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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탑, 타노스 캐릭터 잘 연기했다고 생각해” 〈오징어 게임〉 시즌2 황동혁 감독

추아영기자
황동혁 감독 (사진 제공 = 넷플릭스)
황동혁 감독 (사진 제공 = 넷플릭스)


어린 시절 추억의 게임이 죽음의 게임으로 변하는 기발한 발상을 보여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시즌2로 다시 돌아왔다. 황동혁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시즌1의 세계관을 연결하면서도 현실의 정치적 양극화와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회의 어린 자신의 시각을 더 깊이 파고든다. 그는 <오징어 게임> 시즌2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분열과 갈등, 증오 같은 것들이 점점 더 격화되고 있다. 종교나 이념, 출신, 성별, 인종에 따라 집단이 어떻게 갈라지고, 증오하고 대립하고, 갈등하는가에 대해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황동혁 감독을 만나 배우 캐스팅에 대한 생각과 이번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오징어 게임〉 시즌2
〈오징어 게임〉 시즌2


<오징어 게임> 시즌2에 대한 감독님의 개인적인 만족도를 말씀해 주세요. 또 사람들의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저는 시즌1보다 시즌2를 만들면서 더 좋았고, 나온 결과물을 보고서도 시즌2를 더 좋아했어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시즌1은 되게 단선적인 이야기였잖아요. 성기훈이라는 인물이 게임에 들어와서 어떻게 살아남는가, 결국 그들은 어떤 사람으로 변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시즌2는 이야기가 더 확장돼서 인호(이병헌)가 게임 안에 들어오고 그들 간의 심리 싸움이 벌어져요. 좀 더 많은 집단이 존재하면서 그들 간의 사회적 관계와 미세한 심리가 더 잘 보이는 작품이에요. 그래서 시즌1보다 조금 더 풍성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면에서는 시즌2에 대한 저의 만족도가 꽤 높은데요. 다만 원래 한 호흡의 이야기인데 중간의 어떤 변곡점에서 끝나다 보니까 그런 면에서는 좀 아쉬웠죠.
 

사람들의 평가에 대해서는 예측한 부분이 있었어요. 시즌1 때는 ‘갑자기 이런 게 나왔어’ 하면서 막 난리가 났잖아요. 근데 시즌2를 하면서는 당연히 그런 건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처음 세계관을 마주했을 때의 놀라움은 사라졌으니 그런 면에서 당연히 평가절하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제는 그런 거에 기대지 말고 더 고급스럽게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죠. 나온 평가들을 쭉 봤는데 받을 정도의 평가를 받고 있는 게 아닌가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로튼토마토가 시즌 1 때는 90%대였는데, 지금은 80%대예요. 10명 중에 9명이 볼만하다고 했으면 지금은 8명 남짓으로 한 명 정도 떨어진 거니까 괜찮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시즌2에 대해서 기대하는 바가 다 다르잖아요. 그 모든 걸 다 만족시키기는 좀 힘들 거라고 생각했어요. 엔딩에 대한 불만들이 어느 정도는 다 있으실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그런 점을 감안하면 평가도 괜찮게 나온 게 아닌가 생각해요.

악평 중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견해도 있으셨어요?

​시즌1과 아예 다른 얘기를 만들어 버리면 거기에 대한 불만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시즌1에서 이어갈 것은 이어가면서 좀 변형하고 새로운 것들을 추가했는데, 외신 평가 중에 ‘뉴욕타임스’에서 전혀 바뀐 게 없는 것처럼 얘기를 하셔서 그 부분은 좀 의아했어요. 바꾼 게 꽤 있거든요.

〈오징어 게임〉 시즌2 타노스 역 최승현
〈오징어 게임〉 시즌2 타노스 역 최승현


악평을 받은 부분 중에 가장 큰 이유로는 (230번 래퍼 타노스 역) 최승현 씨의 캐스팅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 선택에 대해서는 지금은 생각이 바뀌셨을까요?

