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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캐스팅의 이유를 속 시원하게 연기로 증명한 〈오징어 게임〉시즌 2 조유리

김지연기자
〈오징어 게임〉시즌 2 캐릭터 포스터
〈오징어 게임〉시즌 2 캐릭터 포스터

<오징어 게임> 시즌2 출연진이 공개되고 아마도 모두가 가장 놀란 인물이 아닐까. 걸그룹 아이즈원, 그리고 솔로 가수로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조유리는 웹드라마 출연, <술꾼도시여자들2>(이하 <술도녀2>) 특별출연 외에는 연기 활동이 전무했던 상태였다. 조유리는 4차에 걸친 오디션 끝에 <오징어 게임> 시즌2의 준희 역을 따냈고, 황동혁 감독은 준희 역에 걸맞은 배우를 찾기 어려워 고심하던 도중 오디션에서 조유리 배우를 보는 순간 단박에 ‘아, 이 친구구나’라고 깨달았다고 한다.

<술도녀2> 속 조유리의 연기를 봤다면, 그가 높은 경쟁률을 뚫고 <오징어 게임> 시즌2에 합류했다는 사실이 그리 놀랍지만은 않을 것이다. <술도녀2>에서 첫 등장부터 “씨발, 존나 꼰대네”를 뱉던 소년원 원생 시은(조유리)은 대사 절반이 욕으로 가득한 인물이기도 한데, 욕을 차지게 하는 그의 능력보다 더욱 놀라웠던 건 조유리의 눈빛이었다. 욕이 섞인 대사가 없다손 치더라도 그의 눈빛만으로도 ‘아, 이 캐릭터는 세상에 불만이 많은 인물이구나’를 단번에 납득시켰던 조유리는 마침내 <오징어 게임> 시즌2의 준희라는 배역을 만났다. 준희는 전 남자친구 명기(임시완)의 아이를 가진 임산부로, 전형적인 ‘외강내유’ 인물이다. 강한 척, 두렵지 않은 척하지만, 사실은 혼자 모든 것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사실이 마냥 두려운 어린 임산부. 지난 9일 오후, 종로구 모처에서 조유리를 만나 신인배우로서 <오징어 게임>이라는 대형 프로젝트에 임한 소감과 준희라는 인물에 대한 해석을 나눴다.

배우 조유리. 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조유리. 사진제공=넷플릭스

여러 가지 오디션을 봤는데, 그중 <오징어 게임> 시즌2만 붙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네티즌들은 ‘다 떨어지고 서울대만 붙었다는 말 아니냐’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조유리 배우는 <오징어 게임> 시즌2의 오디션을 4차까지 참여했다고 들었는데, 치열한 오디션에서 합격한 비결이 있다면요.

오디션에 합격했을 때는 정말 꿈같았고요. 인생에 몇 없는 기회가 온 걸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아직 아무것도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신인 배우한테 너무 큰 기회가 왔다 보니 더 감격스럽고 기뻤던 것 같고요. 뭐 비결이라는 건 딱히 없는 것 같은데 오디션 때마다 생각했던 건 ‘절대 후회 안 남게 하자. 절대 후회할 일 만들지 말자’ 였어요. 그리고 누구든 다 그렇겠지만, 후회하는 걸 정말 싫어해서 후회 없이 항상 오디션 준비를 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연습도 되게 열심히 하고 뭔가 마음에 안 들었으면, 한 번 더 봐달라고 부탁드리기도 하고. 처음 1차 오디션을 보고, 2차 오디션 기다리는 동안은 사실 떨어진 줄 알았어요. 2차 오디션 연락을 받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고, 1차에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오디션을 보러 왔었기 때문에. 그래서 떨어졌다고 생각해서 슬퍼하다가 합격 연락이 와서, 슬펐던 만큼 더 기뻤고요. 3차 오디션은 감독님을 처음 뵙는 오디션이었어요. 엄청 긴장하면서 오디션을 봤는데, 또 한 번 불러주셔서 오디션을 또 보게 됐어요.

 

그럼 ‘준희’라는 배역은 언제 정해졌나요?

