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기사 카테고리

Movie & Entertainment Magazine from KOREA
>인터뷰

[인터뷰] 〈오징어 게임〉 시즌2 임시완 “명기는 얄팍한 인물… 준희를 아직도 ‘현 여친’으로 생각할 것” 

김지연기자
〈오징어 게임〉 시즌2 스틸컷
〈오징어 게임〉 시즌2 스틸컷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 가장 의중을 알아채기 어려운 참가자라면, 단연 이명기(임시완)를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이명기는 코인 투자로 거액의 빚을 지고 게임에 참가했으면서도 ‘폰으로 코인 시세 못 보면 책임질 거냐’라는 등 기고만장하다. 동시에, 자신의 아이를 가진 전 여자친구 준희(조유리)에게는 ‘내가 지우라고 그랬잖아’라고 말하면서도 ‘같이 나가서 살자’라며 고백 아닌 고백을 한다. 자신의 코인 유튜브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는 ‘투자의 책임은 개인에게 있다’라고 말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한편,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누군가를 쉽게 내칠 수 있는 단순한 사람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명기, 도대체 그의 진심은 어디까지일까.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배우 임시완의 말간 얼굴과 또렷한 안광은 선역에도, 악역에도 장점으로 작용한다. 선역을 연기할 때는 순진무구한 마스크로 소년스러운 매력을, 악역을 연기할 때는 맑은 눈으로 광기 어린 에너지를 내뿜는 임시완의 필모그래피에 <비상선언>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타인은 지옥이다>의 악역, <미생> <변호인> 등의 선역이 고루 분포된 가운데, 악역과 선역 그 중간쯤에 있는 이명기라는 캐릭터는 임시완 본인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을 터. 지난 9일 오후, 종로구 모처에서 연기의 스펙트럼을 한 번 더 넓힌 임시완을 만나 <오징어 게임> 시즌2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하 <오징어 게임> 시즌2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배우 임시완. 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임시완. 사진제공=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2를 본 많은 시청자들은 명기가 시즌3에 어떻게 될 것인지를 상상하며, 명기에 대한 다양한 추측들을 쏟아내고 있어요. 선과 악이 모호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명기에 대한 추측들이 더욱 많은 것으로 보이는데요. 본인은 명기가 어느 쪽에 가깝다고 생각하며 연기하셨나요.

끝까지 저에게는 개인적인 숙제였어요. 마지막 촬영까지 저에게 선악에 대해서 고민하게 만들었던 캐릭터예요. (명기가) 어느 정도의 거짓과 진심을 가지고 있느냐, 그 정도를 찾기 위해서 마지막까지 고민을 했죠. 그런데 제가 처음 <오징어 게임>의 대본을 봤을 때는, 명기가 1차원적인 악역이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서 명기가 악역으로서의 쓰임새를 갖겠구나 했는데, 감독님께서는 그런 의도가 아니시더라고요. 감독님의 의도는, (선과 악이 불분명한) 숙제를 끝까지 가지고 가게끔 만드는 거였죠. 감독님은 명기를 “사람으로 느껴졌으면 좋겠다”라고 큰 노트를 설정하셨어요. 그리고 감독님의 말로는, 임시완에게 이 캐릭터를 맡긴 이유는 ‘임시완이라면 이 캐릭터가 착해 보일 수 있겠다’라는 거였다고 해요. 그래서 지금 와서 취합해 보면, 아마 명기의 선과 악이 불분명한 것을 감독님이 의도하신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드는 거죠.

 

〈오징어 게임〉 시즌2 스틸컷
〈오징어 게임〉 시즌2 스틸컷


말씀하신 것처럼, 원래부터 명기는 싸움을 할 생각이 있는 캐릭터처럼 보이지는 않아요. 화장실에서의 패싸움 역시 우연히 하게 된 거고, 타노스(최승현)를 죽여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지도 않고요. 심지어는 타노스를 죽이고 나서도 화장실 칸 안에 들어가서 손을 벌벌 떨기도 하는 등, 인간적인 인물이기도 해요. 해당 장면을 찍을 때도 감독님의 디렉팅이 있었나요.