​타노스라는 캐릭터 자체에 대한 불만들이 있으신 것 같은데요. 특히 국내에서 많은 것 같아요. 최승현 씨의 캐스팅에 대한 문제 제기도 국내에서 많이 들었기 때문에, 사실 해외에서는 그런 문제 제기가 별로 나오지 않았어요. 대마초가 합법인 곳이 있으니까요. 여튼 제가 캐스팅을 발표했을 때부터 굉장히 많은 우려와 비난을 들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는 알고는 있었고요. 그래서 그 부분은 어느 정도 감수하고 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도 무슨 역할을 했는지 한번 보여드리자고 생각을 했고요. 다시 평가를 받을 때 나오는 질문에 대해서 대답을 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타노스 캐릭터는 어떻게 잡아가려고 했고, 연출자로서 최승현 씨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오징어 게임>에는 만화적이고 과장된 캐릭터들이 좀 등장을 하는데요. 시즌1 때도 미녀(김주령)나 덕수(허성태)가 약간 붕 떠 있는 캐릭터들이거든요. 그래서 한국에서는 어색하다는 얘기가 좀 있었어요. 그런데 의도해서 그렇게 된 캐릭터들이고, 해외에서는 그런 캐릭터들이 사랑을 받았었거든요. 타노스 캐릭터도 만화적이고 과장된 캐릭터이기 때문에 너무 심하게 과장됐다는 평가는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제가 그렇게 만든 거예요. 많은 래퍼들의 모습을 보면서 취합해서 만들었어요. 스스로 자기한테 취해 있고, 거기에다가 약을 하기 때문에 더 하이텐션에 있는 상태인 거죠. 개인적으로 최승현 씨는 타노스 캐릭터를 잘 연기했다고 생각해요. 근데 그것이 보는 사람에 따라서 굉장히 과잉된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호불호를 감수하고 만들어 본 캐릭터고요. 근데 실제 반응을 봐도 외국에서는 타노스 캐릭터에 대한 호감도가 굉장히 높고 인상적이라고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국내에서는 싫어하시는 분들도 있지만요. 캐릭터를 보는 문화적인 관점의 차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오징어 게임〉 시즌2
〈오징어 게임〉 시즌2


그럼 최승현 씨는 오디션으로 뽑힌 건지, 캐스팅 과정이 궁금합니다.

​승현 씨를 염두에 두고 쓴 캐릭터가 아니고요. 작품 안에 제가 젊은 친구들의 그룹을 만들었잖아요. 소위 MZ세대에 속하는 그룹을 만들었는데, 요즘에 인터넷 도박, 암호화폐 열풍, 마약 이런 문제들이 한국에서 큰 사회 문제가 되고 있잖아요. 아마 한국뿐만이 아니라 해외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세태를 반영할 수 있는 집단을 하나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타노스 캐릭터도 나온 거예요. 힙합을 좋아해서 힙합을 하지만, 코인 때문에 돈을 날리고 거기에 마약까지 하는 인물이요.


타노스 캐릭터는 오랫동안 오디션을 진행했는데, 만족할 만한 친구를 찾지 못했어요. 그렇게 배우를 찾지 못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저한테 가져온 리스트 중에 승현 씨가 있었어요. 그래서 “이 친구는 활동 안 한 지 오래되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그 사건 이후로 오래 쉬었다고 들었죠. 그래도 연기를 하던 친구고 랩도 좀 해서 캐스팅 물망에 올려보면 어떻겠냐고 해서 제작사를 통해 연락을 한번 해봤죠. 이런 역할이 있는데 오디션을 한 번 볼 생각이 있냐고요. 사실은 기대는 거의 안 했어요. 말 그대로 대마초 때문에 모든 걸 그만두게 된 친구가 자기랑 너무 비슷하게 닮아 있는, 약으로 망한 래퍼 역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죠. 승현 씨가 고민을 오래 한 것 같아요. 그런데 한번 해보고 싶다는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오디션을 겸해서 리딩을 했는데 저는 가능성을 좀 봤어요. 아직도 기억이 나는 게 그때 승현 씨가 너무 긴장을 해서 온몸이 땀에 절어 있었어요.


