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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알고 계신 〈마담 웹〉님, 영화가 성공할까요?

씨네플레이

 

〈마담 웹〉
〈마담 웹〉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가 새로운 라인업의 개봉일을 확정했다. 이번 주인공은 <마담 웹>이다. 원작 팬이거나, 원작 기반의 게임을 플레이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제법 어색한 이름일 텐데. 알고 보면 스파이더맨 세계관에서 제법 중요한 인물이(었)다. 스파이더맨을 비롯한 ‘스파이더 패밀리’의 조력자 역할을 하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마담 웹'이 대중에게 친숙한 캐릭터도 아니라 이렇게 설명이 필요한 와중에,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SSU)가 그려낸 스파이더맨 세계관이 잘 자리 잡혔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기는 하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시기상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고 <모비우스>의 충격을 잊을 수 없긴 하지만, 이 프랜차이즈의 보다 장기적인 생명력을 위해서라면 ‘마담 웹’이 어떤 카드가 되어줄 수도 있을 것 같기는 하다. 바로 ‘스파이더버스’를 통해서다.


원작의 마담 웹, 스파이더맨의 무대를 확장한 키 카드

〈마담 웹〉
2대 마담 웹 줄리아 카펜터

'마담 웹'은 1980년에 첫 등장했던 1대 카산드라 웹에 이어 현재는 2대인 줄리아 카펜터가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데, '스파이더버스'라는 스파이더맨 관련 유니버스를 관통하는 조력자 캐릭터다.

1대 마담 웹인 카산드라는 앞을 볼 수 없고 근육무력증이 있어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는 대신 강력한 염력을 갖고 있는 뮤턴트였다. 앞을 볼 수는 없지만 아주 먼 곳까지 자유롭게 들여다볼 수 있는 천리안이 있고, 염력 기반의 텔레파시는 물론 예지 능력까지 갖추고 있는 초능력자. 즉 신체능력은 일반인에 비해 뒤떨어지지만 정신능력은 어지간한 히어로를 초월할 만큼 강력한 캐릭터다.

얼핏 스파이더맨 세계관과는 좀 이질적인 느낌도 드는데, 그도 그럴 것이 스파이더맨의 이야기를 좀 더 확장하기 위한 카드가 바로 마담 웹이었기 때문이다. 마담 웹이 본격적으로 등장할 당시 히어로 코믹스는 새로운 미디어 콘텐츠(이를테면 콘솔 게임이라든지)에 밀려 입지가 좁아지고 있었고, 이에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좀 더 새로운 것이 필요해졌다. 정신계 능력자이면서 장애를 가진 '마담 웹'의 설정은 지금에야 그리 특이한 느낌이 아니지만 당시로서는 신비주의적인 능력을 지닌 카산드라 웹이 상당히 이색적이었다.

마담 웹은 제법 성공적인 돌파구가 되었고, 피터 파커의 성장과 삶(보통은 고통)을 다룬 스파이더맨 이슈의 무대를 본격적으로 확장시킨다.


어쩐지 안쓰러운 ‘마담 웹’ 카산드라와 줄리아

〈마담웹〉
왠지 비주얼만 봐도 무슨 능력자인지 대충 알 것만 같은 1대 마담 웹 카산드라

익히 알다시피 훌륭한 너드였던 피터 파커답게, 스파이더맨들 역시 정신능력보다는 과학적 지식에 더 익숙했다. 그래서 마담 웹은 소위 '스파이더 패밀리'에게 자신의 정신능력과 힘에 대한 지식을 알려주었으며 본인 고유의 능력으로 이들의 전투를 돕기도 했다. 즉 스파이더맨들이 알기 어려운 정보나 힘을 제공하는 조력자 역할을 수행했던 셈이다.

물론 시대가 흐르면서 오컬트적인 설정이나 정신능력이 더 이상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어려워지게 되자 마담 웹은 흔히 그렇듯이(....) 죽음을 맞으며 본 무대에서 퇴장했다. 물론 죽기 전 스파이더우먼이었던 줄리아 카펜터라는 여성에게 능력을 계승해 주었고, 이렇게 줄리아 카펜터라는 2대 마담 웹이 탄생했다.

〈마담 웹〉
1대 카산드라 웹과 2대 줄리아 카펜터

 

1대와 2대의 가장 큰 차이는 아무래도 장애 유무와 나이(!!)일 것 같은데, 원래 스파이더우먼이었던 줄리아 카펜터는 스파이더 능력 보유자답게 뛰어난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어 카산드라와 달리 행동에 제약이 없다. 능력을 계승하는 과정에서 시력을 잃기는 했지만, 움직이는 데 문제가 없고 스파이더 능력자 특유의 동체시력 덕분에 1대 카산드라와는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

이렇게 보면 꽤 중요한 캐릭터인 것 같지만.... 등장 당시에는 제법 의미 있었을지언정 캐릭터 하나하나를 떼어 놓고 보면 잊혀지다 못해 예토전생 당한 적도 있어서(1대 카산드라 웹은 2대 줄리아 카펜터에게 능력을 전해주기 위해 부활한 적이 있다) 어쩐지 2대에 걸쳐 안쓰러운 캐릭터들이다. 물론 최근에는 줄리아 카펜터가 2대 마담 웹이 아니라 아라크네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마담 웹〉
‘아라크네’이자 2대 마담 웹인 줄리아 카펜터

이 시점의 ‘마담 웹’이 과연 키 카드가 될 수 있을까

그래서 말인데,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가 '마담 웹'을 들고 나온 건 제법 합리적인 것 같으면서도 도통 이해가 안 되는 일이다. 마담 웹의 존재로 인해 실사화 프로젝트 무대를 '스파이더버스'로 확장할 수는 있겠지만, 이렇게 단일 영화로 제작할 만큼 인지도가 높은 캐릭터라고 할 수 없거니와 현 시점에 있어서 정말 매력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지 않은가.

