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외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2012) <군도: 민란의 시대>(2014) <수리남>(2022) 감독의 다음 작품이 이토록 스타일리시한 추리 시리즈라는 사실이.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나인 퍼즐>은 마치 드라마 속의 대사처럼 ‘짜장 맛이 나는 카레’와 같다. 익숙한 추리물이 ‘카레’라면, 윤종빈 감독은 ‘짜장 맛’을 더해 독특한 추리 시리즈를 만들었다. 윤종빈 감독이 더한 짜장 맛이란, 이나(김다미)와 한샘(손석구)의 관계성을 비롯한 개성이다.
추리물에 어울리지 않을 법한 개성들은 놀랍게도 겉돌지 않고 ‘킥’으로 작용한다. 윤종빈 감독은 이전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만화적 세계관을 구축해, 현실과 판타지 사이의 절묘한 균형을 맞춰냈다. ‘언밸런스의 밸런스’라고나 할까. 마치 ‘짜장 맛이 나는 카레’처럼, 예측 불가능한 추리의 재미, 그리고 엉뚱하고 재기 발랄한 캐릭터들의 매력이 바로 <나인 퍼즐>의 묘한 맛을 이끌어낸 두 축이다. 마지막 회차까지 공개되고 마침내 범인이 밝혀진 다음 날, 종로구 모처에서 윤종빈 감독을 만나 <나인 퍼즐>의 비하인드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전에 윤종빈 감독님은 새로운 작업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고 밝혔어요. <나인 퍼즐>로 갈망을 충분히 다 채우신 것 같나요.
제가 리얼리즘을 베이스를 둔, 현실 베이스의 작품들을 많이 했잖아요. 남자들이 많이 나오고. 그런데 이 작품은 처음 제안받았을 때 제가 했던 작업하고는 거리가 좀 있는 대본이었어요. 여성 중심의 서사고, 메인 인물이 여성이고. 또 대본 자체도 물론 흡입력이 있었고, 끝까지 글을 읽게 하는 힘이 있는 대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연출을 마음먹은 후에는 과연 이게 현실에서 가능한 일인가, 한샘(손석구)과 이나라(김다미)는 인물이 굉장히 독특한데, 과연 이들이 현실에 존재할 수 있는 인물들인가. 그래서 제가 답을 내린 건,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어야겠다, 현실이 아닌 만화적 세계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현실과 만화 사이에 있는 세계관이라, 내가 안 해봤던 새로운 작업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실제로 그래서 재미있었어요. 인물의 캐릭터성, 의상, 연기도 만화적으로 표현하려고 했고, 경찰차라든지 제복, 공간도 우리나라 현실과는 다르게 일부러 설정했어요. 그래서 관객들에게 일부러 ‘우린 이런 가상의 세계야’라는 것을 인지시킬 필요가 있었어요.
<나인 퍼즐> 속 경찰들이 맥북을 쓰는 것도, 다 의도를 하신 거잖아요. (웃음)
전반적으로 보시면 알겠지만, 헤어스타일부터 의상까지, 현실하고 거리가 있게 일부러 그렇게 작업을 했던 것 같아요.

<나인 퍼즐>은 윤종빈 감독님이 지금까지 연출하신 작품들과는 색채가 확연히 달라요. 의외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을 법한데, <나인 퍼즐>은 어떻게 연출하시게 된 건가요.
<수리남>이 끝나고 영화를 준비하고 있었고, 현실적으로 시리즈를 연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영화사 월광의 모회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서 <나인 퍼즐>의 대본을 봐 줄 수 있냐고 해서 처음 보게 됐고요. 그때는 디즈니플러스가 아니라 다른 글로벌 OTT와 얘기를 하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제가 현실적으로 다 연출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제가 <나인 퍼즐>의 앞의 3부만 해도 되냐고 물었는데 그것도 괜찮다고 해서 시작을 한 거고. 그런데 디즈니플러스로 플랫폼이 결정이 되고, 디즈니에서는 제가 다 연출하길 원해서 하게 됐어요.