제가 기자회견 때도 말씀드렸지만 이렇게까지 탑(최승현의 예명)이 용서를 받지 못한 줄 몰랐어요. 이 친구가 활동을 안 한 지 6~7년이 이미 지나 있어서 사람들이 어느 정도 용인을 해 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캐스팅을 해서 진행했던 건데,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화들짝 놀라기는 했었어요. 그래서 다시 봤더니 팬들하고 설전을 한 것도 있었고, 한국에서 다시는 복귀를 안 하겠다는 말도 한 적이 있더라고요. 그렇다고 해서 준비를 이미 같이했던 친구에게 “용서를 못 받아서 안 되겠다”하고 내칠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같이 잘 만들어서 한번 보여주자. 대중이 용서해 주고 다시 받아줄지는 승현 씨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최승현 씨와 더불어 오달수 배우의 캐스팅도 문제가 됐잖아요. 감독님의 생각이 크게 반영된 건지 주변에 함께 준비했던 사람들의 생각이었던 건지 궁금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써도 괜찮을 것 같다는 판단으로 캐스팅했고요. 사실 오달수 배우는 제가 그의 연기를 너무 좋아해서 언제 한번 작품을 같이 해보고 싶은 배우였어요. 근데 그동안 기회가 없었는데 이 역이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캐스팅한 거예요. 제가 그분과 일면식이 있던 분도 아니어서 이분의 복귀를 도와주려고 한 건 아니고요. 그냥 캐릭터와의 적합성을 생각해서 캐스팅했어요.

 

〈오징어 게임〉 시즌2 황준호 역 위하준
〈오징어 게임〉 시즌2 황준호 역 위하준


최승현 씨의 비중도 많이 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위하준 배우의 분량도 상당한데요. 게임 안에서는 성기훈이 게임을 중단하려고 했다면, 밖에서는 위하준 배우의 준호가 있습니다. 이번 작품은 게임 안팎의 두 인물을 중심으로 드라마가 전개됐는데 이렇게 구성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아! 이건 스포가 돼서 자세히 말씀드리기는 힘든데요. 어쨌든 기훈이 게임 안에서 노력을 하는 첫 번째 이유는 밖에서 지원군이 올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게임 바깥의 서사로 그런 기대감과 긴장감을 꾸준히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양쪽을 살려서 가고 싶었고, 시즌2에 이어서 시즌3에서도 준호는 게임이 벌어지는 곳을 찾을 거잖아요. 과연 지원군은 도착할 것인지, 성기훈이 완전히 망가지기 전에 어떤 조력의 손길이 올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과 긴장감을 끝까지 가져가고 싶었어요.

 

〈오징어 게임〉 시즌2
〈오징어 게임〉 시즌2


시즌1에서는 한 번만 진행됐던 투표가 시즌2에서는 매 라운드의 게임이 끝날 때마다 진행됩니다. 이 투표 과정을 통해서는 어떤 것을 보여주고 싶었나요?

사실 시즌1에서는 투표를 한 번만 했잖아요. 투표로 게임을 중단하고 나간 다음에 재개했는데요. 시즌1에서는 대본을 쓸 때부터 사람들이 도망가려고 할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그래서 아예 투표를 통해서 스스로 결정하게 하자고 생각했어요. 그런 장치로 투표를 넣었었는데, 시즌2에서는 투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고 싶었어요. 대의민주주의에 어떤 위기가 왔다고 생각해요. 과연 투표를 통해서 다수결로 의견을 결정하는, 한 방에 모든 걸 결정하는 이 시스템이 과연 맞는가. 다른 대안은 없는가 고민해 보게 되죠. 그런 것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요.

또 OX로 나뉘어서 사람들이 싸우잖아요.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죠. 지금 거리에서 이미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잖아요. 탄핵 찬성과 반대로 나뉜 현실의 모습이 작품 속 투표 과정과 너무 닮아 있어서 소름이 끼쳐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같은 나라도 대통령제이기 때문에 선거 때마다 그런 모습들이 많이 보이죠. 나라가 갈라지고 분열되는 그런 세상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걸 좀 적극적으로 <오징어 게임> 안에 반영하고 싶었어요.

