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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뭘 본 건가' 인디와이어 선정 최고의 보디 호러 영화

씨네플레이

<티탄>(2021)을 본 배우 강동원은 '내가 지금 뭘 본 건가'라 경악했고, <서브스턴스>(2024)를 본 필자는 '개미친영화'라는 영화사 카피에 격렬히 공감했다. 12월 28일 기준 14만을 돌파한 <서브스턴스>의 인기를 타고 보디 호러가 주목받는 중이다. 보디 호러는 신체적 변형, 왜곡, 파괴를 통해 인간 육체에 대한 극단적인 공포와 불쾌감을 유발해 인간 존재의 취약성을 탐구하는 공포 장르의 하위 카테고리로 가장 창의적인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기괴하고 미묘하며 때론 지적인 실험을 하는 장르다.

미국의 대표적인 영화 매체 '인디와이어'가 '최고의 보디 호러 영화 22편'을 선정했다. 인디와이어가 뽑은 최고의 보디 호러 영화 목록에는 올해 개봉한 <서브스턴스>를 비롯해 21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의 <티탄>, 그리고 보디 호러의 대가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작품 4편을 포함한 다양한 작품들이 실렸다.

그중 현시점(2024년 12월) 한국 극장과 각종 OTT에서 찾아볼 수 있는 작품 6편을 갈무리했다. 순서는 국내 개봉 최신작 순이다.

 

<서브스턴스> (2024)

12월 11일 개봉

〈서브스턴스〉
〈서브스턴스〉

한때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고 명예의 거리까지 입성한 대스타였지만, 지금은 TV 에어로빅 쇼 진행자로 전락한 엘리자베스(데미 무어). 50살이 되던 날, 프로듀서 하비(데니스 퀘이드)에게서 “어리고 섹시하지 않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한다. 돌아가던 길에 차 사고로 병원에 실려간 엘리자베스는 매력적인 남성 간호사로부터 ‘서브스턴스’라는 약물을 권유받는데, 이 약물은 그녀의 실제 몸과 더 젊고 예쁘게 보이도록 설계된 복제품 사이에서 의식을 분리할 수 있게 돕는다. 이내 엘리자베스의 몸에서 젊고 아름답고 완벽한 수(마가렛 퀄리)가 탄생하며 쇼 비즈니스계에 화려하게 데뷔하지만 이 결정은 끔찍한 결과를 초래한다.

피와 눈물로 구성된 미친 작품 <서브스턴스>는 그로테스크하고 역겨운 보디 호러를 이용해 성차별적 시선과 자기 자신과 타인을 파괴하면서까지 피상적인 외모에 집착하는 방식을 예리하게 풍자한다. 극장 상영 중.

 

<미래의 범죄들> (2022)

왓챠, 웨이브 등

〈미래의 범죄들〉
〈미래의 범죄들〉

멀지 않은 미래, 인간을 둘러싼 모든 것이 합성된 인조물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전위 예술가 사울(비고 모텐슨)과 그의 파트너 카프리스(레아 세이두)는 다른 이들과는 사뭇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장기가 생겨나는 ‘가속 진화 증후군’을 겪고 있는 사울은 파트너 카프리스와 자신의 신체를 훼손하는 전위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그의 행위 예술은 추종자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만, 열린 신체를 통제하는 것을 과제로 삼는 관료적 시스템은 이 상황을 수상히 여기고 조사에 착수한다. 이에 굴하지 않고 신체를 이용한 위험한 공연을 계속하던 사울은, 자신의 몸이 쇠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일생일대의 공연을 준비하게 된다.

<맵 투 더 스타>(2014)를 완성한 뒤 8년 만에 완성한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근작이자 그가 <엑시스텐즈>(1999) 이후 20여 년 만에 다시 만든 보디 호러 작품으로 화제가 됐다. 감독은 영화를 “인류 진화에 대한 명상”이라 소개하고 예술에 대한 질문들을 보디 호러의 비유로 풀어간다. 왓챠, 웨이브에서 볼 수 있다.

 

<티탄>(2021)

왓챠, 웨이브

〈티탄〉
〈티탄〉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뇌에 티타늄을 심고 살아가는 알렉시아(아가트 루셀). 성인이 된 그는 자동차 위에서 춤을 추는 댄서로 살아간다. 포효하는 붉은 캐딜락, 번쩍이는 헤드라이트, 차체 위에서 펼쳐지는 도발적인 춤사위. 사고 후 자신의 몸이 티타늄과 합성된 신체가 된 이래, 알렉시아는 자동차에 성적 끌림을 느끼게 된다. 여성을 소유물로 취급하는 남자들이 즐비한 모터쇼의 스트립 댄서가 된 것도 가장 강력한 머슬카를 만지고 감각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알렉시아는 추근대는 손님을 비녀 모양의 머리카락 정리용 금속 막대로 찔러 죽이게 된다. 충동과 욕망을 억제할 수 없던 그날, 그는 자동차와 성적 접촉을 하고 임신을 한다. 이후 몇 건의 살인을 숨기기 위해 도망 다니던 알렉시아는 10년 전 실종된 남자아이의 실종 전단지를 발견하고 가슴에 붕대를 감고 머리를 짧게 깎는다. 아들 행세를 하며 자신의 앞에 나타난 이 낯선 이를 아이의 아버지 뱅상(뱅상 랭동)은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애정을 쏟는다.

