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 출신 거장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아테네의 상징적 유적지인 아크로폴리스에서 신작 〈부고니아〉 촬영을 추진했으나 그리스 당국으로부터 거절당했다.
현지 일간지 '카티메리니'의 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그리스 고대 유물 보존 최고 자문기관인 중앙고고학위원회(KAS)는 전날 회의에서 란티모스 감독의 촬영 허가 요청을 만장일치로 기각했다.
제작사 이터/오르 프로덕션은 오는 10일부터 나흘간 파르테논 신전이 있는 아크로폴리스 유적지에서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한 채 촬영할 수 있도록 그리스 문화부에 허가를 신청했었다.
KAS는 심도 있는 논의 끝에 이를 불허하기로 결정했다. 그리스의 핵심 관광 명소인 아크로폴리스를 장기간 폐쇄할 경우 발생할 방문객 수익 감소와 전 세계 관광객들의 불만이 주요 고려 사항이었다.
카티메리니는 또한 촬영 예정이었던 장면이 종말 이후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는 점도 KAS 입장에서는 역사적 유적지의 품격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KAS의 한 위원은 아크로폴리스 인근의 필로파포스 언덕을 대체 촬영지로 제안했으나, 제작사 측은 이 제안에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고니아〉는 2003년 개봉한 장준환 감독의 데뷔작 〈지구를 지켜라!〉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음모론에 사로잡힌 두 남성이 대기업 최고경영자 여성을 지구 파괴를 목적으로 온 외계인이라고 믿고 납치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각본은 윌 트레이시가 맡았으며, 지난해 <가여운 것들>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에마 스톤이 란티모스 감독과 다시 만난다. 〈부고니아〉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11월 7일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