본을 완성하고도 몇 년 동안 영화를 찍지 못한 이유죠. 그때 스다 마사키가 흔쾌히 출연을 결정하면서 이 영화가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스다 마사키는 일본의 30대 배우 중 탑 수준의 배우거든요. 남자주인공이 캐스팅되고 나서 투자자들이 생겼고, 그렇게 촬영이 가능해졌습니다.
전작 <큐어>(1997)가 얼마 전 한국에서 개봉했습니다. 과거에서 물려받은 인간의 어두운 유산을 세기말 감성에 풀어낸 느낌이었는데, <클라우드>는 낯설고 위험한 신세계를 풀어낸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는 참혹한 시선이랄까요?
구로사와 기요시 글쎄요. 제가 이렇게 말하면 거짓말이라 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그런 시선으로 영화를 그리려는 의도 전혀 없었습니다. <클라우드>의 주인공은 어둡고 탁한 이미지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했죠. 시나리오를 쓰면서도, 영화를 찍으면서도 세상이 어둡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감독으로 제 모든 영화의 시작은 리얼리즘에서 출발합니다. 현실은 이럴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거죠. 그런데 끝까지 이걸 유지하기가 어려워요. 마지막까지 잘 유지하면 완결된 영화가 되는데요, 또 저는 제 영화에서 그런 흐름이 나타나는 것이 싫어서 비약적인 전개를 좀 가미합니다. 영화로만 그리고 싶은 순간을 넣고 싶기도 하고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남자주인공을 처음부터 액션을 잘 하는 인물로 설정하면 너무 판타지스럽고, 너무 영화적으로 진행이 잘 돼요.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해서, 전투상태까지는 아니어도 뭔가 알기 쉬운 액션을 넣어 영화적 요소를 가미하고 싶었습니다. 진짜로 어디에나 있을 법한 사람이 어디까지 액션을 할 수 있을지, 그로 인한 마지막 결론은 어떻게 그려야 할지, 그것들이 제 첫 의도였고 결과물로 나온 거죠. 정말로 누구나 잘 알기 쉬운 해피엔딩으로 끝내면 좋겠는데, 영화를 만들다 보면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여러분에게 좀 미안하기도 합니다.(웃음)

<뱀의 길> 일본판은 작가의 개성이 강하게 입혀져 있다고 하셨죠. 그러면 이번 프랑스판에서는 감독님의 어떤 색깔을 입히려고 하셨나요?
구로사와 기요시 일본판은 한마디로 복수극이죠. 주인공뿐 아니라 모든 캐릭터가 남자이기도 합니다. 프랑스판은 딸을 죽인 누군가에 대한 복수 이야기인데요. 아버지가 딸을 죽인 사람에게 복수한다는 심플한 스토리였어요. 그런데 뭔가 빠졌죠? 딸이 죽고 아빠가 복수를 하는데 엄마가 없습니다. 영화에서 엄마가 안 나오니 주인공으로 엄마를 대신할 여자를 넣어 보자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결말 부분에서 두 아내와 두 남편이 굉장히 큰 반전을 가져오게 되는 거죠. 꼭 이렇게 바꿔서 써보고 싶었습니다.
<뱀의 길>에서 재단, 써클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은 건가요?
구로사와 기요시 오리지널 버전에서는 야쿠자죠. <뱀의 길>이 사실 장르영화고, ‘야쿠자=나쁜 사람’이라는 전형적인 틀로 시작한 영화입니다. 그런데 프랑스판에서 셀프 리메이크를 하면서 오리지널의 야쿠자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헤어스타일부터 패션까지 너무 독특하잖아요. 캐스팅도 그런 배우들을 해야 하는데,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스테레오 타입으로 하는 게 싫었습니다. 고민하다가 재단으로 설정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처음엔 일반적인 사람을 주인공으로 삼고, 후반에는 액션씬으로 가도록 구성했고, 그때 야쿠자, 마피아보다는 재단이 가장 적합하지 않았나 싶어요.

