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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싹 속았수다〉 맨도롱 또똣 관식과 애순에 모티브 줌신 사람이 잇단 허우꽈?

주성철편집장
〈폭싹 속았수다〉 여름 포스터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가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글로벌 흥행 성적에서도, 넷플릭스가 지난 3일부터 9일까지 이용자들의 시청수(시청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조사해 발표하는 전 세계 비영어권 TV쇼 주간차트 부문에서 <폭싹 속았수다>가 360만 시청수를 기록하면서 4위에 올랐다. 한국을 비롯해 홍콩, 인도네시아, 일본, 페루, 볼리비아 등 총 24개국에서 TOP 10에 올랐는데 그중 한국, 홍콩, 인도네시아에서는 1위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기존 넷플릭스 시리즈와 달리 한꺼번에 모든 회차를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막’ 개념으로, 각 막에 4개 회차를 공개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즉, 앞으로 14일에 4개, 21일에 4개, 28일에 4개까지 공개해 총 16부작으로 종료된다. 이후 순위가 더 올라갈 수도 있다는 얘기.

 

〈폭싹 속았수다〉
〈폭싹 속았수다〉
〈폭싹 속았수다〉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도 방언으로 ‘정말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뜻이다. 전체 16부 중 이제 막 4부까지만 공개되었으나, 4회 후반부에 ‘무쇠’ 관식(박보검)의 나이 든 모습(박해준)과 더불어 다음 주 예고편으로 짐작하건대, 그리고 1회부터 눈물 쏙 빼게 만든 애순 엄마이자 잠녀 광례(염혜란)의 활약상을 보건대, <폭싹 속았수다>는 아마도 힘든 세월 묵묵히 견뎌낸 우리 부모 세대에게 “정말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말을 건네는 드라마라 생각된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제목에서 문득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2023)에서 “오카에리”(어서 와)와 “타다이마”(다녀왔어요)라고 인사를 주고받는 엄마와 딸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렇게 김정미의 노래 ‘봄’과 함께 시작하는 첫 화의 제목은 ‘호로록 봄’이다. ‘호로록’은 ‘어서’, ‘빨리’라는 뜻이다. 바로 지금 시점과 딱 어울리는 제목이랄까.

〈폭싹 속았수다〉
〈폭싹 속았수다〉
〈폭싹 속았수다〉
〈폭싹 속았수다〉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에서 태어난 애순(아이유)과 ‘무쇠’라 불리며 애순 밖에 모르는 팔불출 관식(박보검)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넷플릭스 시리즈다. 애순과 관식의 중년 버전은 각각 문소리와 박해준이 연기한다. 그들의 파란만장한 인생사가 녹아든 제목이 바로 <폭싹 속았수다>인데, 일단 제목부터 궁금했다. 거의 다른 언어처럼 느껴지는 제주 방언 중에서 가장 그 뜻을 넘겨짚기 힘들었던 말이 바로 ‘폭싹 속았수다’다. 육지 사람들의 기준으로 해석하자면 대부분 ‘완전히 속았다’ 혹은 ‘폭삭 삭았다’는 뜻으로, 즉 부정적인 의미로 이해할 것이 뻔한 말이기도 하다. 가령 제주 방언을 드라마 제목으로 쓴 작품으로는, 제주도에서 레스토랑 ‘맨도롱 또똣’을 꾸려 나가는 청춘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2015년 MBC 드라마 <맨도롱 또똣>이 있는데, <폭싹 속았수다>와 달리 아예 그 뜻을 짐작조차 하기 힘든 제목으로 ‘기분 좋게 따뜻한’, ‘부드럽게 따뜻한’이라는 뜻이다. 반면, <폭싹 속았수다>는 시청자를 충분히 헛갈리게 하는 제목이다. 그런데 그 뜻을 알고 나면 감상법 자체가 달라진다. 표준어에서 ‘속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지만 제주어에서는 ‘수고하다’나 ‘애쓰다’ 같은 긍정적인 뜻으로 쓰이는 게 중요한 차이점이다. 단순히 지역별 어휘의 차이를 넘어 그 쓰임새의 차이가 바로 제주 문화의 특성과 정체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라고나 할까.