아마 1차 오디션 때부터 감독님은 계속 생각을 하고 계셨던 거 같아요. 저는 오디션이 다 끝나고 대본을 받았을 때, 조유리라는 이름 옆에 ‘준희’라고 되어 있어서 이제 준희를 보면 되는구나, 하면서 봤던 기억이 있어요.

 

그렇다면, 처음에는 배역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자유연기를 하셨나요?

처음에는 <오징어 게임> 측에서 준비해 주신 대본이 있어서 그 대본으로 연기를 했고, 또 자유연기를 했고요. 그리고 이후 오디션에는 <오징어 게임> 시즌1·시즌2의 발췌본, 다른 작품의 발췌본이 있었어요. 오디션을 볼 때 불안했던 건, 감독님이 별다른 피드백이 없으시고 계속 “잘하네요. 잘하시네요.”라고만 하셔서 되게 그냥 하시는 말씀 같다, 왜 이제 안 볼 사람처럼 얘기하시지. (웃음)

 

그럼 비슷한 나이 또래 여성인 세미(원지안)나 영미(김시은) 등 다른 배역을 맡았을 수도 있었겠네요.

근데 아마 준희가 아니면 떨어지지 않았을까요? 영미와 세미는 그 배역에 딱 맞는 (김)시은 언니, (원)지안 언니가 있었기 때문에.

〈오징어 게임〉시즌 2 스틸컷
〈오징어 게임〉시즌 2 스틸컷

조유리 씨는 Mnet <아이돌학교>부터 <프로듀스 48>까지, 여러 차례 가수 오디션에 참가했고, 걸그룹 아이즈원과 솔로 가수로 활동을 했어요. 그 때문에 가수의 이미지가 큰데, 오디션을 계속 보러 다닐 정도로 연기에 진심이라는 사실은 많은 분들이 몰랐을 거예요. 언제부터 연기에 욕심을 내시게 된 건가요?

가수 활동을 하기 전부터 연기에 대한 꿈이 있었어요. 제가 고등학생 때 우연히 연극부 활동을 하게 됐는데요. 거기서 연기를 처음으로 해봤는데 너무 재밌었고, 너무 큰 흥미를 느껴서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배우라는 직업도 진짜 좋은 것 같다, 한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이돌 쪽에 먼저 연이 닿아서 아이돌을 먼저 했던 것 같아요. (아이돌을) 하면서도 계속 연기도 하고 싶다는 갈증이 계속 있었어요.

 

조유리 씨가 고등학교 때 연극부에 들어간 이유는 바로 멋있는 선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면서요. 그 선배가 배우 윤가이 씨고, 지금도 친하게 지내신다고 들었어요.

<오징어 게임> 시즌2 촬영하면서도 많이 만났었고, 끝나고도 많이 만났어요. (윤가이 배우가) <오징어 게임> 시즌2 공개된 날에도 보고 있는 걸 생중계해 주면서 ‘이 장면 좋다’ ‘이거 원테이크네, 되게 어려웠겠다’라는 식으로 피드백을 계속해주고, 지금도 너무 잘 지내고 있어요. 고등학교 때도 너무 좋았는데, 그때 만난 인연이 지금까지도 잘 오고 있는 것 같아요.

배우 조유리. 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조유리. 사진제공=넷플릭스

처음 <오징어 게임> 시즌2 출연 사실이 밝혀졌을 때는 주변의 반응이 굉장히 뜨거웠을 것 같아요.

 

캐스팅이 공개됐을 때, 그리고 <오징어 게임> 시즌2가 공개됐을 때가 살면서 가장 연락을 많이 받았던 때인 것 같아요. 주변에서 되게 많이 관심 가져주고, 또 이렇게 크고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연락을 해 주니까 이게 또 되게 고맙고 ‘나 이 사람들한테 잘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도 하고 있긴 하지만, 나도 좋은 일 있을 때 열심히 주변 사람들한테 관심 가지고 연락 돌려야겠다, 그런 걸 배우는 계기가 됐어요.

 

<오징어 게임> 시즌2의 출연진들은 주·조연, 단역 할 거 없이 모두 인지도가 매우 높은 배우들이잖아요. 신인배우로서 대선배들과 함께 연기한 소감이 남달랐을 것 같아요.