사실 타노스를 죽이고 나서 손을 벌벌 떨고 무서워하는 건 제가 하고 싶었던 거예요. 사실, 선과 악을 떠나서, 사람을 죽이는 건 사회에서 제아무리 나쁜 사람이었건 아니건 간에 상상도 못할 일이잖아요. 그런데 거기서 일어난 거고, 본인이 그걸(살인을) 행한 거니까, 그런 거에 대한 두려움을 저는 표출하고 싶었어요.

 

명기에게도 자기 손으로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 자체가 큰 충격으로 다가온 것 같은데요. 타노스를 죽인 게, 이후 명기의 심리적인 변화에 영향을 줬다고 할 수 있을까요.

복합적으로는 맞는 것 같아요. (타노스를 죽이고 나서) 그로 인해 그 안에서 더욱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게 되는 계기도 됐고요. 또, 공교롭게도 그 이후에 준희(조유리)가 다가와서 ‘너는 절대로 싸움에 나가지 말고 숨어 있으라’라고 말했으니, 식지 않은 상대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오징어 게임〉 시즌2 스틸컷
〈오징어 게임〉 시즌2 스틸컷


말씀하신 것처럼, 명기라는 인물에게는 준희와의 관계가 게임장 안에서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예요. 준희가 명기를 대하는 태도와 명기가 준희를 대하는 태도가 확연히 다르잖아요. 얽혀 있는 두 사람의 서사를 어떻게 해석하고 연기하셨나요.

준희에게 잠수를 탄 명기의 행동이 가장 많이 욕을 먹는 행동이죠. 그런데,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는 명기가 의도적으로 준희에게 잠수를 탔다고 생각했는데, 계속 감독님의 디렉팅을 받다 보니까 생각을 바꾼 게, 명기는 진심으로 상황 때문에 잠수를 탈 수밖에 없는 곤경에 처해 있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만 준희도, 본인도 안전할 수 있으니까, 어쩔 수 없는 선택이고, 상황이 마무리되면 준희를 찾아갈 생각이고. 그건 진심이라고 생각하며 명기라는 인물에 접근했어요. 물론 진심이긴 하지만, 명기의 헛똑똑이 기질 때문에 그걸 실천할 가능성은 또 낮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쨌건 그래서 준희는 ‘버림받았다’는 생각을 하고, 명기를 ‘전 남친’으로 인식하는 반면, 명기는 준희를 현재까지도 유효한 여자친구라고 생각을 할 수 있겠죠.

 

처음 지하철역에서 명기가 딱지남을 만났을 때, 준희에게 전화가 오는데 그 화면이 바로 준희의 셀카더라고요. 관계가 끝났는데 왜 아직도 준희의 사진을 배경화면으로 하고 있지, 싶었는데 시완 배우 말씀을 들어보니까 이해가 되네요. 그러면 게임 중, 명기가 준희에게 ‘같이 나가서 살자’라고 하는 말도 모두 진심이었을 거라 생각하시나요.

네. 저는 명기는 그 말도 진심으로 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준희가 그 말을 들었다면 같이 또 패가망신을 할 수도 있겠죠. 명기는 왠지는 모르겠지만, 나가서 잘 될 것 같은 희망을 가지고 있었을 것 같고요.

 

〈오징어 게임〉 시즌2 스틸컷
〈오징어 게임〉 시즌2 스틸컷


게임 안에서의 명기의 입장은 타 참가자에 비해 복합적입니다. 다른 인물들은 자신의 생존과 돈벌이를 생각하며 게임을 하는 반면, 명기는 생사 외에도 신경을 쓸 게 많아요. 자신 때문에 빚을 졌다며 자신을 괴롭히는 타노스와 남규(노재원) 무리에게 괴롭힘을 당하기도 하고, 또 자신의 아이를 가진 준희 역시 생각을 하면서 게임을 하는 인물이니까요.

단순히 생사를 떠나, 자신의 여자친구를 구하기도 해야 되고, 그리고 저 무리들도 배척해야 되고, 그 무리로부터 나를 보호하기도 해야 되고. 다 자기 업보긴 한 거죠. 자기 업보로 얄팍한 머리를 쓴 결과로, 신경을 써야 될 게 더 많이 생긴 것 같아요. 근데 지금 이렇게 얘기를 하면서 정리가 되는 건 뭐냐면, 사람이 얄팍하게 수를 썼을 때에 더 신경을 써야 될 게 많은 결과를 낳잖아요. 그게 딱 명기인 것 같아요.

