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다호랑이' 주연 배우 이지훈 [굿프로덕션 제공]](/_next/image?url=https%3A%2F%2Fcineplay-cms.s3.amazonaws.com%2Farticle-images%2F202506%2F19143_208189_3033.jpg&w=2560&q=75)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던 민간 잠수사의 헌신과 그 후 겪은 트라우마를 다룬 영화 〈바다호랑이〉가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돈을 벌려고 간 현장이었으면 들어가지 않았을 겁니다. 하루에 한 번 밖에 들어가면 안 되는 그 수심의 바다에 많게는 네 번, 다섯 번을 들어갔어요."
이는 세월호 참사 실종자 수색에 참여했던 잠수사 고(故) 김관홍씨가 2015년 9월 국정감사와 12월 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남긴 증언이다. 그는 또한 "저는 잠수사이기 이전에 국민입니다. 제가 가진 기술로 그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간 것입니다. 좀 더 빨리, 한 구라도 더 찾아드리려고 했을 뿐입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씨는 이 발언 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16년 6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수색 작업으로 얻은 잠수병 후유증과 트라우마로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지 못했으며, 해경이 구조 작업 중 발생한 잠수사 사망 사고의 법적 책임을 동료들에게 전가하는 모습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생계를 위해 대리운전을 하며 가족과 떨어져 지내던 김씨는 고양시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홀로 숨진 채 발견됐다.
![영화 '바다호랑이' 속 한 장면 [굿프로덕션 제공]](/_next/image?url=https%3A%2F%2Fcineplay-cms.s3.amazonaws.com%2Farticle-images%2F202506%2F19143_208190_3059.jpg&w=2560&q=75)
정윤철 감독의 영화 〈바다호랑이〉는 김씨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삼았지만, 실제와 달리 희망적인 결말을 택했다. 영화 속 잠수사 경수(이지훈)는 미처 수습하지 못한 학생의 유가족에게 용서받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 영화 삽입곡 '유윌 네버 워크 얼론'(You'll Never Walk Alone)이 마치 그를 향한 응원가처럼 흐른다.
"만약 현실처럼 새드 엔딩이었다면 저 자신도 힘들고 답답한 마음이었을 거예요. 하지만 경수는 가족을 만나고 다시 자식들을 안을 수 있게 되잖아요. 이 작품은 과거의 일로 아픔을 겪던 한 인간이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배우 이지훈은 지난 19일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바다호랑이〉는 두바이 취업 기회를 포기하고 세월호 실종자 수색을 위해 진도 팽목항으로 향한 경수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처음에는 평정심을 유지하던 그는 물속에서 첫 시신을 수습한 후 점차 정신적 균형을 잃어간다.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하루에도 여러 차례 잠수를 시도하고, 결국 해경에 의해 현장에서 쫓겨난 후에는 폭력적 성향이 나타나 가족과 거리를 두게 된다.
이지훈은 "그분의 아픔을 추측해 따라 한다면 연기가 거짓처럼 보일 것 같았다"며 "이지훈이라는 사람이 만약 그런 일을 겪었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하며 임했다"고 연기 접근법을 설명했다.
촬영 후에도 역할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었다는 그는 "평소 유쾌하고 감정을 잘 다스리는 편인데도 특정 단어를 듣게 되면 연기하던 때로 돌아가 계속 울컥하고 눈물이 차오른다"고 털어놓았다.
![영화 '바다호랑이' 속 한 장면 [굿프로덕션 제공]](/_next/image?url=https%3A%2F%2Fcineplay-cms.s3.amazonaws.com%2Farticle-images%2F202506%2F19143_208191_3134.jpg&w=2560&q=75)
〈바다호랑이〉는 연극과 영화를 접목한 독특한 형식을 취했다. 배우들은 공연장 안에 단출하게 설치된 세트에서 거의 모든 장면을 촬영했으며, 이 세트는 팽목항, 바닷속, 배 위, 경수의 집, 법원, 술집 등으로 상황에 따라 변모한다. 소품을 최소화했고, 시신 수습 장면에서도 물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이지훈이 마임으로 헤엄쳐 아이를 안고 나오는 모습을 클로즈업으로 담아냈다.
"오직 저에게만 의지해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며 "그 외 모든 것을 배제하고 제게만 집중한 것이 오히려 연기에 확신을 줬다. 놀라운 경험이었다"고 이지훈은 회상했다.
이 영화는 원래 100억원대 블록버스터로 기획됐으나, 투자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실험적 형식을 택하게 됐다. 총제작비가 2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달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최고 화제작으로 꼽혔고 개봉 전 시사회에서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이지훈은 관객들이 공통적으로 "소리 내서 울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전했다.
"세월호 참사와 잠수사들에 대해 할 수 있던 것도, 해준 것도 없어서 미안한 마음이 드시는 것 같아요. 아마 그때 민간인 잠수사가 얼마나 노력했고 처우가 어땠고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모르셨던 분들이 많이 계실 거예요. 이 영화가 선의를 가지고 열심히 일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떠넘겼던 과거를 바로잡을 수 있는 시발점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