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진주_“영화보다 오래 달린 시리즈의 품격”
무려 169분이다. 불과 60초짜리 영상도 다 보지 않고 넘기는 요즘, 이 어마어마한 러닝타임의 1996년발 이야기가 통할까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성이 보인다’.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은 ‘파이널 레코닝(마지막 심판)’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할 만큼 풍성하다. (물론 이번 작품으로 시리즈가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영화계의 정설이다. 지난 7일 내한한 주연 배우 톰 크루즈 역시 이에 대한 질문에 확답을 피했다.)
땅과 하늘, 바다와 산을 넘나들며 에단 헌트는 뛰고, 날고, 헤엄친다. 말 그대로다. 적당히를 모르는 62세의 ‘톰 아저씨’는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는다. 장년에 접어든 이 남성의 뜨거움에, 편하게 앉아 있는 내가 미안할 정도다.
물론 다소 낭비되는 시간도 있다. 전편을 포함해 시리즈 전체에 대한 설명이 꽤 친절하게 진행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피로감이 밀려온다. 시리즈에 익숙한 관객에겐 불필요하고, 낯선 관객에겐 이 압축 요약이 충분치 않다. 결국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긴 어려운 구성이다.
그럼에도 169분의 시간이 아깝지 않은 이유는 모든 장면이 이 시리즈와 제작진에 대한 헌정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지난 30년간 한 시대를 함께 달려온 대작의 건재함을, 톰 크루즈는 다시 한번 몸으로 증명해낸다.

성찬얼_“뜨겁게 뜨겁게 안녕”
전편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에서 크게 실망한 사람으로서 말한다. 이번 영화는 전편의 과오를 잊을 만하다. 어떻게 보면 전편에서 각종 문제점을 떠안았기에 가능한 것이지만(모 인물의 퇴장이나 모 인물의 갑작스러운 비중 증가나) 크리스토퍼 맥쿼리-톰 크루즈 콤비의 자기복제에 가까운 전작에 비하면 액션의 퀄리티나 발상이 훨씬 나아졌다. 무엇보다 이 시리즈를 쭈욱 지켜본 팬들에게 이만한 성찬이 없다. 1996년 시리즈를 연 1편의 인물이 등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각 편의 복선이나 명장면들이 언급되는 것도 소소한 재미를 준다. 몇몇 프랜차이즈가 끝을 위한 끝을 만들다가 자빠지곤 하는데 <미션 임파서블>은 그래도 유종의 미를 거뒀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걱정이 되는 건 말이 너무 많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조건이 많으니 설명이 길고, 그러면서도 불필요한 코미디 장면과 전 세계 위기에 의견이 엇갈리는 관료의 모습도 놓치지 않으려 한다. 169분이란 대장정에 방광의 압박도 상당한데 자꾸만 주춤거리는 모습이 관객에게 큰 단점으로 작용할 지도. 그러나 영화에서 볼만한 액션 시퀀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에서 (톰 크루즈가 요즘 특히 힘쓰는) ‘극장에서 봐야 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충분조건을 만족한다.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미션 임파서블>이란 간판에서 기대하는 부분을 충족하는 것에서 이미 합격이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속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_next/image?url=https%3A%2F%2Fcineplay-cms.s3.amazonaws.com%2Farticle-images%2F202505%2F18564_207035_4423.jpg&w=2560&q=75)
주성철_“톰 크루즈의 믿기 힘든 체력장은 계속된다”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이 길다고? 두 개의 액션 시퀀스만으로도 전체의 시간을 보상받을 수 있다. 먼저 잠수함 내부에서 에단 헌트(톰 크루즈)가 숨을 참으며 펼치는 액션신은, 그동안 비행기와 헬리콥터에 지겹도록 매달린 톰 크루즈가 잠수함에까지 매달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더불어 전 세계에서 성룡과 더불어 ‘중력의 지배를 받는 히어로’인 그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물과 어뢰 속에서 힘겹게 중심을 잡는다. 더불어 최초의 출입구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 숨을 못 쉬면서까지 온갖 장비를 다 덜어내어 새로운 출구를 찾는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1996년에 시작된 1편 이후, 규모도 커지고 로케이션도 늘어나며 각종 특수효과가 한없이 늘어난 이 시리즈에서, 톰 크루즈는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 슬림화해야 한다는 메시지까지 전하는 것. 두 번째 클라이맥스 복엽기 액션 시퀀스는 중력의 지배를 받는 <미션 임파서블> 액션신 특유의 콘셉트를 자유자재로 활용한다. 조종석의 악당을 어떻게 끄집어내야 할지 막막할 때, 그들을 마치 피지 뽑아내듯 중력이 처리해준다. 게다가 날개가 아래위로 쌍을 지어 달려 있는 복엽기라는 특성을 최대한 활용한다. 위와 아래의 날개가 위치 이동을 할 때, 에단 헌트는 순간적으로 위아래 어디도 짚지 않은 것처럼 신선이 되는, 혹은 유체 이탈을 하며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이 있다. 보고 있는 두 눈을 의심할 정도로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톰 크루즈 개인의 체력장이 되어왔다.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걱정스럽지만, 어쨌건 이번 8편은 그 정점을 확실하게 찍었다.