윤종빈 감독님이 처음으로 각본을 직접 쓰지 않고 연출만 한 작품이에요. <나인 퍼즐>의 작가님과는 어떻게 협업하셨나요?
저도 이 대본을 처음 볼 때 관객의 입장에서 봤던 것 같아요. 제가 쓴 대본이 아니다 보니까, 추리물의 고수부터 이제 하수까지 있다면, 저는 중하수 정도 수준인 것 같아요. 그래서 볼 때 작가님의 설계대로 잘 낚였어요. ‘얘가 범인 같은데, 여기 봐’. (이런 의도에) 되게 충실하게 잘 낚여서 따라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전체 이야기의 큰 틀은 작가님이 짜 놓은 판을 그대로 거의 썼던 것 같고, 제가 수정했던 거는 캐릭터의 디테일들이에요. 특히 이나와 한샘의 캐릭터의 디테일들은 배우들이랑 얘기하면서 많이 수정을 했어요. 저도 그런 작업은 처음 해보니까, 다행히 작가님이 이제 편안하게 자유롭게 고치셔도 된다고 하셔서 자유롭게 수정했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원래 대본에는 이나와 한샘 캐릭터가 어떻게 묘사되어 있었고, 감독님은 어떤 설정을 더하셨나요.
제가 대본의 이나를 어떻게 받아들였냐면, 요즘 말로 쉽게 말해서 ‘걸크러시’였어요. 거침없고, 직설적이고, 프로페셔널하고. 그런 인물에 좀 더 가까웠죠. 그런데 저와 김다미 배우가 잡은 이나의 캐릭터는, 고등학생 때 삼촌의 살인 사건을 목격하고 그 트라우마로 인해서 퇴행이 된, 유아적인 느낌과 아픔이 있는 캐릭터로 바꿨어요. 1화를 보시면, 이나가 고등학생 때 살인사건을 마주하고, 시간이 흘러 현재에 번지점프를 하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그리고 정신과에 상담을 다니고. 그리고, 인물들을 만화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나 캐릭터의 톤을 올렸어요. 또, 한샘의 톤도 올릴 필요가 있겠다 싶어서, 비니를 매일 쓰고 나오고, 문신도 원래 없는 설정이었는데 추가를 했고요.

이나는 프로파일러의 전형에서 빗겨난 인물입니다. 일반적인 형사나 프로파일러 캐릭터와는 달리, 이나를 순수한 아이처럼 묘사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선택의 문제였어요. 물론, 프로파일러의 전형대로 그리면 받아들이기는 편했을 것 같아요. 프로파일러라고 하면, 사람들이 기대하는 캐릭터성이 있잖아요. 지적이고, 냉철하고, 프로페셔널하고. 그런데 제가 다른 식으로 풀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이유는, 저는 <나인 퍼즐>이 형사물보다 탐정물에 가깝다고 느꼈기 때문이에요. 이나의 추리 방식, 프로파일링 방식이 증거를 토대로 한다기보다는 천재적인 직관에 의존하는 탐정물에 가깝다고 생각을 해서, 이나를 탐정처럼 보이게 하려고 했어요. 항상 넥타이를 매고, 안경을 쓰고 나오고.
이나는 빨간색 소품을 즐겨 사용하잖아요. 그 때문에 색깔로 추리를 하시는 분들도 많았는데요.
작품의 소재가 연쇄 살인이라 메인 컬러가 레드가 될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일관되게 이나의 자동차, 캐리어, 핸드폰을 다 레드로 맞춘 거고, 반대로 한샘은 그린이나 칙칙한 느낌을 많이 사용했어요. 한샘의 집에는 초록색이 많이 돌아요. 그리고 그 중간 정도의 톤이 옐로 같은 한강서였어요.