제인 캠피언의 <피아노>(1993)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 황금종려상을 받은 여성감독 쥘리아 뒤쿠르노는 "괴물성은 규범이라는 벽을 밀어내는 무기이자 힘이다. 괴물들을 받아들여 준 심사위원들에게 감사한다"라는 수상 소감을 남겼다. 여성과 남성,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넘고 윤리와 법을 무시하는 괴물 같은 이 영화는 왓챠, 웨이브에서 볼 수 있다. (쥘리아 뒤쿠르노의 연출 데뷔작 <로우>(2017)도 '최고의 보디 호러 영화 22편'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제인 도>(2016)

넷플릭스, 웨이브, 왓챠, 티빙

〈제인 도〉
〈제인 도〉

3대째 부검소를 운영 중인 토미(브라이언 콕스)와 오스틴(에밀 허쉬) 부자는 보안관의 다급한 의뢰로 신원미상인 젊은 여성(올웬 캐서린 켈리)의 부검을 하게 된다. 부자는 그녀의 몸에 숨겨져 있던 흔적들에서 끔찍한 범죄의 흔적들이 하나 둘 발견하는데, 단서는 잘린 혀, 부서진 손목뼈, 사라진 어금니의 형태로 나타난다. 토미는 시체에 사후 경직의 흔적이 보이지 않아 죽음의 시간을 알 수 없게 되자 당황하나, 과학적인 현상으로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생명의 흔적이 시체에 나타날 때 이 혼란은 순수한 공포로 변한다.

안정적인 연출,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 양질의 호러적 장치 등이 잘 어우러진 웰메이드 공포영화로 특히 ‘제인 도(신원을 알 수 없는 여자를 지칭하는 보통명사)’의 시체 역할을 한 아일랜드 여배우 ‘올웬 캐서린 켈리’의 마네킹 같은 연기가 인상적이다. 대사 한 마디 없이 관객들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는 세계 최고의 눕방을 선보인다.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은 영화 <제인 도>를 추천하며 "절대 혼자 보지 말 것"이라는 경고를 보냈다. 해부 장면이 여과 없이 나오기 때문에 이런 유의 영상에 취약한 사람들은 꼭 누군가의 손을 잡고 감상하시길!

 

<터스크>(2014)

웨이브, 왓챠

〈언더 더 스킨〉
〈언더 더 스킨〉

인터넷 방송을 하는 월레스(저스틴 롱)는 전 세계를 탐험한 베테랑 하워드(마이클 팍스)를 인터뷰하러 캐나다로 떠난다. 놀라운 경험을 풀어내는 하워드의 이야기에 빠진 월레스는 그가 건넨 차를 의심 없이 받아들고 대화를 이어가지만 곧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사흘 만에 눈을 뜨게 된 월레스. 그는 자신의 다리 한쪽이 잘렸음을 깨닫는다. 하워드는 사실 엽기적인 연쇄 살인범이었고, 바다코끼리와 특별한 인연이 있던 그가 월레스를 바다코끼리로 개조하기 위해 마루타로 점찍은 것. 그렇게 동물로 개조당한 월레스는 우리에 갇혀 먹이인 생선을 받아먹으며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만다.

인본주의에 대한 웃픈 고찰을 가능케하는 블랙코미디지만 동물로 개조되는 인간의 모습은 꽤나 그로테스크해 영화를 끝내기 위해선 큰 각오가 필요하다. <점원들>로 독립영화계의 전설이 된 케빈 스미스 감독의 보디 호러로 웨이브, 왓챠에서 시청 가능. (참고로, 조니 뎁이 출연한다. 분장한 그의 모습을 알아보기 쉽진 않으니 집중하자.)

 

<언더 더 스킨> (2013)

왓챠

〈터스크〉
〈터스크〉

식량이 떨어진 외계행성에서 지구로 보내진 에일리언이 로라(스칼렛 요한슨)라는 아름다운 지구인의 몸속으로 들어간다. 지구인으로 가장해 식량으로 사용될 수 있는 생물체를 찾던 외계인은 스코틀랜드의 거리를 여행하며 외로운 남자들을 유혹해 죽음에 이르게 한다. 로라에게 이끌린 남성들은 검고 끈끈한 늪으로 이끌려 피부만 벗겨진 채 나머지는 상상만 가능할 어떠한 곳으로 운송된다. 이 연쇄살인이 그녀 자신을 위해서인지 다른 목적을 위해서인지는 분명치 않다. 영화는 비인간 생명체, 인간 세상에서는 '로라'라는 이름을 가진 주인공이 인간 세상에서 보내는 며칠 간의 이야기를 그저 보여줄 뿐이다.

상상력의 극한에 있는 SF 장르와 사실성의 극을 추구하는 다큐멘터리적 영화 촬영이 결합된 <언더 더 스킨>은 로라의 시선으로 인간들의 모습을 관찰하는 독특한 매력의 영화다. 극도로 미니멀한 설정만 취한 채 실험적 비주얼과 사운드로 전개되는 영화는 불친절하고 난해하지만 감독 조나단 글레이저의 의도가 외계인의 시선으로 보는 인간들의 모습을 낯설게 표현한 작품이기에 무조건 이해하려 할 필요는 없다. 왓챠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