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새해가 밝았다. 연말까지 어려운 일의 연속이었던 2024년은 가고 2025년 을사년이 왔다. 새해가 되면 각자 하고 싶은 것이나 해야 할 것이 떠오르곤 할 텐데, 영화 같은 취미를 즐기는 입장에선 당연히 '새로 나올 것'에 대한 기대감도 같이 떠오르기 마련이다.2024년 한 해를 올해의 영화, 올해의 내맘대로 어워즈로 정리했으니 2025년도 어떤 작품이 나올지 살펴보는 것이 인지상정. 2025년에 개봉 예정인 한국영화 중 기대작을 씨네플레이 기자들이 선정해보았다. (해외영화 기대작은 다음 링크에서 만나보자)
김지연 기자의 한국영화 기대작
<경주기행>
감독 김미조
주연 이정은, 공효진, 박소담, 이연
제작 스튜디오 하이파이브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개봉예정일 미정
이정은과 공효진이 다시 모녀로 만난다. 다만, 이번에 그들은 함께 복수를 하러 떠난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소박한 느낌과는 달리, <경주기행>은 ‘살인 여행기’다. <경주기행>은 영화진흥위원회에 등록된 시놉시스에 따르면 “’막내딸 ‘경주’를 살해한 범인의 출소 소식을 듣고 복수를 위해 ‘경주’로 떠난 네 모녀의 특별한 가족 여행기”로, 범죄, 스릴러, 블랙코미디 장르의 영화다. 이정은이 엄마 역을 맡고, 공효진과 박소담, 이연이 세 자매가 된다. <경주기행>은 <갈매기>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경쟁 대상, 들꽃영화상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김미조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했다. <경주기행>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바로 시나리오의 힘 때문이다. <경주기행>은 2021년 영진위의 한국영화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3등상을 수상했다. 당시 심사총평에 따르면 “소시민의 마지막 절규로 이어지는 뭉클한 정서와 공감이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라고 하니, 마치 <갈매기>처럼 묵직하고도 사회고발적인 작품이 되지 않을까.
+ 이 영화도 놓칠 수 없지! 넷플릭스 영화 <고백의 다짐>
<십개월의 미래> <힘을 낼 시간> 남궁선 감독의 다음 무대는 놀랍게도 넷플릭스다. 심지어는 청춘 로맨스다. 남궁선 감독이 표현하는 10대의 사랑과 우정은 어떤 모습일까.
성찬얼 기자의 한국영화 기대작
<승부>
감독 김형주
주연 이병헌, 유아인
제작 영화사월광, BH엔터테인먼트
배급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개봉예정일 미정
돌고 돌아 다시 극장으로. <승부>는 2023년 넷플릭스 공개를 확정지었으나 같은 해 주연배우 유아인의 마약 투여 의혹으로 공개를 잠정 연기했다(그리고 유아인은 실형을 받았다). 그나마 ‘관객수’나 기타 수치에 영향을 덜 받는 넷플릭스에서도 <승부>를 없는 취급하고 있었으니 그렇게 영원히 볼 수 없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었던 찰나, 느닷없이 2025년 상반기 극장 개봉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확정은 아니지만 애초 극장에서 넷플릭스로 터전을 옮겼다가 다시 돌아왔으니 사실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설령 극장행은 아니더라도 슬슬 공개할 법도 하고). 그렇게 <승부>는 2025년에 승부를 던지게 됐다.
<승부>는 바둑계의 전설 조훈현과 이창호의 승부를 담은 영화다. 바둑이 한국사회에 꽤 널리 알려진 문화였음에도 그동안의 영화에서 바둑을 보기 어려웠던 건 아무래도 ‘바둑판은 요란한데 보기엔 정적인’ 스포츠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승부>는 그 칼끝싸움을 두 명의 배우를 통해 또렷이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조훈현을 연기한 이병헌과 이창호를 연기한 유아인이란 프리즘을 통해. 마약 투여란 위법을 저지른 유아인은 당연히 단죄를 받아 마땅하지만, 그럼에도 현재 연예계에서 연기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이병헌에게 맞붙는 유아인의 모습은 솔직히 호기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이 ‘승부’가 영화 <승부>를 건져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한 명의 관객으로선 폐기 직전일것 같았던 배우들의 열연을 만날 수 있는 것에 내심 감사할 지경이다.
+ 이 영화도 놓칠 수 없지! 영화 <파반느>
박민규의 문체, 그때와 다른 사회상, 멜로라기엔 쿱쿱한 내용. 이 모든 난점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이진주 기자의 한국영화 기대작
<파과>
감독 민규동
주연 이혜영, 김성철, 김무열
제작 수필름
배급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개봉예정일 미정
장년의 여성 킬러와 젊은 남성 킬러의 대결이라니… 여기까지만 들어도 설레는 조합이다.
영화 <파과>의 원작인 구병모 작가의 소설 「파과」는 퇴물이 된 65세의 여성 킬러 조각이 자신이 살해한 자의 아들이자 이제는 출중한 실력의 킬러가 된 투우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원작 소설 「파과」는 2018년 국내 출간된 이후 2022년 미국에 번역 출간되며 전 세계 독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뉴욕타임즈는 “봉준호 감독의 2019년 영화 <기생충>과 황동혁 감독의 2021년 시리즈 <오징어게임>을 연상시킨다”며 극찬한 바 있다. 지난 3월에는 동명의 뮤지컬로 제작되며 그 파급력을 증명하기도 했다.
