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기사 카테고리

Movie & Entertainment Magazine from KOREA
>인터뷰

[인터뷰] 임선애 감독의 ‘데뷔의 순간’. 씨네플레이와 한국영화감독조합의 〈한국영화, 감독〉인터뷰

이진주기자
임선애 감독
임선애 감독

감독들의 머릿속이 궁금하다! 2024년을 힘차게 열며, 네이버 영화 콘텐츠 공식 파트너사인 ‘씨네플레이’와 ‘한국영화감독조합’(DGK)이 함께 진행한 영화감독 인터뷰 시리즈 <한국영화, 감독>이 드디어 시작됩니다. 매주 씨네플레이 네이버TV(tv.naver.com/cineplay)와 네이버 연예면 메인 ‘최신 영화 소식’을 통해,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에 한 감독당 1부와 2부로 나누어 우선 공개된 뒤, 씨네플레이 유튜브에서 그다음 주 월요일에 1부와 2부를 묶은 합본 영상 1편이 공개됩니다. 그중에서도 매번 씨네플레이의 두 명의 기자와 인터뷰를 진행한 감독들이 장편 데뷔작을 내놓기까지의 이야기만을 담은 ‘데뷔의 순간’은 글로도 만날 수 있습니다. 스토리보드 작가로 오랜 기간 영화계에 몸담아 왔던 임선애 감독. 그가 <69세>로 데뷔를 하고 4년 만에 차기작 <세기말의 사랑>을 세상에 내놓기까지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진행: 씨네플레이 주성철 편집장, 이진주 기자)

 

임선애 감독과의 인터뷰 현장
임선애 감독과의 인터뷰 현장

씨네플레이

네이버 영화 콘텐츠 공식 파트너사인 씨네플레이가 드디어 한국영화감독조합과 ‘한국영화, 감독’이라는 인터뷰 시리즈를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그 두 번째 손님으로 바로 임선애 감독님을 모셨습니다.

 

임선애

안녕하세요.

 

씨네플레이

오래전 한국영화감독조합에서 조합 소속 감독들의 데뷔 직전 청춘의 이야기만 담은 「데뷔의 순간」이라는 책을 낸 적 있는데요. 임선애 감독님께 그 이야기를 청하려고 합니다. 임선애 감독님은 홍익대 광고 멀티미디어 디자인과를 졸업하셨잖아요. 언제부터 감독의 꿈을 가지셨나요?

 

임선애

어릴 때 학교에서 취미와 특기를 써서 제출하잖아요. 그러면 취미에는 ‘영화 보기’, 특기에는 ‘그림 그리기’ 이렇게 썼어요. 아빠가 출장을 많이 다니셨는데 출장 갔다 오시면 꼭 저희를 데리고 극장을 데려가셨어요. 아빠 취향인 액션 영화를 주로 보러 다녔어요. 초등학교 다닐 때에는 비디오 가게를 편의점 가듯이 자주 들락날락했어요. 주로 홍콩 영화를 보면서 주성치, 주윤발에 빠졌죠. 하지만 그때만 해도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저는 어떻게 보면 실패의 경험으로 영화감독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어렸을 때부터 미술을 좋아했어요. 원래 의상 디자인과를 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다 떨어지고 광고 멀티미디어 디자인과에 합격한 거죠. 막상 들어가니까 영상 만드는 작업들이 꽤 있었어요. 대학을 다니면서 영화에 대한 꿈을 키웠어요.

 

씨네플레이

디자인 전공을 하시면서 뮤직비디오 촬영을 하셨다고 알고 있어요.

 

임선애

대학 다닐 때 스토리보드라는 것을 처음 그려봤어요.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찍더라도 단편영화 찍듯이 준비를 다 했어요. 당시는 필름 시대였단 말이에요. 필름을 공부하고 싶어서 학교를 휴학을 하고 연출부로 무작정 들어갔어요. 영화 현장에서 스크립터로 일을 하게 된 거죠. 첫 작품이 이정재, 장진영 배우 주연의 영화 <오버 더 레인보우>(2002)였어요. 프리프로덕션, 프로덕션, 포스트프로덕션까지 경험하면서 공부가 많이 됐어요.

〈오버 더 레인보우〉
〈오버 더 레인보우〉

씨네플레이

그 이후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시나리오 전공을 하셨어요. 석사는 왜 진학하셨어요?

 

임선애

<오버 더 레인보우> 이후에 스토리보드 작가로 연락이 많이 왔어요. 제가 영화를 한 편을 쭉 경험을 했다는 것, 영화의 메커니즘을 안다는 것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그 이후에 엄청 작업을 많이 했어요. 스토리보드 작가로서의 경험이 시나리오를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보통 한 편의 시나리오를 씹어먹다시피 분석해서 스토리보드 작업을 해요. 점점 시나리오의 구조가 보이면서 ‘나도 시나리오를 써볼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학교에 들어가서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어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시나리오 전공에 입학했어요. 이때부터 감독 데뷔를 목표로 설정했어요.