 

왜 명기가 얄팍하다고 생각하셨나요?

제일 첫 번째는 남의 돈으로 투자를 했다는 것. 그게 제일 큰 것 같아요. 그리고 코인 중에서도 알트코인을 건드리는 데다가, 그것도 모자라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까지 하는 것. 그게 정말 큰 화근이라고 생각을 해요. 만약 욕심을 내지 않았다면 일단 다른 사람들의 현혹에 꼬이지도 않았을 거고, 분명히 명기도 피해자이긴 하거든요. 적어도 잃더라도 빚쟁이까지는 되지 않을 수 있었던 건데, 너무 큰 욕심을 냈던 거죠. 그러니까 그 본인의 욕심이 화근이 돼서 적도 만들고, 그리고 여자친구에게 잠수를 탈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도 스스로 자초한 거고.

 

〈오징어 게임〉 시즌2 스틸컷
〈오징어 게임〉 시즌2 스틸컷


그런데, 명기는 게임장에 들어와서도 정신을 제대로 차린 것 같지는 않아요. 명기가 처음 투표 때 O를 누른 이유는 무엇일까요.

처음 ‘정말 사람 목숨을 개미처럼 취급해서 결국은 다 죽일 사람들인가’ 생각하다가도, 말을 들어보면 ‘우리는 무조건 죽이지 않아, 우리는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만 죽여’라고 하니까, 신뢰를 가지지 않았을까. 살인마이지만, 그 와중에 (병정들이) 믿음을 주잖아요. 아마, 병정들의 유려한 언변 때문에 (그들에게)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명기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어떻게 보면, 사기나 꼬임에 잘 넘어가는 사람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기껏 이제 코인 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한다는 게 인버스와 선물이고. 그런데 그렇게 꼬임에 잘 넘어가는 사람이, 두 번째 투표 때 바로 X를 누르며 변심한 게 의아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게 준희를 만난 이후잖아요. 그래서 (O에서 X로 마음을 바꾼 게) 말이 되려면, 명기의 준희를 향한 마음은 진짜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명기가 철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마냥 악역은 아닌 게 자기 여자친구는 지켜야 한다는 마음 정도는 가지고 있는 사람이니까. 그래서 X를 누른 것 같아요.

 

정말 ‘찐사’(진짜 사랑) 였네요. 그런데 준희에게는 ‘왜 아직도 아이를 지우지 않았냐’라는 말을 해서 그가 정말 준희를 사랑한 건지, 혹은 선역인지 악역인지 더욱 헷갈리게 해요.

그 어느 모호한 지점에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선택도 했다가, 저런 선택도 하게 되는, 복합적인 인물이죠.

 

〈오징어 게임〉 시즌2 스틸컷
〈오징어 게임〉 시즌2 스틸컷


명기와 준희가 어떤 전사를 가지고 있는지는 자세히 나오지 않아요. 명기와 준희가 사회에서는 서로 어떻게 연애를 했을까요?

되게 티격태격 많이 했을 것 같아요. 특히나 명기는 본인의 사랑에 대해서 책임지기에는 미성숙한 사람, 나이가 아니라 생각이 미성숙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왜, 더 친한 사람일수록,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잘해줘야 됨에도 불구하고 화내고 짜증 내고, 그런 사람 있잖아요. 저는 명기가 그런 모습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도대체 왜 그러면 안 헤어지고 저 둘은 계속 만나고 있냐고 하지만 계속 만나죠. 그러니까 그 둘은 주파수가 맞는 거예요. 외부에서는 저 정도는 좀 헤어져야 되는 거 아니야, 이렇게 생각을 하는데 근데 정작 둘은 사랑하는 사이인 거죠. 저는 그런 모습이 명기와 준희의 관계성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게임장 안에서 처음 준희가 명기에게 말을 걸러 갈 때부터, 사실 개인적으로는 처음부터 준희가 명기에게 연민과 정이 남아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둥글게 둥글게’ 게임 이후 준희가 명기에게 마음을 더욱 연 것 같기도 하고요. 첫 장면부터, 명기를 향한 준희의 마음에 대해서 조유리 배우와 함께 의논을 하셨나요?