물론 예지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늘 고통에 몸부림치는 스파이더 패밀리들에게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줄 것만은 분명하지만,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에는 무엇보다도 큰 단점이 있다. 바로 스파이더맨이 없다는 사실.

〈마담 웹〉
〈마담 웹〉

스파이더맨 없는 스파이더버스라니,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원년 멤버 없이도 어떻게든 세계관을 확장하고 있는 것과는 좀 궤가 다른 얘기다(그쪽도 잘되고 있진 않다…). <베놈> 시리즈가 흥행에는 성공했을지언정 서사의 설득력은 여전히 모자라다는 평을 들었고, <모비우스>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는데(묵념), 흥행 실패 후 2년 만에 공개하는 영화가 <마담 웹>이다. 베놈으로 시작해 나름 괜찮은 출발이라고 봐줄 만했던 이 프랜차이즈는 정말 자신이 있는 걸까.

아마 그들이 꿈꾸는 것은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가 그랬듯이 흥행 성공과 더불어 비평적 성공을 거두며 스파이더버스를 대중들의 인식 속에 무사히 안착시켜 이 프랜차이즈를 이어가는 흐뭇한 미래가 아닐까. 하지만 거기에는... 마일즈 모랄레스와 피터 파커가 있었다. 그러니까 스파이더맨이 있었다. 그것도 한 명도 아닌 여러 명. 과연 애니메이션이 그랬던 것처럼 ‘마담 웹’이 소니의 실사화 프로젝트에도 새로운 전환점이 되어줄 수 있을까? 코믹스에서 그랬던 것처럼 스파이더맨의 세계를 끝없이 확장시켜 줄 수 있을까? 대답은 예지능력이 있는 ‘마담 웹’만 알고 있을 것이다…

〈마담 웹〉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마담 웹

다코타 존슨은 정말 이 영화를 캐리해 줄 것인가

MCU가 고배를 마시고 있는 이 시점, 차라리 극적 타결로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을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로 끌어와 완벽해지는 것도 나름 방법일 것 같은데... 십수 년 이어온 그 어른의 사정은 도통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소니는 그래서인지 그들이 할 수 있는 걸 하고 있는 것 같다.

솔직히 말해 그냥 '스파이더맨의 빌런'들을 제대로 소개하는 방식, 예를 들면 벌쳐라든지, 그게 더 흥미롭지 않았을까 싶다. 다코타 존슨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스파이더우먼만 등장하는 게 허전해서가 아니라, 이 프랜차이즈가 이제까지 보여준 것들이 늘 뭔가 어설프고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마담 웹〉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그분, 다코타 존슨

 

​이제 남은 건... 다코타 존슨이 과연 이 영화를 하드캐리해 줄 것인가 하는 문제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마담 웹>은 저예산으로 촬영되었고 그렇다는 건 화려한 CG나 블록버스터스러운 액션씬보다는 대화나 심리전, 스토리 구성에 집중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물론 똑같은 의자에 앉아서, 집 안에서만 촬영하고도 멋진 영화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이건 소니라는 거대 기업이 제작한 대형 프랜차이즈의 '히어로무비'가 아닌가. 과연 잘 만든 히어로무비에 목마른 오랜 팬들의 갈급함을 달래줄 수 있을지는 정말 의문이다.

보아하니 외모 콘셉트는 2대 줄리아 같은데 정작 줄리아는 오른쪽 안경 쓴 여성
보아하니 외모 콘셉트는 2대 줄리아 같은데 정작 줄리아는 오른쪽 안경 쓴 여성


​여기에 예고편에 등장한 모습을 보면 원작의 1대 마담 웹보다는 2대인 줄리아에 가까워 보이는데, 정작 줄리아는 다른 배우가 맡아서 뭔가 새로운 이야기나 설정이 추가된 건 확실한 듯하다. 피터 파커의 삼촌(스파이더맨에게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걸 알려준 그 삼촌)이 작중 마담 웹의 직장 동료로 등장한다고도 하는데… 어떤 식으로 풀어내려 갈지도 잘 모르겠지만 그게 독일지, 약일지는 정말 아직 알 수 없는 일이다.

사전 시사회에서 혹평만 가득했다는 비보가 전해지는 이 시점에, 그래도 이 프랜차이즈가 언젠가는 <시니스터 식스>를 무사히 제작할 수 있도록, 그리고 여기에 스파이더맨이 무려 6명에게 무자비하게 괴롭힘 당하는 장면을 꼭 볼 수 있도록.... 흥행 결과가 나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