처음에 대본 리딩을 하면서 선배님들을 처음으로 뵀었는데, 진짜 TV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고 긴장이 굉장히 심하게 돼서 옆에 있는 박성훈 선배님한테 원래 이렇게 긴장되는 거 맞냐고 물어보기도 했어요. 그런데 ‘나도 맨날 맨날 해도 맨날 떨려’ 이렇게 얘기도 해 주시고. 그리고 촬영하면서 식사할 때마다 지금 내가 누구랑 있는 거지, 이런 생각이 엄청 많이 드는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조유리 씨의 연기를 처음 접한 건 <술도녀2>에서였는데요. 조유리 배우는 <술도녀2>에서 반항적인 소년원 원생 시은으로 특별출연했어요. 당시의 연기가 굉장히 인상 깊었는데요. 반항적인 느낌이 준희와도 닮아, 마치 그 아이가 성장을 해서 ‘오징어 게임’에 참가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술도녀2>의 캐릭터도 상처가 많은 친구이고, <오징어 게임>의 준희도 배신을 당하고, 상처가 많고, 곁을 잘 안 내주는 친구이다 보니 둘 다 방어적인 느낌이 있는 건 비슷해요.

 

공교롭게도, <술도녀2>의 시은과 <오징어 게임>의 준희 모두 냉랭한 느낌이 있어요. 그런데 조유리 배우 실제 성격은 붙임성이 좋고, 먼저 다가가는 타입이라고 들었는데요. 실제 성격과 정반대의 연기를 하는 것에 어려움은 없었는지, 혹은 오히려 수월했는지 궁금합니다.

그런 연구를 하는 게 재밌어요. 제가 연기의 재미를 느낀 이유 중 하나가, 내가 살아보지 않은 인생을 살아볼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볼 수 있다는 점이었는데요. 그래서 이렇게 제 성격과 다른 캐릭터를 맡을 때 재미있기도 하고요. 그리고 그런 모습이 제 안에 없는 모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제 안에도 분명히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그걸 끄집어내는 것에서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아요.

〈오징어 게임〉시즌 2 스틸컷
〈오징어 게임〉시즌 2 스틸컷

촬영 당시의 얘기를 해볼게요. 조유리 배우의 <오징어 게임> 시즌2 첫 촬영은 어떤 장면이었나요?

첫 촬영은 숙소 장면이었는데요. 준희가 숙소에서 일어나서 ‘여기가 어디지’ 하는 심정으로 등장하는 장면이에요. 실제로도, 저는 그 숙소 세트를 처음 본 상황에서 그 신을 처음으로 찍으려니 더 긴장되는 마음이 있었는데, 그래서 오히려 (준희의 심정이) 더 잘 묻어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긴장이 되고, 두려운 게 저와 준희의 상태가 맞닿아 있는 것 같았어요.

 

근대 5종 게임에서 준희는 딱지를 치는데요. 실제로 딱지치기를 연습하셨나요? 또, 많은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장면인 만큼, 해당 장면을 찍을 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아요.

대본 리딩을 할 때부터 한 명씩 자신의 종목에 해당하는 물품을 선물로 주셨어요. 저는 딱지였고, 딱지를 받아서 틈틈이 연습을 정말 열심히 했어요. 그런데 현장에서 넘기지를 못했어요. 그래서 황동혁 감독님이 이 부분은 CG로 하면 되니까, 긴장하지 말고 그냥 해라, 괜찮다고 하시는데 제가 막 딱지를 이상한 곳으로 날려버리고. 그래도 어쨌든 넘어갔다는 설정이니까 그걸 보면서 환호하는 연기를 했어요. 재밌었던 건 이병헌 선배님이 팽이를 정말 잘 돌리셔서, 뒤로 잘못 넘기건 어떻게 하건 다 팽이가 돌아가더라고요. 그래서 영일이 팽이 돌리기를 실패하는 장면을 찍어야 하는데, 실제로 현장에서는 팽이가 돌아가고 있어서 저희는 돌아가고 있는 팽이를 보면서 절망하는 표정을 지어야 했어요. (웃음)

 

근대 5종 게임의 딱지치기도 그렇고, <오징어 게임> 촬영을 하며 정말 게임에 참가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것 같아요. 특히 첫 번째 게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실제로 움직이지 않아야 하잖아요. 뛰고, 멈추면서 연기를 할 때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촬영할 때 움직여서 NG가 난 적은 없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가만히 서 있는 게 엄청나게 어렵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거기다 촬영까지 하니까 더 가만히 있는 게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실제로 게임을 한다고 하면 진짜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그리고 촬영장에 실제로 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틀어 놓고 뛰면서 촬영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진짜 게임하는 것처럼 좀 긴장하면서 찍었던 것 같아요. 무섭다, 두렵다는 감정을 느끼면서 찍었어요.