이나 캐릭터에 대해, 시청자들은 ‘꾸러기 같다’라는 얘기를 하기도 했어요. 이런 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희도 실제로 이나가 ‘명탐정 코난’ 같다는 얘기도 많이 했고, ‘보스 베이비’ 같다는 얘기도 했어요. 딱 봐도 만화적인 인물이니까요.
이나의 추리 방식은 독특합니다. 특히나 이나가 범인에 빙의해서 프로파일링을 하는 장면이 재미있었는데요. 이와 같은 표현 방식을 사용한 이유는요.
이나의 캐릭터를 어떻게 시청자들에게 전달시킬지에 관한 얘기를 김다미 배우와 많이 했어요. 느끼셨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나가 말하는 방식과 톤이 회차가 갈수록 조금씩 달라져요. 1화가 가장 유아적이었다면, 점점 톤이 변해서 이나가 성장한다는 느낌, 어른이 돼가는 느낌이 들게 했어요. 그래서 프로파일링을 할 때 범인에 빙의하는 것도, 기존 프로파일러와는 다르게 조금 섬뜩하면서도 익살스러운 느낌이 잘 살아서 저도 현장에서 재미있게 봤어요.
<나인 퍼즐>을 상징하는 신이라면, 블랙박스에서 이나가 범죄 현장을 시뮬레이션 하는 장면들이 아닐까 하는데요. 이 장면들을 연출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고 들었어요.
본질적인 고민을 했어요. 이나라는 인물이 어떤 인물인지를 생각해 보면, 이나는 어떤 것에 집중을 하면 그것밖에 안 보이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말도 직설적으로 하고, 돌려서 얘기를 하지 못하는 거예요. 하나의 생각에 꽂히면 거기에 사로잡히는 아이라, 이나가 집중하고 있는 대상 말고는 다 안 보이게, 블랙으로 처리를 하자는 생각이었어요.
말씀하신 것을 들어보니, 배우들의 아이디어가 굉장히 많이 반영된 작품인 것 같은데요. 김다미, 손석구 배우와의 협업은 어땠나요.
다들 순하고 성실했어요. 손석구 배우는 먼저 다가와 줘서 편하게 작업했고, 김다미 배우와는 촬영이 다 끝나고 말을 놨어요. (웃음) 다미 배우도 극 I(내향형)이고, 저도 I다 보니까.
<나인 퍼즐>은 흔히 볼 수 없는 11부작 시리즈잖아요. 원래부터 11부로 예정돼 있었나요?
원래는 12부였는데, 하나는 제가 빼자고 제안을 했어요. 한 부를 통째로 뺀 거예요. 그런데 그게 메인 사건과 연관이 되는 게 아니어서요.
※아래부터는 <나인 퍼즐>의 범인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나인 퍼즐>은 3주에 걸쳐 공개됐어요. 각 회차가 공개될 때마다 시청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는데요. 시청자들의 추리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떡밥이 아닌데, 떡밥으로 받아들이시는 경우도 굉장히 많았어요. 시청자분들이 굉장히 능동적으로 추리하신 것 같아요. 한샘의 카레 얘기도 그렇고, 한샘의 죽은 아버지 얘기도 그렇고. 저희는 낚으려고 한 건 아닌데, 추리를 창의적으로 많이 하시더라고요.
범인을 한샘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저도 너무 놀랐어요. 저도 <나인 퍼즐> 네이버톡에 들어가 봤는데, 절반 이상이 한샘이 범인이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저는 한샘이 범인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줄 알았어요. 저희 제작진 내부에서는 양정호(김성균), 황인찬(노재원), 그리고 돌고 돌아서 이나 등의 얘기가 있었는데, 시청자들이 한샘으로 추리한 이유를 보니까 또 그럴싸하더라고요.
현봉식 배우가 맡은 막내 형사 최산을 범인으로 의심하는 반응도 있었어요.