저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유리 배우가 표현하는 준희는 또 다를 수 있으니까 (해석에 대해) 이야기는 안 했고요. ‘둥글게 둥글게’ 이후에 준희의 마음이 열린 것처럼 보이는 건 명기의 착각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명기는 분명 준희가 마음을 열었다고 생각을 했을 것 같은데, 시청자 입장에서 봤을 때는 준희가 그렇게 마음을 연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명기 혼자만의 착각이었을 것 같아요.

 

〈오징어 게임〉 시즌2 스틸컷
〈오징어 게임〉 시즌2 스틸컷


‘둥글게 둥글게’ 게임에서, 명기는 영미(김시은)를 대신해서 자리를 차지하고 생존합니다. 그런데 명기는 “헛소리하지 마. 나 아니었으면 당신도 죽었어. 내가 여기 와서 다 산 거라고”라며 자신을 변호합니다. 해당 장면은 명기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한데요. 그 장면은 어떻게 준비하고 해석하셨나요.

그게 모호한 감정선을 건드리는 신이었어요. 저에게는 쉽지 않은 신이었는데, 정말 ‘명기가 이토록 뻔뻔한 앤가’ ‘저걸 진짜라고 생각하고 얘기하는 건가’ 굉장히 모호했죠. 그래서 어떻게 해야, 그의 당위성이 생길까 생각을 많이 했어요. 명기는 헛똑똑이이긴 하지만, 영미가 결국은 늦어서 못 들어오는 상황이라고, 그러니까 그 자리에 본인이 들어가면서 본인도 살고, 이 안에 있는 사람도 다 같이 사는 거라고. 그래서 본인에게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은데, 현주(박성훈)가 영미의 죽음을 명기의 책임으로 물으니 억울함이 들었을 것 같아요.

〈오징어 게임〉 시즌2 비하인드 스틸컷
〈오징어 게임〉 시즌2 비하인드 스틸컷


이번에 ‘5인 6각’ 게임을 할 때 제기차기도 하셨잖아요. 그런데 명기가 제기를 차는 자세가 다소 특이해서 논란 아닌 논란이 됐어요. <소년시대> 병태 같기도 했고요. (웃음)

원래 명기에게 할당된 게임은 제기차기가 아니었어요. 원래는 팽이였는데, 촬영 이틀 전, 감독님이 명기가 제기를 5개를 한 번에 차는 걸 원테이크로 찍고 싶은 마음을 내비치셨어요. 그래서 제가 감독님께 ‘한번 연습해 보겠습니다. 대신, 성공하면 저 위스키 한잔 사주세요’라고 했어요. 그런데 아직도 위스키를 안 사주셨어요. 저는 굉장히 비싸게 받을 거고. 하여간 제기차기를 연습했는데, 정석대로는 5개를 못 차겠는 거예요. 그래서 명기의 자세대로 차니까 되는 거예요. 그래서 감독님이 OK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연습할 시간은 없었고. 그렇게 해서 찬 거예요.

 

그런데 OK를 하신 거네요. 어떤 자세로 제기를 차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까.

네. 가서 바로 성공하고, (테이크를) 두 번인가 세 번 갔는데 다 성공했어요. 그래서 감독님이 이제 추가적인 디렉션이 온 게 마지막 그냥 시원하게 한 번 차버려라 해가지고, 지금의 그 신이 된 거죠. 그런데 아직 감독님께 위스키를 못 받아서, 시간이 지날수록 저는 단가를 더 올리겠습니다.