유튜브에서 화제가 된 '이병헌 아재개그 조유리 반응' 영상
유튜브에서 화제가 된 '이병헌 아재개그 조유리 반응' 영상

최근 유튜브에서 영일(이병헌)이 ‘성기훈 씨 성은 성이네요?’라고 ‘아재 개그’를 하는 장면에서 준희의 ‘리액션이 고장난 모습’이 화제가 되고 있어요. 정말 이병헌 배우의 애드리브에 당황해서 나온 표정인가요.

그 영상을 저도 봤는데요. (영일의 말은) 애드리브는 아니었고요. 솔직히 조금 뿌듯했어요. 왜냐하면 ‘조유리 표정 보니까 백퍼 애드리브다’라는 반응이 있었는데, 저는 그게 연기였으니까. 저는 (아재 개그에) 당황한 어린아이의 연기를 한 건데, 당황한 어린아이처럼 봐주신 거니 목적 달성이죠(웃음). 저도 그 신을 준비할 때, ‘아재 개그에 준희가 바로 웃을까?’라는 생각을 해서, 나름대로 약간 떨떠름하고, 재미없다는 식으로 영일을 보는 연기를 했던 건데, 그런 반응이 나온 게 웃기면서도 뿌듯했어요.

〈오징어 게임〉시즌 2 스틸컷
〈오징어 게임〉시즌 2 스틸컷

준희는 산달이 임박한 임산부인데요. 아무래도 임산부를 연기해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했을 것 같아요. 임산부 연기는 어떻게 준비하셨고, 현장에서는 어떻게 연기하셨나요?

배에 쿠션을 착용하고 찍었고요. 제가 아무래도 임신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보니까 임산부 연기를 하기에 부담감이 있었던 건 사실이에요. 그래서 주변에 임신을 경험해 본 사람들한테 이것저것 많이 여쭤보고, 피드백도 받고, 많이 공부하고 들어갔던 것 같아요. (임신부가) 이런 자세 취할 수 있는지, 그리고 기본적인 습관 같은 것들이요. 배가 무거워서, 손을 배 위가 아니라 아래로 두고 배를 끌어올린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습관적으로 배를 계속 만지는 것도 그렇고요.

 

준희는 게임장 안에서도 사람들의 인간성을 믿는 인물처럼 보여요. 근대 5종 경기를 할 때, 자신이 임산부인 사실을 밝히면 득이 될 것이 없는걸 알 텐데도 ‘도와주세요, 아이가 있어요’라는 말을 하며 팀에 끼워달라고 말하니까요. 그래서 준희는 기본적인 인간의 유대를 믿는, 선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직접 연기하면서 해석한 준희는 어떤가요.

준희는 성기훈을 보며 ‘이 사람은 인간적인 사람인 것 같다’라고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자신이 만삭인 걸) 기훈에게 말한다면, 기훈이 더욱 자신을 팀에 끼워줄 것이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게 된 포인트는 기훈이 ‘나는 이 게임을 해봤어요’라고 말하고, 여기서 우리가 나가야 한다,라고 말해서인데요. 이 사람은 이 게임이 얼마나 잔인하고 무서운 게임인지를 알고, 직접 목숨까지 걸면서 게임을 그만하고 싶어서 들어온 사람이구나. (그래서 성기훈의 인간성을 믿게 된 것 같아요.) 

〈오징어 게임〉시즌 2 스틸컷
〈오징어 게임〉시즌 2 스틸컷

명기(임시완)를 향한 준희의 마음도 알쏭달쏭해요. 처음에는 명기에게 ‘꼴 좋네’라고 하면서도 굳이 그에게 찾아가 말을 걸잖아요. 사실은 준희도 처음부터 명기를 은연중에 믿고 싶었던 마음이 있는 것 같은데요.

