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봄>은 “그날로 가보자!”라는 김성수 감독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모개 촬영감독, 이성환 조명감독, 장근영 프로덕션디자이너, 정재훈 VFX 슈퍼바이저, 이용수 프로듀서의 멋진 합작품이다. 이모개, 이성환 감독은 <감기>(2013), <아수라>(2016)에 이어 <서울의 봄>으로 세 번째 호흡을 맞췄으며, 장근영 프로덕션디자이너와는 <아수라>에 이어 두 번째 작업이다. 이용수 프로듀서는 <아수라>의 제작실장이었고, 정재훈 슈퍼바이저와는 첫 번째 만남이다. 김성수 감독은 “스태프들이야말로 <서울의 봄>의 진짜 주역들”이라며, 지난 11월 28일에 이들과 함께하는 ‘제작진 GV’를 직접 기획해 관객과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모개 촬영감독은 한국영화계에서 일단 ‘고된 촬영’의 대명사다.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2003)으로 촬영감독 데뷔한 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마이 웨이>(2011), <군함도>(2017) 세 편의 촬영감독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짐작이 갈 것이다. <장화, 홍련> 이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외에도 <악마를 보았다>(2010), <인랑>(2018) 등 주로 김지운 감독과 여러 편을 작업했으며 <대호>(2015), <나를 찾아줘>(2019), <서복>(2021), <비상선언>(2021), <헌트>(2022) 등도 촬영했다. 김성수 감독과는 <감기>(2013), <아수라>(2016)에 이어 <서울의 봄>이 세 번째 작품이다. 평소 “언제나 관객이 실제 공간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끔 만들고 싶다”는 것이 지론이라는 그에 대해, 김성수 감독은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는 촬영에 관해서 만큼은 이모개 촬영감독이 단연 최고”라고 말한다. 덧붙여 “<서울의 봄>은 마치 드라마와 다큐멘터리 사이 그 어딘가 있는 느낌의 작품인데, 이모개 촬영감독이 그 절묘한 경계를 잘 찾아냈다. 매번 그려오던 콘티도 그리지 않은 작품이라 힘들었을 수도 있는데, 역시 이모개는 그걸 해냈다”고 말한다.


사실 이모개 촬영감독은 과거 김형구 촬영감독, 이강산 조명감독 콤비의 <박하사탕>(김형구 촬영, 이강산 조명, 1999) 촬영부 출신이기에 <감기>로 만나기 이전부터 김성수 감독과 함께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당시 촬영부 선배였던 최영택 촬영감독이 촬영한 <오! 수정>(2000)의 촬영부이기도 했다) 무슨 말이냐면 전설의 김형구, 고 이강산 감독(2006년 9월 28일 별세)은 <감기> 이전에 김성수 감독과 <비트>(1997), <태양은 없다>(1999), <무사>(2001), <영어완전정복>(2003)까지 함께 하며 최고의 파트너십을 이뤘었기 때문이다. 그처럼 김성수 감독 필모그래피에서 촬영의 ‘영혼’이 과거와 현재를 잇고 있다고 하면 지나친 과장일까.

이성환 조명감독은 <악마를 보았다>부터 이모개 촬영감독과 함께 하고 있다. 물론 사수라 할 수 있는 오승철 조명감독이 이모개 촬영감독과 <장화, 홍련>은 물론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악마를 보았다> 등 한동안 김지운 감독의 영화를 도맡아 했었기에, 이모개 촬영감독과의 이전은 <장화, 홍련>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로 인해 앞서 얘기한 것처럼, 김성수 감독의 ‘비주얼 페르소나’는 김형구와 이강산으로부터 이모개와 이성환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서울의 봄>에 대해서는 “리얼리티를 구현하고 시대를 재현하기 위해 영화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조명기를 최대한 배제하고, 자동차 헤드라이트나 가로등 등 주변의 실제 광원을 최대한 찾으려고 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전두광(황정민)과 이태신(정우성)의 대조가 중요했다. 전두광에 대해서는 “전두광은 작품 안에서 마치 빛의 안으로 숨을지, 아니면 밖으로 나타날지 본능적으로 아는 인물처럼 행동한다. 그리고 그 빛나는 머리도 조명의 일부분으로 활용했다”고 하고, 이태신에 대해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격자로서의 정우성을 이태신의 얼굴에 그대로 담아내려 했고, 다 똑같은 것처럼 보이는 얼굴 클로즈업도 제각각 다른 조명을 써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그 심리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싶었다”고 말한다.