원래 설정이 정말 ‘막내 MZ 형사’ 였어요. 그래서 최산 역할을 캐스팅하던 와중, 제가 원하는 배우가 없었어요.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실제로 현봉식 배우가 손석구 배우보다 어려서, 그것도 말이 되겠네 싶었어요. 그런데 (현)봉식이가 워낙 노안이다 보니까, 그냥 노안인 형사라고 하면 말이 안 될 것 같아서 조금 늦게 들어온 설정으로 했는데, 분명히 그것 때문에 관객들이 의심을 하겠다는 생각은 했었어요.

<나인 퍼즐>에는 화려한 카메오들이 등장하잖아요. 지진희, 이성민, 황정민 등, 이렇게 쟁쟁한 배우들을 캐스팅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시작부터 뭐 이런 배우들을 다 캐스팅해야 하겠다,라고 생각해서 시작한 건 아니고요. 이미영(예원), 강치목(이희준) 등의 인물들은 처음에 대사도 없고 시체로 나오는데, 또 후반부에 다시 그분들이 나오잖아요. 그러면 그들이 잘 매칭이 되어야 하는데, 시청자 입장에서는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는) 각인이 잘 안될 것 같은 거예요. 또, 이나의 삼촌(지진희)이 누군지 모르면 관객들이 따라가기가 힘들잖아요. 그래서 지진희 선배는 손석구 배우가 부탁을 해서 캐스팅을 한 거고, 제가 <수리남> 때 함께 했던 예원 씨는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얼굴이고, 또 위스키 바 사장이라는 역할과 이미지가 잘 맞아서 캐스팅을 했고요. 또, 도윤수 역할에는 나이가 있는데 존재감이 있고, 연기를 잘 하는 분들을 찾다가 이성민 선배에게 부탁하게 되고. 황정민 선배 같은 경우에는 저와 밥을 먹다가 제가 ‘또 시리즈 하게 됐다’라고 말하니 ‘내가 뭐 도와줄 것 없어?’라고 얘기하셔서 부탁을 드리게 된 거고. 한 명씩 한 명씩 하다 보니까 여기까지 왔던 것 같아요. 저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별로 없었어요.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각인이 되어야 하니까. 친분 과시하냐고 하는데, 사실은 부탁하는 게 더 어렵거든요. 언젠가는 다 갚아야 하는 거라서.
<나인 퍼즐>은 후반부에 범인이 밝혀지고, 범인이 왜 연쇄 살인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이유가 밝혀집니다. 그런데, 범인의 살인 방법이 자세히 묘사되지 않아 아쉽다는 시청자들의 의견도 존재하는데요.
대본의 스토리텔링 자체가 ‘어떻게’보다는 ‘왜’에 포커스가 맞춰진 이야기 설계라는 생각을 했어요. 왜 이런 일이 발생했고, 왜 이승주(박규영)라는 인물이 이런 일을 꾸몄고, 그 당위성을 설명하는 스토리텔링이라고 느꼈고. 대부분의 추리 스릴러 장르의 제일 큰 문제가 ‘반전 강박’으로 인해 오히려 결말의 당위성, 설득력이 떨어지는 경우인데요. 저는 작가님이 짜 놓은 ‘더원시티’와 관련된 재개발에 둘러싼 얘기가 저는 납득이 됐어요. 제가 개인적으로 추가했던 설정은, 저도 다 보고 나서 ‘그러면 한샘 엄마는 어떻게 더원시티에 살게 된 거지?’ 그게 궁금했었어요. 그래서 청약에 됐다는 설정을 마지막에 넣은 거예요.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다소 만화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지만, 후반부는 다소 현실적이기도 한데요. 후반부의 사건은 용산 참사를 모티브로 하신 건가요.