은연 중에는 믿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거고, 손톱 옆의 거스러미처럼 거슬리는데 되게 아프고, 자꾸 신경 쓰이고, 눈에 밟히는 그런 느낌일 거라고 저는 해석했어요. 저의 해석은, 게임을 하면서 그래도 애 아빠니까, 명기에게 조금씩 마음이 열리고 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게임장에서 아는 사람을 만난다면, 그 사람과 좋은 감정을 가졌건, 안 좋은 감정을 가졌건 마음이 조금은 갈 것 같은데, 그게 더군다나 애 아빠라면, 그리고 잠적했던 나의 전 남자친구라면. 그리고 (게임을 하면서) 명기가 준희의 목숨을 몇 번 구해주기도 했다고 생각하고, 명기가 준희를 계속 잡는 분위기이기도 하다 보니까, 준희는 마음이 점점 열리고 있다는 쪽으로 해석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임시완 배우의 말에 따르면, 명기는 준희를 ‘전 여친’이 아니고 ‘현 여친’으로 생각하고 있을 거라고 하던데요.

정말 명기가 할 법한 생각이에요(웃음). 그리고 그게 옳은 해석이라고 생각하고요. 명기는 계속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다 보니, 계속 준희에게 잘해보자, 나가서 잘 살아보자라고 말하는 입장이고. 그래서 준희도 조금은 마음이 열릴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요.

 

그렇다면, 명기를 향한 준희의 마음은 ‘둥글게 둥글게’ 게임 이후에 더욱 열렸다고 볼 수 있을까요?

그런 것 같아요. 일단 ‘두 명’ 불리자마자 준희를 잡고 명기가 뛰고요. 그전부터도 마음이 조금은 열리고 있다고 느꼈는데요. 명기가 어떤 것을 할 때, 준희의 거부 반응이 그렇게 심하지 않았으니까요.

배우 조유리. 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조유리. 사진제공=넷플릭스

준희가 처음 <오징어 게임> 시즌2에 등장하는 장면의 공간적 배경은 산부인과인데요. 준희가 아이를 지우러 산부인과에 간 건지, 혹은 검진을 받으러 산부인과에 간 건지는 정확하게 묘사되지 않아요. 조유리 배우는 어떻게 해석하셨나요?

어떤 심정으로 갔는지를 정확히 정해두지는 않았어요. 애를 지워야 하는 상황이긴 한데, 지우기는 싫고, 애 아빠는 없고. 앞길은 막막한데, 일단 애가 잘 있는지 궁금하니까 일단 검진을 하고. 지워? 말아? 생각하는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희망을 걸고 명기에게 전화를 한 건데, 명기가 그 희망을 저버렸죠. 그래서 준희는 자신이 받은 명함을 보고, ‘여기 뭐지, 여기서 돈을 준다는데’ 하고 게임장으로 간 거죠.

 

<오징어 게임> 시즌2의 준희를 연기하면서 점차 체중 감량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외적으로도 신경을 쓰신 이유가 있다면요.

초반부터 감량했던 건 아니고요. 게임이 진행될수록 준희는 잘 먹지 못할 거니 살찌지도 않을 거고, 피폐해질 테니까 (감량을 통해) 그런 부분을 살리고 싶었고요. 그리고 준희가 그렇게 행복한 임산부는 아니었을 것 같았어요. 원래 임신을 하면 입맛이 돌고, 먹고 싶은 게 생기고, 살이 찌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준희는 임신을 한 상태에서도 먹고 싶은 거를 먹을 수 있었을까, 입덧을 하면서 먹고 싶은 걸 사주는 사람이 있었을까를 생각했을 때 아무도 없겠구나.