김지연_“산전수전공중전, 그다음은…”
어느 날 챗GPT가 자의식을 갖게 되어 인류를 지배하려 한다면? 혹시 모를 그날이 오면 자신만은 생존하기 위해 벌써부터 챗GPT에게 조금 더 친절하게 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미션 임파서블> 프랜차이즈는 매 편 에단 헌트의 적을 등장시키다, 7편인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부터 ‘무형의 빌런’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무형의 빌런’, 즉 존재하지 않는 존재로서의 빌런인 ‘엔티티’의 등장은 꽤나 시의성이 짙었다. 특히나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가 보편화된 2025년,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과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이 던지는 질문은 유의미하다. 그러나 다만, 바로 그 지점에서 영화의 장단점이 발생한다.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부터는 장르가 SF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소 낯선 세계관을 견지한다.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엔티티’라는 존재와 에단 헌트의 미션 때문에,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은 다소 설명적이다.
그럼에도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이 재밌는 이유는 바로 액션에 있다. 영화는 말 그대로 ‘산전수전공중전’을 시각화했다. 이보다 더 ‘파란만장’할 수 있을까. 톰 아저씨가 분명 최종장에서 열심히 할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나 열심히 할 줄은 몰랐다. 톰 크루즈의 에단 헌트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에서 심해를 헤엄치고, 도시를 달리고, 카체이싱을 넘어 공중에서 ‘경비행기 체이싱’을 선보인다. 톰 크루즈의 액션을 비롯한 스펙터클은 모두가 이견 없이 ‘볼만하다’라고 평할 것이다. 더불어 영화는 철저히 할리우드식 감정을 자극하는 공식(=신파)을 따른 덕에 오락성을 보장하고 있다. 할리우드식 신파란, 한 명의 초인적인 히어로가 세상을 구하고 미국은 항상 공고한 패권을 유지하며, 그 와중에도 인류애라는 따뜻한 가치를 되새기는 흐름인데, <미션 임파서블>은 마지막 챕터에서도 이 공식을 착실하게 따른다.과연,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이 프랜차이즈의 최종장일까? 관람한 후에 내린 답은, ‘아닐 것 같다’이다. 궁금하다면, 직접 관람해 보시라. 7편인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관람은 필수고, 1996년 작이자 ‘미임파’ 프랜차이즈의 시작인 <미션 임파서블> 1편을 복습하고 관람한다면 더욱 즐거울 것이다.

추아영_“디지털 시대에 억압당한 인간성을 구원하려는 숭고한 몸짓”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시대의 적을 적확하게 짚어 왔다. 이번 시리즈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이하 <파이널 레코닝>)은 디지털 정보를 교란하여 사이버 공간의 혼란을 초래하는 AI ‘엔티티’와 엔티티를 통제하여 세계를 지배하려는 가브리엘(에사이 모랄레스)을 악으로 규정한다. (물론 AI라는 과학 그 자체는 선악을 구별할 수 없고,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의 윤리에 따라 선이나 악을 수행하게 된다.) 엔티티와 가브리엘은 이제껏 디지털에 맞서 아날로그 액션을 수호해 온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최종 빌런으로 적합하다. 극 중에서 많은 사람들은 종말의 두려움으로 인해 엔티티를 따르는 사이비 종교 광신도가 되기도 한다. 에단 헌트는 엔티티를 없애려는 자신을 막아서는 남성 광신도를 혼쭐내며 “인터넷만 하고 사니까 이렇게 되잖아”라고 말한다. <파이널 레코닝>은 디지털 기술에 대한 맹신에 대해 경고하며, 디지털 시대의 인간성 상실에 대해 말하고 있다.
영화의 후반부에는 연달아 <어비스>(1989)의 계보를 잇는 듯한 심해 액션씬과 <미임파>의 명맥을 잇는 고공비행 액션신이 펼쳐진다. 이번 작품에서도 톰 크루즈는 심해와 공중을 가르는 맨몸 액션으로 인간의 한계를 시험한다. 극한의 수압을 견뎌내는 톰 크루즈의 심해 수중 액션은 자기희생으로 끝내 인류를 구해내는 <어비스>의 인물 버드(에드 해리스)의 잠수 장면과 이어진다. 점점 더 깊은 심해로 들어가는 헌트의 움직임은 디지털 시대에 억압당한 인간성을 구원하려는 숭고한 몸짓이다. 하지만 <파이널 레코닝>의 전반부는 전반부에 화려한 카 체이스를 선보인 전편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과 달리 눈길을 끄는 액션신을 찾아보기 힘들다. 또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의 카 체이스를 포함한 마지막 기차 액션신, 절벽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다 낙하하는 장면 등의 액션에 비하면 <파이널 레코닝> 액션의 스펙터클은 다소 덜해 보인다.