 

〈오징어 게임〉 시즌2 딱지남 역 공유
〈오징어 게임〉 시즌2 딱지남 역 공유


딱지남(공유)이 주도한 게임과 공유 배우의 연기에 대한 반응이 뜨겁잖아요. 미리 예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딱지남이 시즌1에서 아주 잠깐 나오지만,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셨어요. 그래서 시즌2에서는 딱지남의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왜 이런 사람이 됐는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드리지는 않아도 어떤 단서들은 좀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공유 씨와 촬영할 때 사실 되게 놀랐어요. 이 캐릭터를 진짜 멋지게 죽이고 싶어서 대본에도 신경을 많이 쓰긴 했지만, 촬영장에서 공유 씨가 보여준 에너지가 너무 어마어마했어요. 본인이 그러더라고요. 자기가 악역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고, 자기 인생에서 딱지남이 첫 악역이라고요.

근데 전형적인 악역이 아니고 되게 미스터리한 그런 악역이었기 때문에 너무 멋있게 해보고 싶다는 본인의 의지가 되게 강했어요. 진짜 어떨 때는 정재 씨를 누르는 듯한 포스까지 막 뿜어 주셔서 찍으면서도 놀랐고 거의 NG가 없었어요. 저도 예상하지 못한 표정과 에너지를 현장에서 분출을 해 주셔서 찍으면서 알았어요. ‘아 공유 씨의 인생 연기, 인생 씬이 하나 나왔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아마 현장에 있었던 모든 스태프도 다 같이 느꼈을 것 같습니다.

 

〈오징어 게임〉 시즌2
〈오징어 게임〉 시즌2


이 시리즈의 가장 큰 주인공중 하나가 게임이잖아요. 이번 시즌2의 게임 구성은 어떤 식으로 결정을 하셨고, 게임 선정 과정에 필요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시즌1에서 제가 영상화하기 좋은 게임들을 많이 썼어요. (웃음) 캐릭터도 그렇고요. 그래서 시즌2에서 게임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만드는 데 어려움이 좀 있었어요. 시즌1에서 하고 싶었다가 탈락했던 게임들의 리스트가 있어요. 열 몇 가지 정도가 있는데, 하나하나씩 다시 점검했고요. 처음에는 <오징어 게임>의 시그니처가 아무래도 영희이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이다 보니까 첫 번째 게임은 똑같이 가져가고 싶었고요. 그 게임을 다시 해야 기훈이 경험자로서 할 수 있는 역할도 있을 수 있으니까요. 두 번째 게임은 단체전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룹이 좀 정해지고, 그 그룹 내에서 펼쳐지는 작은 이야기들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또 시즌1에서 한국의 놀이가 사랑을 많이 받아서 다양하게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짝짓기 게임은 제가 진짜 어릴 때, 유치원 다닐 때부터 많이 했던 게임이에요. 이 게임이 단순하기도 하지만 되게 잔인한 게임이기도 해요. 해보셨으면 알겠지만 누군가를 막 뜯어내고, 한 명을 붙잡고 싸우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항상 약한 친구가 그룹에서 소외되기도 하죠. 같이 껴안아서 유대감을 주기도 하지만, 약한 자를 떼어내고, 강한 사람끼리 그룹을 지으면서 박탈감과 패배감을 주기도 하는 묘한 놀이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서 세 번째 게임은 짝짓기로 꼭 하고 싶었어요.

〈오징어 게임〉 시즌2 현주 역 박성훈(왼)
〈오징어 게임〉 시즌2 현주 역 박성훈(왼)


이번 시즌2에서 새로 등장한 캐릭터 중에 현주(박성훈) 캐릭터가 인상적이었는데요. 사회적 소수자를 재현하는 데 있어서 자칫 잘못하면 굉장히 전형적으로 그려서 이들에 대한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측면도 있잖아요. 그래서 이 부분에 민감한 부분이 많으셨을 텐데 현주 캐릭터를 만드실 때 가장 중점을 두신 부분은 어떤 부분인지 궁금합니다.