 

준희의 스타일링도 독특하잖아요. 눈썹 피어싱을 두 개 하고, 머리도 투톤 염색을 했어요. 그래서 독특한 스타일링 덕분에 준희라는 인물의 전사가 궁금해지기도 하더라고요. 이 친구는 사회에서 무엇을 했을까. 조유리 배우는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이 친구가 그렇게 꾸밀 줄 모르는 친구는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었고 감독님 또한 그렇게 생각하셨어요. 그리고 투톤 염색을 따로 했다기보다는 염색을 했다가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검은 머리가 내려온 거고. 그전에 또 이야기를 나눴던 부분은 준희는 알바 같은 걸 하다가 명기를 만났을 것 같고, 그리고 명기를 따라 코인 유튜브를 해보려고 하지 않았을까. 준희도 코인에 관심이 없을 것 같지는 않았고, 정말 준희에게는 남자친구가 전부일 수도 있는 시기였을 거예요. 그래서 남자친구가 하는 거면 자기도 다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을 것 같고요. 일단 명기를 아주 사랑했던 건 맞는 것 같아요.

〈오징어 게임〉시즌 2 스틸컷
〈오징어 게임〉시즌 2 스틸컷

준희가 마침내 울음을 터뜨리는 화장실 장면도 인상적이었어요. 강애심 배우님은 유리 배우님과 함께 그 장면을 촬영할 때, 유리 배우의 연기에 깜짝 놀라셨다면서 본인도 감정에 훅 빠져들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장면을 찍을 때의 비하인드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준희의 감정이 처음으로 많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보니까, 저도 신경을 써서 준비를 했어요. 이 장면을 잘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촬영에 임했는데 촬영이 막상 닥치니까 뭐 열심히 준비를 하고 뭐고 이런 거 상관없이 그냥 눈물이 막 나더라고요. 그러면서 금자(강애심)가 안아주면서 제 귀에만 돌리게 아주 작게 ‘괜찮아’ 하면서 다독여 주었는데, 그때 제가 더 무너져서 막 울었던 기억이 나요. 그 말이 너무 슬퍼서 저도 막 확 몰입이 돼서 울었었는데, 저는 강애심 선배님 덕분에 몰입이 잘 됐다고 생각했는데 강애심 선배님이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까 깊은 영광이에요.

 

이병헌 배우도 조유리 배우의 눈빛이 좋았다고 하시던데요.

그 인터뷰 기사를 저도 어제 봤는데요. 너무 영광이어서 캡처해가지고 제 갤러리에도 넣어놨거든요. 실제로 촬영을 할 때도 그런 말씀을 해주셔서 되게 감동을 한 기억이 있어요. 제가 처음으로 선배님들과 함께 호흡을 맞춘 첫 신이 배를 만지면서 ‘저 팀에 끼워주세요’라는 신이었는데, 병헌 선배님과 정재 선배님께서 ‘눈빛이 좋다’ ‘방금 되게 좋았다’라고 얘기를 해주셔서 가볍게 해 주신 이야기였는데도 저에게는 엄청 크게 다가왔어요.

 

준희가 등장하는 장면의 상당수는 명기(임시완)와 함께인데요. 함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임시완과의 호흡은 어땠나요.

어떻게 하라는 조언보다는, 제가 (임)시완 오빠의 행동을 옆에서 보면서 몸소 느낀 게 더 많았어요. 예를 들면 신을 준비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저에게 항상 ‘같이 연습해 보자’라고 하셨고요. 혼자 연습하실 때도 많은데 그럴 때마다 저도 자극을 느끼기도 하고, 촬영장에서 식사할 때나 사소한 순간들 모두 다 저를 엄청 챙겨주셨고, 어느 정도였냐면 제가 나중에 선배가 되면 시완 오빠처럼 후배들을 챙겨주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인간적으로도, 배우로서도, 선배님으로서도 정말 완벽한 사람이구나 생각했어요.

〈오징어 게임〉시즌 2 비하인드 스틸
〈오징어 게임〉시즌 2 비하인드 스틸

임시완 배우처럼, <오징어 게임> 시즌2에는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다수 등장하잖아요. 조유리 배우가 <오징어 게임>을 찍으며, 본인이 성장했다고 느꼈던 순간이 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혼자서 연습하는 걸로 해결될 수 없는 부분들을 많이 깨우쳤어요. 예를 들면, 상대랑 호흡하는 법이라던가. 예전에도 웹드라마 <미미쿠스>를 찍을 때도 충분히 (상대와) 호흡을 하면서 연기를 했었지만, 이번에는 더 크게 느껴졌어요. 선배님들의 연기뿐만 아니라 현장에서도 어떻게 하시는지를 옆에서 보고 많이 배웠거든요. 예를 들면 강하늘 선배님께서는 매번 촬영장에 들어올 때마다 엄청 밝게, 전구가 켜진 것처럼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유리야 안녕?’(조유리는 강하늘의 톤을 따라 했다) 막 그런 것들을 하시는데, 그걸 보면서 정말 현장 분위기에 많이 도움이 되는구나, 그런 부분에서도 리스펙을 하게 됐어요.