주성철 편집장
주성철 편집장

씨네플레이

이때 스토리보드 작가로 진짜 잘나가셨잖아요. 스토리보드 작가로 긴 시간 활동을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작품 있으신가요?

 

임선애

황동혁 감독님 데뷔작 <마이 파더>(2007)부터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021)까지 감독님의 전 작품을 다 했거든요. 영화제 뒤풀이 자리에서 감독님을 만났는데 농담으로 “나중에 스토리보드 작가로 써줘요”라고 했어요. (웃음) 실제로 연락이 왔고 그 이후로 쭉 같이 했죠. 그리고 <사바하>(2019)는 제가 스토리보드 작가로 가장 최근에 작업했던 작품이에요. <검은 사제들>로 데뷔하신 장재현 감독님은 아이디어에 열려 있는 분이에요. 그래서 굉장히 재미있게 작업했던 기억이 있어요.

〈사바하〉(왼쪽), 〈오징어게임〉
〈사바하〉(왼쪽), 〈오징어게임〉

씨네플레이

<오징어 게임>이 엄청난 사랑을 받았잖아요. 감독님도 일원으로서 느낀 것이 있나요?

 

임선애

제가 지금 초등학생 3학년 아들이 있거든요. 당시에 아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전화를 했어요. 친구들한테 엄마가 <오징어 게임>에 참여한 스태프라는 거를 자랑하는 거예요. 처음엔 아이가 “우리 엄마가 <오징어 게임> 만들었어”라고 하는데, 감독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정확하게 알려줬어요. “엄마는 <오징어 게임>의 스토리보드 작가였어.” (웃음)

〈69세〉
〈69세〉

씨네플레이

이제 <69세> 이야기를 해볼게요. <69세>가 감독님이 쓰신 첫 번째 장편 시나리오가 맞나요?

 

임선애

<69세>는 세 번째 작품이라고 봐야 될 것 같아요. 공개된 저의 첫 시나리오는 유지태 감독이 데뷔한 <마이 라띠마>(2013)의 각본이구요. <마이 라띠마>는 위기의 남자 수영과 코리안 드림을 안고 한국에 온 여자 마이 라띠마의 이야기예요. 두 번째 시나리오는 이번에 개봉하는 <세기말의 사랑>(2024)이고요. 그다음이 <69세>인데 감독 데뷔는 <69세>로 하게 되었네요.

〈마이 라띠마〉유지태 감독
〈마이 라띠마〉유지태 감독

씨네플레이

​<69세>는 노인의 성폭행이라는 예민할 수 있는 주제를 담은 영화예요. 그 소재를 찾게 된 계기가 있으세요?

 

임선애

우연히 여성신문에서 칼럼을 봤어요. ‘노인 여성을 무성적 존재로 보는 사회적 편견이 오히려 그들을 성범죄의 타깃으로 만드는 이유가 된다’는 내용이었어요. 노인 여성은 무성적 존재를 보기 때문에 신고를 해도 믿지 않고 더불어 몸이 약하기 때문에 저항의 위험이 없다는 거죠. 그래서 성범죄의 타깃이 되기 굉장히 쉬운 거예요. 이 칼럼을 보고 러프하게 한 장짜리 시놉시스를 써놓고 묵혔어요. 그러다 내가 아직 노년기는 아니지만 나이가 들어도 ‘나’란 사람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예비 피해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69세>를 쓰게 되었어요.

 

씨네플레이

제작하는 과정에서 예수정 배우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많이 달라졌다고 알고 있는데 어떤 부분이 있을까요?

 

 

임선애

예를 들면 동인(기주봉)과 효정(예수정)의 관계에서 동거인이 아닌 재혼 가정으로 할까 고민했거든요. 그런데 예수정 선생님이 아주 냉정하게 ‘무슨 결혼을 한번 해봤으면 됐지’하시면서 현실을 말씀해주시더라구요. 그래서 동거라는 설정으로 결정되었어요. 보통 미디어에서 남자는 가부장적이고 여자는 이렇게 가정에 헌신하는 스테레오 타입의 모습으로 보여주잖아요. 저는 이 영화 안에서만큼은 다른 궤도의 관계를 좀 보여주고 싶었어요. 효정과 동인이 평등하고 독립적인 인물이 될 수 있도록 했어요.

 

씨네플레이

영화가 노인의 성폭행을 다루고 있지만 넓은 범위에서 노년의 삶을 다루고 있는 것이기도 하네요.

 

임선애

맞아요. 그래서 더 확장된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하는 게 있어요.

