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19일 개봉한 <28년 후>가 관객들의 도마 위에 올랐다. 2002년 영화 <28일 후>의 정식 속편을 천명한 <28년 후>는 전작의 감독 대니 보일과 각본가 알렉스 가랜드가 복귀해 <28일 후>로부터 (제목 그대로) 28년 후 고립된 영국의 풍경을 담았다. 분노 바이러스가 창궐한 후 유럽은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고자 영국 대륙을 봉쇄했고, 영국인들은 현대 기술 대신 과거 아날로그 기술들을 바탕으로 삶을 꾸려나갔다. <28년 후>는 그런 영국에서 한 소년이 병에 걸린 엄마를 위해 의사를 만나고자 길을 떠나는 내용을 다뤘다. <28일 후>에서 텅 빈 런던을 포착하며 문명이 사라진 시대를 빌드업한 대니 보일과 알렉스 가랜드는 이번 영화에서 퇴보한 문명의 전경을 담으며 ‘28일 후’ 특유의 스산함을 이어갔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2007년, 시리즈의 두 번째 영화 <28주 후>가 아쉬울 것이다. <28년 후>가 <28주 후>를 전면 부정하며 시작하긴 하지만, 애초에 <28주 후>가 아녔다면 시리즈가 다시 부활하기 어려웠을 가능성도 크니까. 그리고 몇몇 부분에서 <28주 후>도 같은 시리즈인 것을 과시하는 듯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새롭게 삼부작의 막을 <28년 후> 개봉에 맞춰 ‘28일 후’ 시리즈의 공통점을 모았다.
평범하게 안 찍음
DV → 16mm → 아이폰

‘28일 후’ 시리즈는 대대로 평범하지 않은 촬영 포맷을 택했다. 1편 <28일 후>는 DV를 사용했는데, 쉽게 말하면 비디오테이프 방식이다. 물론 ‘Digital Video’라는 명칭처럼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비디오테이프보다 영상 퀄리티에서 우수하지만, 그래도 상업영화계에선 자주 사용하지 않는 포맷이다. DV 포맷을 사용하면 촬영 세팅과 진행을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점(극단적으로 비유하면 필름카메라가 세팅하는 동안 DV카메라로 촬영을 끝낼 수 있다)에서 대니 보일 감독은 텅 빈 런던의 풍경을 제한 시간 내에 담을 수 있었다. 또 문명이 사라진 도시의 투박함과 그 현실을 바라보는 ‘생존자의 시점’에 가까운 느낌을 주는 것도 대니 보일의 생각이었다. 다만 모든 부분은 아니고 영화 중 몇몇 장면은 35mm 필름과 8mm 필름으로 촬영했다.


5년 후 제작한 <28주 후>는 그래도 필름으로 돌아오긴 했다. 다만 당시 상업영화에서 보편적으로 쓰는 35mm가 아닌 16mm를 채택했다. <28주 후>를 촬영하던 2000년대만 해도 디지털 촬영이 성행했고, 필름을 쓴다면 35mm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28주 후>는 전작의 거친 질감을 이어갈 수 있고, 그러면서도 다른 포맷과 혼용시 좀 더 극적인 영상미를 발휘할 수 있기에 16mm를 사용했다. 여담이지만 대니 보일은 <28주 후> 몇몇 장면에서 촬영B팀 디렉터도 참여했다.

이번 <28년 후>는 예상외로 아이폰을 촬영 기기로 사용했다. 그렇다고 진짜 아이폰만 가지고 찍은 건 아니고, 여러 장비를 부착할 수 있는 마운트에 영화용 렌즈를 부착해 촬영했다. 대니 보일은 이 같은 판단에 대해 촬영 해상도가 4K까지 가능해진 모바일 기기의 성능과 다소 고립된 촬영지의 특수성, 장비의 이동성을 고려해 아이폰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가족의 이야기, 주체적인 아이들
부녀 → 부자녀 → 모자


공포영화에서 가족서사는 대체로 극단적이다. 아예 배제하거나 아니면 감동을 유발하는 요소로 쓰거나. ‘28일 후’ 시리즈는 후자에 가까운데,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되는 건 자녀들을 이야기를 이끄는 주체적인 위치에 둔다는 점이다. 공포영화에서 부모-자녀를 그릴 땐 일반적으로 어른이 아이들을 보호해야 하는 상황을 제시해 어른의 책임감이나 죄책감을 보여주는데, 이 시리즈는 유독 아이가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장면을 다수 보여준다. <28일 후>는 프랭크-해나 부녀가, <28주 후>는 돈-태미·앤디 가족이 해당 케이스에 속한다. 이번 신작 <28년 후>는 아예 아들 스파이크가 영화 전체를 이끄는 주인공으로 활약한다. 이런 ‘28일 후’ 시리즈의 특징은 호러영화의 일반적인 클리셰를 비틀거나 전복시키는 전개로 나아갔다.

다만 이런 특징은 사실 장점이라고 보기 어렵다. 1편에서 해나의 서사를 탁월하게 쌓아가며 극적인 클라이맥스를 선보인 것과 달리, <28주 후>나 <28년 후>는 아이들을 전면에 내세워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크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특히 <28주 후>는 전 세계를 구할 수 있는 아이가 좋게 말하면 용감하고, 나쁘게 말하면 무모한 상황을 거듭 빚어내 관객들의 뒷목을 잡게 했다. <28년 후> 역시 스파이크가 전면으로 나서게 되는 전개의 전환점에서, 그 순간과 이후 이어질 상황에 호불호가 크게 갈렸다. 그렇게 장점보다는 단점에 가까운 특징이지만 ‘28일 후’ 시리즈의 가장 대표적인 공통점 중 하나인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