​사실 이 안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사회에서 메이저는 아닐 거잖아요. 그러니까 막 잘나가는 사람들은 아니잖아요. 사회에서 핍박을 받은 사람들, 사회의 바닥에 몰린 사람들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시즌1에도 그런 걸 표현하는 캐릭터들을 넣고 싶었고, 그중에 한 명이 이주 노동자 알리(아누팜 트리파티)였어요. 그래서 지금 이 시대의 한국에서 그런 소수자는 누구일까 생각해 봤을 때, 성소수자들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들 중에서도 트랜스젠더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고요. 그분들의 인권에 대해 현주라는 인물을 통해서 말해보고 싶었어요. 서양에서는 이분들의 권리에 대해 인정을 하고 있는 편이잖아요. 근데 한국에서는 아직 많이 제한적인 것 같아요. 여전히 안 좋은 시선으로 보는 분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그분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조금이나마 작품으로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현주가 트랜스젠더이지만 이전에는 군인이기도 했잖아요. 혹시 그런 점에서 고 변희수 하사를 모티브로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아예 그분이 모티브가 안 됐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 같고요. 당연히 그 일도 너무 충격적인 일이었고 슬픈 사건이었기 때문에 그분의 사연도 당연히 참고했어요. 또 미국에서도 많은 트랜스젠더분들이 군대에 있다고 해요. 근데 그 부분이 또 거기서 많은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전반적인 모든 분위기와 사건들을 고려해서 만든 캐릭터입니다.

 

황동혁 감독 (사진 제공 = 넷플릭스)
황동혁 감독 (사진 제공 = 넷플릭스)


시청자들 사이에서 성기훈 캐릭터가 답답하다는 의견이 많이 있는데요. 인호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오일남과 이름마저 비슷한 그의 정체를 눈치채지 못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기훈이 눈치채면 얘기가 전혀 다른 이야기로 가잖아요. 그래서 눈치를 못 채야 되는 건 당연한데요. 사실 인호는 기훈과도 심리 싸움을 하지만, 시청자들과도 심리 싸움을 하는 거예요. 이름도 오영일이라 그러면서 눈치챌 듯 못 챌듯한 어떤 선을 재미있게 타보려고 했어요. 인호의 이름을 그렇게 정한 것도 기훈에게 힌트를 준 것인데, 이게 역효과가 나서 기훈이 너무 바보같이 보였던 것 같아요.

근데 원래 성기훈이라는 인물은 시즌2에서 약간 진지한 인물로 변하긴 했지만, 사람을 잘 믿고 의심하지 않는 캐릭터잖아요. 사람의 선함을 믿는 캐릭터로 어느 정도 유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성기훈을 돈키호테 같은 인물로 그리고 싶었어요. 「돈키호테」에서 그가 풍차를 괴물이라고 믿고, 풍차한테 달려들잖아요. 「돈키호테」의 해석을 하자면 풍차는 제도고 사회인데, 그걸 부수려고 하는 돈키호테의 모습을 기훈의 모습에 겹치려고 했어요. 기훈의 반란도 풍차를 향해서 달려드는 돈키호테 같은 그런 느낌이라고 생각했어요.

 

〈오징어 게임〉 시즌2
〈오징어 게임〉 시즌2


기훈이 따뜻하고, 사람의 목숨을 소중하게 여기는 인물이지만, 시즌2의 후반부에 가면서는 본인이 계획했던 것이 다 안 되면서 가치관에 혼란이 오잖아요. 인물의 변화하는 모습은 어떻게 보여주려고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시즌3까지 보시면 다 나올 텐데, 기훈이 그런 인물인 거죠. 사회에서 굉장히 평범한 소시민이었는데 나락으로 떨어졌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나면서 인간에 대한 믿음을 회복한 인물이에요. 냉혹한 상황에서도 인간을 끝내 믿는 인물이고, 그래서 이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결심까지 한 거죠. 그런 사람이 세상에 부딪히면서 뭔가를 바꿔보려고 하지만 변하지 않는 세상을 보면서 조금씩 망가져 가는 그런 모습을 그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나름의 준비를 해서 이 게임을 끝내보려고 하지만 계획이 실패하고, 사람들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투표를 통해서 끝내려 하지만, 제도권 내에서 하는 행위로는 마음대로 되지 않죠. 게임을 끝내겠다는 목표에 사로잡혀서 원래 가지고 있던 자신의 신념, 가치관 이런 것들은 조금씩 잃어가는 거죠. 어떻게 보면 인호가 목표하는 게 바로 그 지점이에요. 기훈이 조금씩 타락하고 망가져 가는 모습을 보고 싶은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