 

<오징어 게임> 시즌2를 촬영할 때, ‘다시 한번 찍고 싶다’는 말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하셨다고 들었어요. 대선배들 앞에서 눈치가 보일 수도 있을 텐데, 본인의 연기를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욕심이 나서라기보다는,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에 가까운 것 같고. 마음에 찝찝함, 아쉬운 점이 있어서 한 번 더 하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근데 항상 한 번 더 하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한 번 더 하면, 감독님이 그 전 것을 쓰세요. 그래서 그런 것도 배웠어요. 다들 오케이라고 하면 오케이인 거구나, 이걸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도 이번 기회에 배웠어요.

 

그럼 가장 많은 테이크를 간 신은 무슨 장면이었나요?

제일 많이 간 신은 시즌3에 있습니다(웃음). 제일 어렵고 감정적인 신이었는데, 시즌3에 있으니 많은 기대 부탁드리고요. 시즌2에서 뽑아보자면, 화장실에서 우는 신이랑, 명기랑 처음 만나서 싸우는 장면이었어요. 그 장면이 준희가 처음으로 입을 떼서 오랫동안 말하는 장면이었거든요.

 

<오징어 게임>을 촬영하면서, 연기에 대한 욕심이 더욱 많아졌나요?

연기의 재미를 많이 알았고, 더 다양한 작품, 캐릭터를 많이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모든 선배님들이 “<오징어 게임> 촬영장은 너무 좋은 촬영장이다”라며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고, 좋은 환경이라는 것을 말씀해 주셨거든요. 저도 너무 재미있게 촬영했기 때문에, 더욱 연기에 재미를 많이 붙일 수 있었어요.

〈오징어 게임〉비하인드 스틸
〈오징어 게임〉비하인드 스틸

해외에서는 조유리 배우가 연기한 준희를 두고는 ‘제2의 강새벽(정호연)이다’라는 얘기를 하기도 해요. <오징어 게임> 시즌2를 본 해외 팬들의 반응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요.

해외 팬들의 반응 중에, 제가 가수로 무대에서 노래 부르는 영상을 가져와선 ‘임산부가 노래도 하네’ 그런 식으로 코멘트를 남기셨는데 그게 너무 뿌듯하고 좋았어요. 그분들에게는 제가 배우로서 보여드리는 첫 모습이 좋게 기억이 되나 보다, 그러니까 노래 부르는 영상도 함께 좋아해 주시는 거겠지,라는 생각이에요.

 

그처럼, 준희는 특히나 해외에서 반응이 좋은데요. 혹시나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영어 공부도 하고 계신가요?

사실 많은 분들께서 좀 궁금해해 주시더라고요. 캐스팅됐을 때부터 ‘슈퍼스타가 될 준비가 돼 있니’ 이런 질문도 하시고. 근데 그런 건 전혀 없었어요. 왜냐하면 물론 처음에야 이렇게 큰 작품을 함께하게 돼서 너무 감사하고 기뻤지만 사실 부담이 없을 수가 없거든요. 나중에는 어떻게 연기할지에 대한 생각밖에 없었고 그 외에 거는 준비할 겨를도 없었어요. 그래서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항상 <오징어 게임>이 정말 정말 큰 작품이구나, 다시 한번 감사함을 느끼고. 그리고 영어 공부는 했었는데요. 제가 사실 아이즈원 때부터 영어 공부를 좀 했었거든요. 근데 지난 12월에 LA 인터뷰를 하러 갔었어요. 그래서 인터뷰를 조금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해서 내가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이건 뭐 조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완전 말짱 도루묵이었고요. (웃음) 그래도 조금 효과 있다고 생각한 건, 점차 (영어가) 조금씩 들리는 거.