저도 작가님에게 여쭤봤는데, 그건 아니라고 하셨고, 또 용산과는 케이스가 조금 달라요. <나인 퍼즐>의 사건은 철거 용역 업체의 얘기인데, 실제로 우리나라에 악명 높은 용역 업체가 있어요. 그 업체에 의해 피해 본 사례를 담아놓은 논문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준비하면서 그런 사례를 많이 봤는데, 보통 불을 내서 사람들을 쫓아내는 행위를 ‘토끼굴 몰이’라고 부르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그런 실제 사례에서 모티브를 차용해서 썼어요.

<나인 퍼즐>에는 현실에 없을 법한 공간과 현실에 존재할 법한 공간이 모두 등장합니다. 프로덕션 디자인의 주안점은 어떤 것이었나요.
마지막까지 <나인 퍼즐>을 보면, 이 작품의 주요 테마가 결국 재개발 이슈잖아요. 그래서 옛 것과 새것의 대비를 공간적으로 보여주려고 했어요. 그래서 보면 경찰청은 신축에 신사옥 느낌, 그리고 한강 경찰서는 오래된 외관에 현대적인 인테리어고. 또, 한샘의 집은 굉장히 오래된, 곧 재개발 들어갈 것 같은 아파트고.
<나인 퍼즐>에는 박규영 배우가 특별 출연으로 이름을 올렸어요. 분량이 많은데, 박규영 배우는 특별출연한 건가요?
메인 캐스트로 박규영 배우를 올리면 시청자들이 100% 범인으로 생각할 테니까, 어쩔 수 없는 방법이었어요. 11부 크레딧에는 메인 캐스트로 올라가요.
마지막 드림랜드에서 승주가 뱉는 대사가 인상적이었어요. “왜 사람을 죽여서, 사람 살 곳을 만들지?”라는 대사는 이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와도 같았는데요. 감독님께서도 이 장면을 굉장히 공들여서 연출하신 것 같은데요.
이 작품을 가장 잘 설명하는 대사라고 생각했어요. 원래는 다른 인물의 대사였는데, 승주의 대사로 바꿨어요. 한국처럼 서울에 집중된 나라에서는 도시 재개발을 안 할 수 없었고, 그런데 그것 때문에 많은 비극과 아픔이 있었으니까.
승주는 드림랜드에서 스스로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런데 스스로 택한 자살의 방법이, 가장 고통스러운 죽음의 방법인 ‘화형’이었는데요. 이와 같은 결말을 그리신 이유는요.
대본에서는 원래 약물을 먹고 자살하는 거였어요. 그런데 저는 그게 조금 약하다고 생각해서, 이 사람이 어떻게 죽어야 맞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했어요. 그런데 결국에는 엄마가 죽었던 방식으로, 과거에 엄마를 미워했던 본인이 엄마에게 용서를 빌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 화형밖에 없다고 봤어요. 자기가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최고의 벌이 화형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 회차에서는 이나와 한샘이 새로운 퍼즐을 받으며 작품이 끝납니다. 감독님께서는 시즌 2를 염두에 두고 세계관을 짜신 건가요.
감독으로서, 시즌 2의 가능성을 닫아놓으면 안 된다는 생각은 있었어요. 왜냐하면 내가 하든 안 하든, 시즌제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작품이니까요. 시즌 2는 저보다는 디즈니플러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작가의 의지가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요? 제가 대본을 쓸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요.

추리물을 또 하실 의향이 있으신가요.
저는 장르가 어떤 것이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이야기가 매력이 있고 흡입력이 있냐가 중요한 것 같고, 또 기회가 된다면 다른 장르도 해볼 수 있어요. 그런데 사실 로맨틱코미디만 아니면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로코 DNA가 없어가지고.
감독님의 차기작은 영화인가요?
2015년쯤에 쓴 대본을 계속 영화로 찍으려고 생각하고 있다가, 이제 구체화가 돼서 내년 봄쯤에 촬영에 들어갈 것 같아요. 제가 계속해왔던 남자들만 나오는 영화고. (웃음) 데뷔작 <용서받지 못한 자> 이후에 두 번째로 군인들이 주인공인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