 

〈폭싹 속았수다〉 영미권(왼)과 일본 포스터
〈폭싹 속았수다〉 영미권(왼)과 일본 포스터

 

제주 방언을 그대로 가져온 제목만큼이나 <폭싹 속았수다>의 각국 현지화 제목도 화제다. 영미권에서는 <When Life Gives You a Tangerine>(삶이 당신에게 쓴 것을 주더라도), 프랑스에서는 <La vie portera ses fruits>(삶은 결실을 맺을 것이다), 중국에서는 <苦盡柑甘來遇見你>(고생 끝에 너를 만나), 일본에서는 <おつかれさま>(수고하셨습니다), 타이에서는 <ยิ้มไว้ในวันที่ส้มไม่หวาน>(귤이 달지 않은 날에도 웃으세요)라는 제목으로 공개됐다. 여기서 특히 살펴볼 만한 것은, 영미권과 중국의 제목이다. 영미권 제목은 “When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직역=삶이 당신에게 레몬을 준다면,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라는 기존 속담을 변형한 것인데, 레몬은 삶의 신맛이나 난관을 의미한다. 그런 시큼한 삶의 장애물에 부딪혔을 때 좌절하지 않고, 레모네이드를 만들어 새롭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제주도의 특산품이 귤이기에 원래 속담의 레몬을 재치 있게 귤로 바꿨다. 중국에서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사자성어인 고진감래(苦盡甘來)의 ‘달 감’(甘) 자 대신 ‘감귤’(柑橘)의 ‘감’(柑)자를 썼다. 역시 감 대신 귤을 쓴 것.

 

〈폭싹 속았수다〉 
〈폭싹 속았수다〉 
〈폭싹 속았수다〉 
〈폭싹 속았수다〉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아!”라며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헤쳐 나가는 애순 역에 모티브를 제공한 인물이 있다는 것도 화제다. 드라마 <쌈, 마이웨이>(2017), <동백꽃 필 무렵>(2019)으로 K드라마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이 된 임상춘 작가는 <폭싹 속았수다>를 위해 제주도에서 철저한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순 역에 모티브를 제공한 인물이 바로 국내에서 여성 최초로 어촌계장이 된, 한림읍 한수리어촌계 홍경자 해녀라는 것. ‘제주의 소리’에 실린 김진경 작가의 ‘홍경자 어르신 이야기’에 따르면, 어느덧 이제 70대 중반의 나이가 되신 홍경자 어르신은 마을부녀회장도 하고 어촌계 일에 앞장서면서 많은 이들의 신망을 얻었다. 마을 사람들이 함께 잘 살기 위한 모든 활동에 적극적이어서, 누구 한 명의 반대도 없이 2004년 최초의 여성 어촌계장이 됐다. 처음 어촌계장 권유를 받았을 때, 아마도 관식으로 예상되는 남편이 딱 한 마디를 건넸다고 한다. “잘해봐”.

 

홍경자 어촌계장 (사진=연합뉴스)
홍경자 어촌계장 (사진=연합뉴스)

남편과 가족의 든든한 지원으로 홍경자 계장은 어촌계장을 무려 3년이나 연임할 수 있었으며, 관내 어업인 소득증대에 헌신적으로 봉사하고 수산업 발전에 공헌한 어촌 지도자에게 주는 새어업인 상을 여성 최초로 받기도 했다. 2012년에는 산업포장 대통령 표창장도 받았고, 해녀의 지위를 격상시키기 위한 활동도 이어나갔다. 제주 해녀의 유네스코 무형유산 등재에 힘쓰며,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2 세계자연보전총회(WCC)’에서 해녀의 생활에 대한 발표도 했다. 유네스코에 등재 신청을 한 2014년에는 자신이 소장한 해녀 문화 관련 사진 150점을 제주발전연구원 제주학연구센터에 기증하기도 했다. 고무 복장을 한 197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해녀의 일상적 삶을 보여주는 자료로 해녀공동체의 생산과 판매 활동, 집단경제 활동을 통한 지역사회 봉사 등 해녀들의 활동상이 담겨 있는 중요한 자료였다. 그런 노력 덕분이었을까, 드디어 2016년 제주 해녀가 무형유산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가 확정됐다.

 


씨네플레이 주성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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