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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 무어 제치고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탄 마이키 매디슨의 배우 인생

추아영기자
제9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쥔 마이키 매디슨
제9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쥔 마이키 매디슨


이번 2025 아카데미 시상식의 가장 큰 이변은 마이키 매디슨의 여우주연상 수상이 아닐까. 션 베이커의 영화 <아노라>에서 열연을 펼친 마이키 매디슨은 사실상 유력한 수상 후보였던 <서브스턴스>의 데미 무어를 제치고 25세에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마이키 매디슨의 여우주연상 수상은 마치 영화 <아노라>에서 아노라가 러시아 재벌 2세 이반과의 만남 이후 결혼에 이르는 과정처럼 빠르게 돌아간 듯하지만, 그녀는 훨씬 더 오랫동안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 이제 그녀의 이름은 할리우드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마이키 매디슨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기까지 걸어온 그 길을 살펴보자. 
 


 

승마 소녀에서 연기 신성으로
 

마이키 매디슨 (사진 출처 = IMDB)
마이키 매디슨 (사진 출처 = IMDB)


마이키 매디슨의 어릴 적 꿈은 할리우드의 스타가 아닌 드넓은 초원을 질주하는 승마 선수였다. 어린 시절 그녀의 승마에 대한 열정은 대단했다. 말과 하루 종일 함께 있기 위해 심리학자인 부모님 밑에서 홈스쿨링을 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하지만 14세가 되면서 그녀의 인생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말과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던 그녀는 문득 승마가 고독한 스포츠라 느꼈고, 새로운 도전을 갈망했다. 그녀는 승마보다 더 상호 작용적인 연기의 세계에 매료되었고, 연기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베러 씽즈〉의 마이키 매디슨
〈베러 씽즈〉의 마이키 매디슨


단편 영화와 저예산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 경력을 쌓아간 마이키 매디슨은 FX의 코미디 드라마 <베러 씽즈>(Better Things, 2016)로 이름을 알렸다. <베러 씽즈>는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싱글맘이자 베테랑 배우인 샘 폭스가 혼자서 세 딸을 키우는 이야기를 다루며 현대 가족의 모습을 진실되게 묘사한다. 매디슨은 <베러 씽즈>에서 샘 폭스(파멜라 애들론)의 장녀 맥스 역을 맡아 반항적인 십 대와 독립적인 젊은 여성 사이를 오가는 매력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베러 씽즈>의 맥스는 마이키 매디슨에게 할리우드에서 주목받는 신예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마이키 매디슨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마이키 매디슨


2019년 마이키 매디슨은 그녀의 우상이었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 출연한다. 악명 높은 맨슨 패밀리의 일원인 히피 세이디 역을 맡은 그녀는 영화 내내 히피 무리의 한 명으로만 등장하다가 영화의 후반부 15분 동안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광란의 마지막 시퀀스에서 내내 비명을 지르다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화염 방사기에 장렬히 전사한 히피가 마이키 매디슨이다. 션 베이커 감독은 그녀가 등장한 이 장면에 대해 인터뷰에서 “그 장면에서 그녀는 나를 완전히 사로잡았다. 대단한 배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그 장면을 보기 위해 세 번이나 다시 영화를 보러 갔다”고 밝혔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과 마이키 매디슨 (사진 출처 = IMDB)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과 마이키 매디슨 (사진 출처 = IMDB)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캐스팅 과정은 더욱 드라마틱하다. 과거 인터뷰에서 매디슨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과의 오디션에 대해 “타란티노 감독을 만날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쏟아냈다”고 회상했다. 그녀는 수잔 앳킨스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그 캐릭터가 되어 찰스 맨슨과 함께 환각 여행을 하는 듯한 그림을 그린다. 심지어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그림에 붙이기까지 했다. 마이키 매디슨은 그 그림을 쿠엔틴 타란티노에게 건넸다. 그녀의 남다른 열정은 타란티노 감독을 감동시켰고, 세이디 역을 거머쥐게 했다.

 

아노라를 만나기까지

 

〈스크림〉의 마이키 매디슨
〈스크림〉의 마이키 매디슨


마이키 매디슨은 호러 영화 <스크림>(1996)의 리부트 시리즈 영화인 <스크림>(2022)에 출연하면서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었다. 이번 영화에서 그녀는 평범하고 친근한 소녀로 등장하지만, 영화 후반부에 충격적인 반전을 선사하는 인물 앰버로 출연한다. 매디슨은 앰버의 “떠드는 편집증 환자” 면모를 잘 끌어내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이 영화는 그녀의 연기 인생에 또 다른 전환점이 된다. <스크림 6> 개봉 주말 이 영화를 관람한 사람들 중에는 독립 영화감독 션 베이커도 있었다. 션 베이커는 매디슨의 연기를 눈여겨보고 그녀에게 처음으로 커피를 마시자는 제안을 했다. 그는 매디슨에게 대본도 없는 상태에서 <아노라>의 출연을 제안했고, 그녀는 선뜻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로써 마이키 매디슨은 션 베이커 영화 <아노라>로 처음 주연을 맡는다. 

 

마이키 매디슨과 션 베이커 감독(왼쪽 사진) (사진 출처 = IMDB)
마이키 매디슨과 션 베이커 감독(왼쪽 사진) (사진 출처 = IMDB)


마이키 매디슨은 아노라로 완벽하게 분하기 위해 인물이 쓰는 도시의 억양을 익히는 것은 물론, 러시아어, 폴댄스 등을 배우며 여러 방면에서 철저하게 준비했다. 특히 전문 댄서의 느낌을 내기 위해 필라테스, 발레, 사이클링, 스트레칭 등 다양한 피트니스 동작 수업을 병행하며 인물을 완성해 갔다. 그리고 성 노동자를 이해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녀는 LA 스트립 클럽을 돌아다니며 여러 나라의 댄서들을 만나고 따라다니며, 한동안 그들의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었다. 마이키 매디슨은 인터뷰에서 “저는 그 커뮤니티를 정말 구체적인 방식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그 덕분에 애니의 삶을 가능한 한 현실적으로 묘사할 수 있었다. 저는 그것이 선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방식으로 극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저 그것이 있는 그대로 보였으면 했다”고 말했다. 션 베이커 감독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의 공로를 성 노동자에게 돌렸듯이 그녀도 이번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의 수상 소감을 전하면서 다시 한번 성 노동자에게 존중의 마음을 표현한다. “성 노동자 커뮤니티를 다시 한번 인정하고 존중하고 싶다. 저는 계속해서 (그들을) 지지하고 동맹이 될 것이다. 그 커뮤니티에서 만난 모든 놀라운 사람들과 여성들은 이 전체 경험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다”. 마이키 매디슨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은 그녀의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 그리고 뛰어난 재능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이제 할리우드를 이끌어 갈 차세대 배우로 자리매김한 그녀의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