그간 한국 영화계에는 <악녀>(2017)의 김옥빈, <길복순>(2023)의 전도연 등 젊은 여성 킬러 캐릭터가 종종 등장했다. 하지만 60대의 여성 배우가 킬러 역을 맡아 극을 이끌어가는 것은 유례없는 일. 때문에 가장 기대되는 점이 캐스팅인데, 조각 역은 한국을 대표하는 카리스마 여배우 이혜영이 맡았다. 또한, 그의 옆에서 미묘한 향을 풍기는 남성 킬러 투우 역은 김성철, 조각의 스승인 킬러 류 역은 김무열에게 돌아갔다. 한편, <허스토리>(2018), <무서운 이야기> 시리즈 등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민규동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영화는 지난 8월 촬영을 마치고 관객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 이 영화도 놓칠 수 없지! <폭설>
<소리도 없이>를 통해 뒤집고 비틀던 홍의정 감독이 돌아온다. 폭설로 고립된 기차역. 이 한정적인 공간에서 펼쳐질 치열한 심리 싸움이 어떻게 묘사될지 기대된다.
추아영 기자의 한국영화 기대작
<악마가 이사왔다>
감독 이상근
주연 임윤아, 안보현, 성동일
제작 외유내강, 사나이픽처스
배급 CJ ENM
개봉예정일 2025년
이상근의 청년 백수 이야기, 코미디, 임윤아.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는 이미 예상치 못한 대박을 터트린 영화 <엑시트>의 흥행 3박자를 갖췄다. 짠내 나는 청년 백수가 전대미문의 재난을 만난 이야기를 그린 영화 <엑시트>를 연출한 이상근 감독의 두 번째 영화다. 또 주연으로 출연하는 임윤아와 이상근 감독의 두 번째 만남이기도 하다. <악마가 이사왔다>는 모두가 잠든 새벽 2시, 상상을 초월하는 비밀을 가진 아랫집 여자와 동네 대표 백수인 윗집 남자가 만나 기상천외한 데이트를 하는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새벽마다 악마로 깨어나는 선지 역은 임윤아, 청년 백수 길구 역은 안보현이 맡았다. 여기에 선지를 끔찍하게 아끼는 아빠 역으로 성동일 배우가 출연하고, 예능프로그램 <SNL KOREA>로 이름을 알린 주현영이 선지의 사촌 역으로 출연하면서 재미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로맨틱 코미디, 호러 장르를 선보이는 이상근 감독의 새로운 도전이 기대된다.
+ 이 영화도 놓칠 수 없지, 권혁재의 <검은 수녀들>
2025년에도 오컬트 붐은 이어갈 수 있을까. 10년 만에 스크린 복귀한 송혜교의 오컬트는 통할 것인가.
주성철 편집장의 한국영화 기대작
<어쩔수가없다>
감독 박찬욱
주연 이병헌, 손예진
제작 모호필름
배급 CJ ENM
개봉예정일 2025년 하반기
한번 영화화에 실패했다고 어떻게 제작하는 걸 멈춥니까. 박찬욱 감독이 가장 오랜 시간 품어온 프로젝트라고 하면 될까. <박쥐>(2009) 다음 작품으로 오르내렸던 작품이었으니, 거의 15년 동안 숙성된 작품이 바로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원작 「디 액스」(The Ax)의 영화화일 것이다. 그 작품이 드디어 <어쩔수가없다>라는 제목으로 2025년에 찾아온다. ‘도끼’라는 뜻의 이 작품은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이 <액스, 취업에 관한 위험한 안내서>(2005)라는 제목으로 먼저 영화화된 바 있고, 지난 2019년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을 때 ‘오픈 토크’ 행사에 함께 자리하기도 했다. 그때도 그는 이 원작을 영화화하는 게 자신의 ‘필생의 프로젝트’라고 밝혔다. 이후 그는 한 인터뷰에서 “천만 원이 필요한 영화를 5백만 원으로 찍을 수는 없다”며 “적절한 예산이 확보되고 반드시 극장 상영이 가능한 조건으로 만들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 말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지점은, 원작 <액스>의 영화화 얘기가 계속 나오던 시점으로부터 지난 15년의 시간 동안 박찬욱이라는 창작자의 가장 큰 변화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의 핵심이 바로 이 원작에 녹아있다는 것이다. <아가씨>(2016)를 시작으로 TV시리즈 <리틀 드러머 걸>(2018)을 지나 <헤어질 결심>(2022), 그리고 최근작인 TV시리즈 <동조자>(2024)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에는 언제나 ‘주인공이 비밀을 감추고 다른 사람인 척 위장하고 연기하면서 상대를 속인다’는 설정이 반드시 들어가 있다. 그러면서 줄곧 ‘나를 신뢰하는 사람을 속인다는 것이 얼마나 큰 죄악인가’라는 ‘믿음’의 테마도 끊임없이 다루고 있다. <액스>에도 그런 ‘위장’이라는 설정이 들어간다. 아무런 문제 없이 살고 있던 회사원 유만수(이병헌)가 어느 날 갑자기 정리해고되고, 아내 미리(손예진)와 자식들을 지키기 위해 재취업을 목표로 허위 구인 광고를 내어 자신보다 능력 있어 보이는 경쟁자들을 제거하기로 결심한다. 재취업을 위한 최후의 수단이 바로 그 가짜 광고다. 어쩌면 15년 전, 박찬욱 감독의 변화를 보여주는 첫 번째 작품이 될 수도 있었을 <어쩔수가없다>를 마침내 2025년에 만나게 된다.
+ 이 영화도 놓칠 수 없지, 나홍진의 <호프>
나홍진 영화에 전작 <곡성>(2016)의 황정민 외에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출연한다. 뭘 더 설명해야 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