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2월 28일 개봉하는 영화 <미키 17>의 주역 나오미 애키와 마크 러팔로, 스티븐 연의 내한 방문을 맞아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이번 자리에는 <미키 17>에서 나샤 역을 맡은 배우 나오미 애키, 독재자 케네스 마셜 역을 맡은 마크 러팔로, 미키 반스의 얄미운 친구 티모 역의 스티븐 연이 봉준호 감독, 최두호 프로듀서와 함께 참석했다. 광막한 우주를 배경으로 연약한 인간의 얼굴을 그린 <미키 17>의 감독과 배우진들이 작품에 관해 나눈 말들을 정리해 보았다.

먼저, 세 명의 배우가 인사말과 함께 한국에 온 소감을 전했다. 나오미 애키는 “한국에 온 게 처음이다. 정말 오래전부터 오고 싶었다. 감독님과 함께 와서 기쁘다”고 전했다. 10년 만에 다시 내한한 마크 러팔로는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기쁘다. 지난번에(2015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출연진의 내한 방문) 왔을 때도 환대해 주셨는데, 너무 감사하다. 그때 한국에 오지 못한 다른 출연진인 로다주가 질투를 했었다. 그래서 난 더 기뻤는데, 왜냐하면 그 사람이 누구 질투하는 걸 처음 봤기 때문이다. 아마 이번에도 질투할 거다. 무엇보다 살아 계시는 감독 중에서 가장 위대한 감독 중의 한 명인 봉감독님의 고국에 오게 돼서 기쁘다”고 말했다. 스티븐 연과 최두호 프로듀서도 봉준호 감독과 함께 한국에 오게 된 기쁨을 표했다.

이미 영화 <마더>로 국민 엄마 김혜자 배우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바 있는 봉준호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마크 러팔로의 익숙한 얼굴에서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고, 그것을 끌어냈다. 이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 “제가 성격이 이상하다 보니 사람을 볼 때도 자꾸 이상한 부분만 보게 된다. 어느 한구석에 뭔가 그 사람이 흔히 알려진 모습과 다른 모습이 보이면 집착이 생긴다. 마크 러팔로가 악역을 안 한 것에 대해 신나고 재밌어하며, 시나리오를 드렸더니 “왜 나에게… 내가 뭐 잘못했어요?” 이런 느낌의 반응을 하시더라. 그리고 독재자가 갖고 있는 이상한 매력이 있다. 무섭기만 한 게 아니라 대중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마크 러팔로가 연기한 마셜도 소리만 지르는 인간이 아니라 귀여움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주로 선한 역할을 도맡아 왔던 마크 러팔로는 이번 작품에서 행성 개척단의 독재자이자 종교 집단의 리더 케네스 먀셜로 분한다. 그는 악역을 맡게 된 소감과 자신의 연기에 대해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 이 대본이 나한테 주어진 게 맞나 놀랐었다. 지금은 저 자신도 저를 의심하고 있을 때, 믿어준 봉 감독님에게 감사하다. 당연히 내 연기에는 만족할 수 없다. 리뷰를 아직 읽지 않아서 사람들의 반응이 어떤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서 나오미 애키와 스티븐 연도 자신의 연기에 대해 언급했다. 나오미 애키는 “나샤는 저를 자유롭게 했던 캐릭터다. 나샤는 진실한 사람이다. 다른 캐릭터들은 비밀이 있고 감정을 숨기지만, 나샤는 솔직하다. 제 연기에 만족하는지에 대해서는 마크 러팔로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 연기는 항상 어렵고 흥미롭긴 한데, 시행착오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내가 이런 선택을 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구나’를 알아가는 과정 말이다. 하지만 결국 결과물에서는 만족을 하고 있다. 근데 이 작품을 2년 전에 촬영했다. 만약 다시 촬영한다면 완전히 다른 나샤를 보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스티븐 연은 “나오미의 말처럼 지금 다시 연기한다면 나의 연기가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때는 <성난 사람들>을 끝낸 직후였다. 당시에는 자신의 어둠을 포용해야 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근데 <미키 17>의 티모는 모두가 싫어하는 캐릭터다. 티모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나는 타인의 어떤 시각을 무시하면서 살지는 못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티모를 이해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티모도 약점이 있고, 그것을 탐구했다. 물론 나의 연기에 대해서는 만족할 수 없다. 만족하는 부분이 있다면 봉 감독님의 비전을 생각했을 때, 내가 부합하게 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전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격변의 시기에는 시대를 변화시키는 저항의 아이콘이 등장한다. <미키 17>에서는 독재자 마셜에 맞서는 인물로 나샤가 그 역할을 해주고 있다. 나오미 애키는 나샤가 독재자에 맞서고 새로운 변화를 일으킬 수 있었던 힘에 대해 “최고의 지도자들을 보면 영광이나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 사람들은 사랑과 공감에 의해서 행동할 때가 많았다. 나샤와 미키가 큰 그림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자신이 무엇을 이루게 될지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비범한 일을 해낸다.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하니까 그런 행동이 갑자기 큰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게 이 스토리가 갖고 있는 힘이자 전 세계에서 많이 보여야 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씨네플레이 추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