 

배우 임시완. 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임시완. 사진제공=넷플릭스


좀 전, 크립토나 알트코인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걸 들으니 임시완 배우가 생각보다 더욱 깊게 가상화폐에 대해서 공부하신 것 같아요. 임시완 배우가 맡은 배역이 스캠 코인(투자금 유도 후 폐지하는 사기코인), 코인 유튜버 등 현실에 밀접한 소재를 담은 배역인 만큼, 이런 캐릭터를 연기할 때 주의하거나 더 신경 썼던 부분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글쎄요. 개인적으로는 알트코인에 대해서 지대한 관심은 없어요. 그러니까 소위 전문가의 영역 혹은 허상인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진다면 아무래도 나의 자산을 잃을 확률도 굉장히 높아진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그래서 저는 관련한 정보들은 거의 찾아보지 않는 것 같아요. 관심도 크게 없어요. 그래서 제가 명기 캐릭터를 표현을 할 때, 제가 본 건 많이 없으니까 상상하면서 해봤어요. 과연 명기가 유튜브 방송을 할 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를 상상하면서 마인드 컨트롤을 해봤죠. 나는 유튜버다. 근데 이제 리딩방(주식/코인에서 매매할 종목을 알려주는 방식)을 하는 유튜버다, 생각하고 혼자서 집에서 찍어봤어요. 코인을 추천하고, 내가 추천한 코인이 올랐다는 것을 자랑하기도 하고. 그런 콘셉트의 방송 촬영을 제가 직접 해봤죠.

 

그럼 혼자서 모의로 방송을 찍으면서 했던 설정이나 대사가 있었을 것 같아요.

설정은 되게 웃겼어요. 코인이 막 등락을 하는데, 내가 코인을 추천한 이후로 하루에 막 몇십 퍼센트씩 떨어져서 한 80% 이상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런데 그 손해 보고 있는 상황에 야금야금 30% 오른 거 가지고 ‘내가 이제 이 코인 온다 그랬잖아’라고 하는 거예요. 그런 디테일한 설정을 가지고 했어요.

 

〈오징어 게임〉 시즌2 스틸컷
〈오징어 게임〉 시즌2 스틸컷


그렇다면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 이명기라는 코인 유튜버를 연기하며 말투를 의식하고 바꾸기도 하셨을 것 같아요.

제가 의도한 건, 스스로 전문가라고 칭하는 사람들의 유튜브를 봐왔을 때, 교양 있는 말투를 쓰려고 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명기는 본인을 전문가로 칭하는 사람일 테니까, 자신이 신뢰를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서 교양 있는 말투를 쓰려고 노력하는 사람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타노스랑 화장실에서 마주쳤을 때도 ‘투자의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라고 하는 거고요. 그런 말을 할 때도 교양 있는 척을 하려고 했고, 저는 심지어 욕도 안 하려고 그랬어요. 스스로의 콘셉트에 본인이 잡아먹힌 느낌으로, ‘나는 교양 있는 사람이야, 너네와는 달라’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일 것 같아서. 그런데 결국 욕은 하게 됐죠. 원래 ‘이 자식아’라고 하고 싶었는데, 감독님이 욕을 시원하게 내뱉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처음 게임장에 왔을 때 ‘핸드폰으로 코인 시세 봐야 되는데, 못 보면 아저씨가 책임질 거예요?’라고 하는 것도 명기의 그런 성격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남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기고만장한 유사 전문가의 느낌이 보이는 것 같았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욕을 안 하고 싶었던 것도 그렇고, <오징어 게임> 시즌2를 촬영하며 본인의 의견이 들어간 부분들이 많았나요.

아니요. 그렇게 많진 않았던 것 같고 저는 이번 작품에서만큼은 감독님의 그런 의중을 충분히 투영하고자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원래는 본인이 해석한 바를 연기에 많이 덧붙이시는 편인가요.

덧붙이거나,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라고 어필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이번에는 감독님을 많이 따라가려고 노력했어요. 왜냐면 대본을 봤을 때, 감독님이 준비하신 농도가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그리고 슛을 들어가지 직전까지도 끊임없이 완벽한 것, 더 좋은 것을 찾기 위해 노력하시는 모습을 보고서 좀 따라가고 싶었어요.

 

〈오징어 게임〉 시즌2 비하인드 스틸컷 (왼쪽부터) 임시완, 황동혁 감독, 조유리.
〈오징어 게임〉 시즌2 비하인드 스틸컷 (왼쪽부터) 임시완, 황동혁 감독, 조유리.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는 준희가 222번 참가자, 명기가 333번 참가자잖아요. 참가번호의 의미도 있었나요?