장근영 프로덕션디자이너는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감독 중 한 명이었다. <은행나무 침대>(1996) 소품을 만들면서 영화계 일을 시작했는데, <은행나무 침대>의 은행나무 침대를 만든 이가 바로 그다. 이후 <화산고>(2001)를 통해 미술감독으로 데뷔한 그는 <지구를 지켜라!>(2003), <아라한 장풍대작전>(2004), <중천>(2006) 등으로 자신의 뚜렷한 색깔을 뽐냈다. 그런 그가 <미녀는 괴로워>(2006)와 <마이 뉴 파트너>(2008) 이후 약 10여 년의 공백기를 가진 후, 조성희 감독의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2016) 미술감독으로 복귀했고 이후 <승리호>(2021)도 함께 작업했다.

김성수 감독은 그가 공백기에 들어가기 이전부터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었고, <아수라>를 통해 처음 호흡을 맞추게 된다. <서울의 봄>을 준비하면서는 그의 방대한 자료 수집이 영화의 전체적인 ‘룩’을 결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12.12 군사반란 직후 13일 새벽, 광화문 광장과 서울 시내를 다큐멘터리로 찍은 옛 영상 자료를 본 것이 큰 도움이 됐는데, 김성수 감독은 “당시 TV와 대한뉴스, 그리고 채집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당시 자료를 확보해서 영화를 준비할 때 그게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고 말한다. 그리고 장근영 프로덕션디자이너가 꼽은 흥미로운 공간은 바로 하나회 회원들이 모여 작전을 구상하는 전두광 집의 사랑방이다. “미지의 사적인 공간이기에 당시 시대상에 비춰 최대한 상상력을 동원했던 흥미로운 작업이었다”는 것이 그의 얘기다.

<서울의 봄>을 통해 데뷔했다고 볼 수 있는 이용수 프로듀서의 경우, 아무래도 첫 작품이기에 우려가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김성수 감독의 기준은 간단했다. “평소 사람을 뽑을 때, 내가 신임하는 세 사람 이상에게 의견을 물어 동의를 구한다”는 그는 “(이미 <아수라>를 함께 한 바 있는) 이모개, 이성환, 장근영 세 사람이 이용수가 이번에 프로듀서를 맡아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는 말로 대신했다.

VFX를 담당한 정재훈 슈퍼바이저는 일단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슈퍼바이저를 맡았던 정재훈 VFX 슈퍼바이저와는 동명이인이다.(여러 포털 사이트에서 여전히 혼동되어 기재돼 있다) 김성수 감독은 1년 여의 시간 동안 <서울의 봄> CG를 책임진 정재훈 슈퍼바이저의 역할이 무척 중요했음을 여러 번 강조했다. 가령, 여러 실내 공간에서 외부를 바라 볼 때의 풍경이나 광화문으로 향하는 이태신 장군의 외경 등도 거의 CG 작업물이기 때문이다. 현장 사정상 실제 장소에서 촬영하기보다 오픈 세트에서 촬영하는 일이 많았던 만큼, 실제로 영화 전체 컷의 5분의 4 정도가 CG의 힘을 빌지 않을 수 없었다. 역사를 다루며 마치 실제 공간에서 촬영한 것 같은 느낌을 주기에 ‘과연 CG가 어떤 일을 했을까’라는 의문에 대해 김성수 감독의 답은 이렇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