이진주 기자
이진주 기자

씨네플레이

대부분의 감독님들이 데뷔작을 만들고 두 번째 장편을 내놓기까지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려요. 그런데 감독님은 데뷔작 <69세> 이후에 차기작 <세기말의 사랑>을 만들기까지 불과 4년밖에 걸리지 않았는데요. 의도적으로 차기작을 빨리 내야겠다라는 생각이 있으셨나요?

 

 

임선애

<69세> 후반 작업할 때쯤 주변에서 다음 작품 선택하는데 너무 오래 고민하지 말라는 얘기를 많이 했어요. 차기작을 고민하다 <세기말의 사랑> 시나리오를 다시 열게 됐죠. 여기저기 손볼 데가 많았는데 부산국제영화제 APM(아시아프로젝트마켓)을 목표로 디벨롭을 하기 시작했고 감사하게도 상을 받았어요. 그때부터 몰입해서 작업했어요.

 

씨네플레이

데뷔를 꿈꾸는 감독 지망생이나 두 번째 영화를 내놓기까지 고전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해 줄 얘기가 있을까요.

 

임선애

아직 데뷔하지 못한 분들에게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의 이야기도 누군가가 발견해주셔서 세상에 나왔어요. 그런 것처럼 영화계는 아직 당신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영화 시장에 대한 부정적 견해들에 위축되지 말고 일단은 ‘나는 내 일을 한다’는 마음으로 정진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씨네플레이

매일매일 살아가는 인간의 입장에서는 거절당하고 부정적인 이야기를 듣는 게 쉽지는 않잖아요. 그럴 때 극복할 수 있는 팁이 있을까요?

 

임선애

저는 행복에 너무 연연하지 않는 게 좋은 거 같아요. 오늘 내가 어떤 게 즐거웠는지, 그것만 찾으면서 가도 매일매일 행복할 것 같아요. 잠깐 스위치를 꺼두는 것도 중요하고요.

〈세기말의 사랑〉
〈세기말의 사랑〉

씨네플레이

<세기말의 사랑>이 1월 24일 개봉해요. 마지막으로 감독님의 데뷔작 <69세>를 보시고 <세기말의 사랑>을 기대하시는 관객분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임선애

<세기말의 사랑>이 <69세>의 기조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결국 인간이 자기 스스로의 존엄을 깨닫고 삶을 어떤 식으로든 재생해 가는 이야기예요. <69세>와 같은 결로 봐주시면 실망하지 않으실 거고요. 한편으로는 오히려 <69세>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영화를 관람하신다면 더 흥미롭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이번 영화는 무겁지 않은 방식으로 접근한 영화라 더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관련 기사 목록

씨네플레이와 한국영화감독조합의 인터뷰 시리즈, ‘한국영화, 감독’ 마침내 시작

로맨스의 향을 가미한 바삭한 휴먼드라마, 〈세기말의 사랑〉후기

[인터뷰]〈세기말의 사랑〉임선애 감독, “우리 영화는 호구들의 사랑”

"스토리보드 작가에서 영화 감독으로, 18년 만의 데뷔" [한국영화, 감독] EP.02 임선애

"[범죄도시]의 성공 이후, [카지노] 제작에 들어가기까지" [한국영화, 감독] EP.03 강윤성

〈세기말의 사랑〉 관객들 만나러 전국 돈다

우디 앨런 신작〈Coup de Chance〉4월 5일 美 개봉 예정

"공효진이 연기한 양미숙은 한국영화 속 여성 캐릭터의 전형성을 부셔버리기 위해 탄생" [한국영화, 감독] EP.04 이경미

"데뷔작인 [혜화, 동] 주연배우 유다인과 10년 뒤에 다시 만나 결혼까지 가게 된 이야기" [한국영화, 감독] EP.05 민용근

"윤여정 배우와 함께한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그간의 실패를 통해 배운 영화" [한국영화, 감독] EP.06 김초희

프랑스의 전설적인 배우 알랭 들롱 또 다시 총기 적발

"넷플릭스 [D.P.]는 어둡고 불편한 소재여도 이야기할 가치가 있다고 믿었다" [한국영화, 감독] EP.07 한준희

"생계를 위해 시작한 빵집, 유일하게 찾아준 배우였던 故김주혁" [한국영화, 감독] EP.08 이철하

[인터뷰] 이철하 감독의 ‘데뷔의 순간’. 씨네플레이와 한국영화감독조합의〈한국영화, 감독〉인터뷰

"'신림동 황금허리'라 불리던 춤꾼,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의 감독이 되다" [한국영화, 감독] EP.10 민규동

[인터뷰] 민규동 감독의 ‘데뷔의 순간’. 씨네플레이와 한국영화감독조합의 〈한국영화, 감독〉 인터뷰

'피를 나눈 사이' 연예계 가수-배우 형제자매 듀오들의 화려한 행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