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구헌날 점복 점복. 태풍와도 점복 점복. 딸보다도 점복 점복… 허리 아픈 울어망, 콜록대는 울어망. 백 환에 하루씩만 어망 쉬게 하고 싶네”. 어린 애순의 자그마한 가슴에는 찬 바닷속에서 물질하는 엄마로 가득 찬다. 애순이가 부장원을 한 시 ‘개점복’은 어린 애순의 효심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토록 갸륵한 엄마 바라기 애순이의 효심은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시작점에서 절절한 모녀 서사를 성공적으로 전달하는 데 일조한다. 이때, 어린 애순 역을 맡은 아역 배우 김태연과 억척스러운 애순의 엄마 광례로 완벽하게 분한 염혜란 배우의 찰떡 호흡도 돋보인다.

김태연의 애순은 바닷속에서 나오지 않는 엄마를 애타게 부를 때는, 그저 어린애인 것만 같다가도, ‘볼태기를 지지고’ 졸졸 따라다니는 관식이를 내칠 때는 제법 앙칼지다. 이미 김태연은 드라마 <화유기>(2017~2018)를 통해서 데뷔한 이후, <아스달 연대기>, <사랑의 불시착>,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 등 총 21개의 작품에 출연한 경력자로 능숙하게 어린 애순의 감정을 표현해낸다. 요망지면서도 한없이 여린 어린 애순이는 김태연의 명민한 인물 해석에서 비롯된다. 치사스럽게 먹을 걸로 차별하는 친척 집 더부살이가 서러워 눈을 적시는 김태연의 눈물 연기는 어미 광례의 가슴에, 또 자식 귀하게 여기는 세상 모든 어머니들의 가슴에 슬픔을 턱 얹는다.

아역 배우 김태연은 아직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맡은 역할에 따라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그녀는 밝고 명랑한 캐릭터부터 내면의 아픔을 간직한 복잡한 캐릭터까지 다양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특히 성인 배우들의 연기 스타일과 캐릭터의 특징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여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더 기대되는 요망진 아역 배우 김태연이 출연한 작품들을 돌아봤다.
<사랑의 불시착>(2019~2020)

방영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돌풍과 함께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한 재벌 상속녀 윤세리(손예진)와 그녀를 숨기고 지키다 사랑하게 되는 특급 장교 리정혁(현빈)의 극비 러브스토리를 그린 작품이다. <사랑의 불시착>에서 아역 배우 김태연은 손예진이 연기한 윤세리 역의 아역을 맡았다. 김태연은 극초반에 윤세리의 어린 시절에 대한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특히 새엄마인 한정연(방은진)이 바닷가에 어린 세리를 두고 갈 때, 지켜보기만 하는 그녀의 연기는 담담하기에 더 애처롭게 느껴진다. 아역 배우로서 극초반의 서사를 단단하게 해둔 그녀는 이후 전개될 어른 윤세리의 스토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늘의 인연>(2023년)

2023년 MBC에서 방영된 드라마 <하늘의 인연>은 임신한 엄마를 버리고 욕망을 좇아간 원수 아버지에게 딸이 복수를 감행하기 위해 분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이번 작품에서는 류효영이 연기한 강세나 역의 아역을 맡았다. 이 작품에서 김태연은 복잡한 가정 환경 속에서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소녀의 모습을 연기했다. 특히 부모의 이혼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아이의 심리와 내면의 갈등을 눈빛과 표정 연기로 섬세하게 표현해내며 호평받았다. 그녀의 감정 표현은 극 중 갈등을 더욱 현실감 있게 전달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경성크리처>(2023~2024)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는 시대의 어둠이 가장 짙었던 1945년 봄, 생존이 전부였던 두 청춘이 탐욕 위에 탄생한 괴물과 맞서는 이야기다. 이번 작품에서 배우 김태연은 배우 한소희가 연기한 윤채옥 역의 어린 시절을 맡았다. 윤채옥은 죽은 사람도 찾아낸다는 소문난 토두꾼으로 뛰어난 격투 실력과 거침없는 성격의 소유자다. 극 중에서 그녀는 10년 전 실종된 엄마를 찾기 위해 아버지와 함께 토두꾼이 되었다. 윤채옥의 어머니 찾기가 주요 스토리 라인 중 하나로 등장하기에 김태연이 연기한 어린 윤채옥은 캐릭터의 배경과 동기를 설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씨네플레이 추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