 

<오징어 게임>의 ‘배우 조유리’도 인상 깊지만, 사실 ‘가수 조유리’ 역시 기다리고 있는 팬들이 많아요. 앞으로 가수 활동, 그리고 배우 활동을 병행하실 생각인가요?

오히려 고민이 없는 게, 가수와 배우 둘 다 너무 좋아해서 하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가져갈 생각이기 때문에 간단명료한 것 같고요. 앨범도 올해 하반기, 낼 수 있으면 그것보다 조금 더 빨리 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오징어 게임〉시즌2 스틸컷
〈오징어 게임〉시즌2 스틸컷

언젠가는 액션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요.

자신이 있는 건 아닌데요. 액션 영화나 드라마, 스릴러를 좋아해요. 그래서 <오징어 게임> 시즌1 나왔을 때도 너무 좋아했고, 몇 번씩이나 보고 그랬었거든요. 그래서 시즌2 합류가 더욱 안 믿겼고요. 어쨌건 이런 장르를 좋아하고, 장르물을 되게 좋아해요.

 

최근 <청설>의 김민주 배우, <소년시대>의 강혜원 배우 등 아이즈원으로 활동했던 멤버들이 저마다 연기를 통해 좋은 반응을 받고 있어요. 아이즈원 멤버들과는 연기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편인가요.

멤버들 다 굉장히 잘하고 있어서 보면서 뿌듯하기도 하고, 그리고 한편으로는 또 존경스럽기도 하고요. 대단하다 생각을 항상 해요. (김)민주랑 (강)혜원 언니랑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좀 많이 나누는 편인데요. 신인 배우들의 고충, 고민들, 모두가 다 하는 똑같은 그런 생각들을 나눠요. ‘내일 이런 신이 있는데, 너무 긴장돼’ 이런 것부터 시작해서.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그러면 저희끼리 ‘잘할 수 있어, 너 이것도 했잖아’ 이렇게 다독여주고. 그런데 사실 막 그렇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데요. (웃음) 왜냐면 다 고만고만해서. (웃음) 그런데 심적으로 되게 안정감이 들고 위로가 많이 되죠.

배우 조유리. 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조유리. 사진제공=넷플릭스

아이즈원 멤버들도 조유리 배우가 <오징어 게임> 시즌2에 합류했을 때 기뻐했겠어요.

축하 메시지는 다 너무 많이 보내줬고요. 일단 캐스팅됐을 때 (장)원영이가 아주 기뻐해 줬어요. (장원영의 톤을 따라 하며) ‘언니, 진짜 너무 대단해. 언니, 진짜 멋있어. 언니 너무 축하해요’ 이런 말들을 너무 많이 해줬고. (김)채원 언니, (허)윤진이(르세라핌), 나띠(키스오브라이프) 등 아이즈원 멤버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응원을 해줬어요. 그리고 (최)예나 언니는 제 예지몽까지 꿨어요. 처음 말하는 건데, 제가 <오징어 게임> 캐스팅이 되고, 기사 뜨기 하루 전쯤에 예나 언니가 ‘나 꿈을 꿨는데, 네가 임신을 하고 울고 있었어’라고 하는 거예요. 그런데 예나 언니가 그 꿈을 꾸고 너무 걱정이 돼서 검색을 해봤대요. 그런데 친구가 임신하고 우는 꿈은 합격운이 있다는 뜻이라는 거예요. 그때 예나 언니는 제가 <오징어 게임> 오디션을 본 걸 아는 상태여서, ‘너 혹시 <오징어 게임> 붙었니’라고 해서 제가 붙었다고 했죠. 그때 당시에는 제가 맡은 캐릭터가 임신한 인물이라는 걸 말하지 않았는데, 나중에 공개되고 나서 아주 놀라더라고요.

 

특히나 준희와 명기는 <오징어 게임> 시즌3에서 더욱 많은 활약을 기대하게 만드는 캐릭터인데요. 시즌3 기대 포인트를 짚어 주신다면요.

살아남은 다양한 캐릭터들이 자신만의 변화를 맞이하기도 하고, 스토리도 되게 재미있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하거든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기대를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