제가 생각하는 황동혁 감독님은 있으셨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냥 (번호의 의미를) 환상 속에 가지고 있는 게 더 재밌을 것 같아서 감독님께 여쭤보지는 않았고요. 제가 생각한 건, 게임 주최 측에서도 분명히 명기와 준희의 관계성을 알고 있을 것이라, 의도적으로 번호를 부여했을 것이라는 상상은 하고 있죠.

 

황동혁 감독은 준희와 명기를 통해 젊은 세대의 갈등을 상징하는 캐릭터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언급한 적 있어요.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명기의 어떤 점이 젊은 세대를 대변하고 있다고 보시나요.

젊은 세대를 전체적으로 대변하는 것은 아니고, 특정 표본을 대변하는 것 같기는 해요. 그 특정 표본이 어디냐 하면,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잘못된 정보를 취합하고 잘못된 가치관을 가지게 된 사람들 속에 명기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요즘 시대라 함은, 자신의 삶을 결정지을 수 있는 다양성은 많이 생겼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다양성 속에서도 폐해가 있는 거죠. 너무나 선택을 해야 할 것도 많고, 그 말인즉슨 하나만 잘했을 때 소위 성공을 만끽할 수 있는 게 아니라, 2개 이상을 복합적으로 잘해야지 성공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그런 세대라고도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더 바빠지고 할 것이 더 많아진 세대라고 생각을 해요. (그 안에서 잘못된 선택을 한 게 명기인 거죠.)

 

배우 임시완. 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임시완. 사진제공=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촬영 현장의 분위기는 어땠나요.

현장 분위기는 되게 좋았고, 살인이 없는 ‘오징어 게임’ 느낌이었어요. 한 명씩 한 명씩 죽는 사람이 생길 때마다, 환송회를 하고. 또 한 명 가는구나. 우리 회식이나 하자,라며 떠난 사람을 위해서 회식하고.

 

졸업하는 것 같았겠네요. 많은 작품들을 하셨는데, 특히 이번 작품은 관심도가 다르잖아요. <오징어 게임> 시즌2의 캐스팅부터 공개까지, 경험해 보시니 어떤 느낌이셨나요.

‘오징어 게임’이라는 단어 자체가, 굉장히 주의를 집중시키게 만드는 단어가 된다는 게 되게 신기해요. 한국을 넘어 해외에서도, 마치 월드컵과 같은 세계적인 축제를 기다리는 것처럼 <오징어 게임>을 기다리는 느낌을 받아서 참 신기해요. 그리고 그런 위치에 있는 작품인 만큼, 견뎌야 될 무게도 많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배우 임시완. 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임시완. 사진제공=넷플릭스


그렇다면 시청자로서 <오징어 게임> 시즌1을 시청할 때는 어떻게 느끼셨나요.

몰입도가 상당했어요. 한 번 보니까 못 끊겠더라고요. 한 번에 다 몰아봤는데, 막 놀라기도 하고, 또 (정)호연이(강새벽 역) 울 때는 와, 진짜 너무 슬픈데, 이러면서 보다가 (이)병헌 선배님이 프론트맨 가면 벗을 때는 너무 놀라서 바로 선배님에게 전화하고.

 

그럼 본인이 프론트맨과 함께 시즌2에 나올 거라고 생각을 못 하셨겠어요.

상상 못했죠. 저는 시즌2가 빨리 나오기만을 기다렸던 사람이라.

 

임시완 배우의 차기작은 <사마귀> 인가요. 그 후에 예정된 다른 작품은 없으신가요.

<사마귀>는 찍어 놓았고요. 악역을 많이 해보니까, 이제는 이왕이면 악역보다는 선역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악역이 배우로서는 축복받은 배역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누적이 되다 보니까 언뜻 친구들이 일상생활에서 “너 그거 방금 <비상선언> 눈빛이었어”라고 하니까. (웃음) 이제는 좀 몰랑몰랑한 로맨틱 코미디 같은 것을 하고 싶어요. 로맨틱 코미디 열렬히 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