프랑스에서의 작업은 어땠나요? 프랑스 배우들과 소통은 잘 됐나요?
구로사와 기요시 이번이 두 번째 작업인데요. 사실 촬영 과정 자체는 일본이나 프랑스 모두 흡사해요. 다른 건 단 하나, 언어죠. 프랑스 배우들도 스태프들도 이번 작업에서 제가 뭘 원하는지 잘 파악해서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줘서 그 자체가 너무 기뻤습니다. 그런데 사운드에 관해서 이번에 느낀 점이 있어요. 일본은 촬영 현장의 실제 사운드를 그대로 담아서 영화에 담죠. 현장 사운드를 굉장히 신성시하면서 최대한 그 사운드를 어떻게 살릴지를 고민하죠. 그런데 프랑스는 우선 그 사운드가 있더라도, 이 화면에 가장 어울리는 사운드가 무엇이지를 제로베이스에서 새롭게 찾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더라고요. 정말 재밌는 부분이라고 느꼈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가와세 나오미 감독과 함께 수년간 일본 젊은 감독에게 존경받는 3인의 ‘노장’ 감독, 이른바 ‘K 감독’ 3인방 감독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젊은 감독들은 흐름이 다른데,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구로사와 기요시 일단 K감독이라고 하면 키타노 타케시 감독도 있죠.(웃음) 일본에 재능 있는 젊은 감독이 최근 굉장히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고민해보면 저와 같은 걸 하려는 감독은 없는 거 같아요. 젊다고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어떤 의미에서 고집스럽게 저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걸으려고 합니다(*하마구치 류스케는 기요시 감독의 전작 <스파이의 아내> 각본 작업을 같이 했다). 훌륭한 작품들도 많이 만들고 있고요. 친하죠. 연락도 자주 하는 감독인데, 작품 이야기는 잘 안 합니다. 사실 작품성, 작가성이 뛰어난 우수한 일본 감독 중에 젊은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하지만 저처럼 장르영화를 목표로 하는 감독은 거의 없을 거라는 거죠. 한국에는 많다고 들어서 굉장히 부러울 따름입니다.

방금 말씀하신 걸 들어보니, 일본에 장르영화하려는 젊은 감독은 없지만, 작가성 있는 젊은 감독들이 많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구로사와 기요시 디지털화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누구나 카메라를 들고 촬영할 수 있어요. 디지털화의 장점은 사운드도 깨끗하다는 점입니다. 영상미와 음향미를 다 살릴 수 있게 해줬죠.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이야기 나누는 대사 중심의 영화들을 많이 만드는 것 같아요. 그렇게 드라마 쪽에서 좋은 젊은 감독들이 많이 생기는 거죠. 제가 어렸을 때는 8mm 필름으로 작업을 해야 했어요. 음향을 담아낼 수 없는 조건이니 조용한 영화가 많이 나왔죠. 음향을 잡으려면 친구, 등장인물들이 가까이 있어야 하는데 그 장면이 누구에게 재밌겠어요? 8mm 필름 작업을 하면서 달리기, 때리기 씬이 실제처럼 보이려면 어떻게 촬영해야 할까? 이런 걸 먼저 고민할 수밖에 없던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결과적으로 제가 장르영화에 더 가깝게 다가가지 않았나 싶고요.
장르영화의 거장으로 불리는데, 장르영화만의 매력은 무엇인지, 또 B급영화만이 이룰 수 있는 성취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구로사와 기요시 장르영화의 매력을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렵죠. 그런데 영화적인 무언가, 영화만으로 표현 가능한 순간을 B급영화가 표현할 수 있다고 봐요. 그런 순간이 영화 속에 나오면 마치 스크린에 못이 박힌 것처럼 다들 눈을 다른 데 두지 못하고 쳐다보게 되죠. 영화가 끝나도 다시 보고 싶은 장면으로 떠오르고요. ‘익사이팅(exciting)’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장르영화의 힘인 것 같습니다. 영화는 사실 그것만은 아닙니다. 사회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하게 하는 영화도 있고요, 인간의 깊숙한 내면을 파헤치는 영화도 있죠. 가능성이 많은 것이 바로 영화입니다. 그런데 제게는 영화적이어야만 합니다. 그래야 영화의 가능성은 더 넓어진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직 내 테마, 스타일은 정해지지 않았다’라는 69세 감독의 말이 인상적입니다. 보통 자신이 잘하는 걸 찾아서 그 길을 가는데, 여전히 테마를 안 정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구로사와 기요시 순수한 마음으로 접근하고 있고요. 또 순수한 마음이었으면 좋겠다고 믿고 싶어요. 제가 영화를 시작한 건 영화 보는 걸 너무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본 작품들이 산처럼 많습니다. 그런 훌륭한 작품들과 비교하면 전 여전히 못 따라간다고 느껴요. 아무리 열심히 찍어도 그 작품들이 성취한 것에 일부만 달성하겠죠. 저는 ‘360도’라고 말합니다. 360도 어디서 봐도 부족하지 않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찍고 보면 어떤 부분은 빠진 게 있기도 하죠. 제 영화는 360도로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아요. 일직선으로 그리는 게 아니라요. 제 안에서 한 방향으로만 직진하는 건 예전에도 그렇지만, 지금도 상상할 수 없고, 상상하지 않고 있습니다.
언급하신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나 후카다 코지 같은 감독은 제자이자 후배로 일본 영화의 뉴제너레이션으로 성장했습니다. 선배 감독으로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구로사와 기요시 뉴제너레이션 감독들이 제 손이 닿지 않는 굉장히 멋진 작품들을 만들었어요. 저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작품들을 찍어서 자리매김했고요. 제가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가고 있는 길을 한 발짝 먼저 더 나아가서 그 길을 계속 가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아, 그리고 두 번째로는 가끔은 장르영화도 찍어보지?(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